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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새로운 10년]장기적 성장 키워드 '미래형 반도체·파운드리'④디램·낸드 균형 맞췄다…다음 투자처는 어디

김혜란 기자공개 2022-02-28 07:21:03

[편집자주]

SK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지 딱 10년이 흘렀다. 그간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강국'의 기반을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SK 특유의 '도전 DNA'도 빛났다. 지난해 말 국내 M&A 역사상 최대인 10조원 규모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빅딜'은 새로운 10년으로 나가는 신호탄이었다. SK그룹 편입 10주년을 맞아 SK하이닉스가 걸어온 길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그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23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며 어려운 숙제 하나를 풀었다. 디램 의존도를 낮추고 낸드플래시와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사업구조를 갖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로 디램과 낸드 부문 모두 세계 2위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높아진 위상만큼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서 부담은 더 커졌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트렌드 속에서 남들보다 앞장서 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디램에 비해 취약했던 낸드 포트폴리오를 보강한 SK하이닉스의 다음 투자처는 어디를 향할까. '미래형 반도체' 시장 선점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향후 10년, 또 그 이후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어떤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질지 관심이 쏠린다.

◇첨예해지는 글로벌 경쟁, 승부처는 '미래형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는 고성능·고용량화를 향해 끊임없이 진화한다. SK하이닉스도 2000년대부터 디램과 낸드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는 P램(상변화램), R램(저항변화형 메모리), STT-M램(자성 메모리) 등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해 노력해왔다.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시장의 주류는 디램과 낸드이나 메모리 반도체의 패러다임이 언제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디램과 낸드보다 성능이 월등히 좋은 메모리반도체가 나오고, 그것이 세트(완성품) 업체들에 채택돼 점차 대세가 되면 기술 주류는 바뀔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 구도를 흔들 파괴력을 가진 신기술 개발에 투자금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SK하이닉스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도 치열해지는 기술 전쟁에서 뒤쳐지지 않고 기술 우위를 가져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

실제로 성과도 속속 내놓고 있다. 올해 들어 그래픽 디램 'GDDR'을 기반으로 연산 기능을 추가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PIM(Processing-In-Memory) 'GDDR6-AiM' 개발에 성공했다.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만 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나 연산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와는 달리 이는 저장과 연산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다. 연산과 저장을 통합한 만큼 기존 메모리 반도체보다 성능이 빠르고 에너지 소모는 크게 줄였다.

PIM이 기존 디램에 연산기능을 더해 부가가치를 높인 것이라면, P램과 R램, STT-M램 등은 전원이 없어도 기억을 보존하는 낸드와 빠른 처리 속도를 강점인 디램의 장점을 결합한 것으로 사용 소재에 따라 구분된다. 언젠가는 디램을 대체할 거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PIM이 적용된 'GDDR6-AiM'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올해 들어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 SK텔레콤으로 구성된 'SK ICT 연합'이 공동투자해 미국에 설립한 인공지능(AI) 반도체 법인 사피온이 출범했는데, 이를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AI 반도체 공동개발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사피온과 협력해 GDDR6-AiM과 AI 반도체를 결합하는 등 새로운 솔루션 개발에 집중할 전망이다.

AI 반도체는 AI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저전력으로 실행하는 데 특화된 시스템 반도체다. AI가 서버·클라우드를 넘어 모바일·자동차·가전 등 전 산업 부문으로 확산하면서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AI반도체는 실제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Newromorphic)을 최종 목표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SK도 궁극적으로 뉴로모픽칩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사실 P램도 이미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지만 세트업체 입장에선 디램이 충분히 낮은 가격으로 원하는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대체되지 않는 것"이라며 "시장이 요구하는 최종 제품이 어떤 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놓고 시장이 열리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확장 가능성에 주목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설계도 직접 하는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가 메모리반도체사업에 비해 상당히 취약할 뿐이다.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만큼 취약한 시스템반도체나 파운드리 부문에 투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결정한 것은 현재 부족한 부분 중 단기간 가장 역량을 많이 끌어올릴 수 있는 낸드 부문을 먼저 보강해 성장 기반을 닦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 투자처는 어디를 향할까. SK하이닉스는 이미 파운드리 업체 키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며 파운드리 사업 확장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현재 경쟁당국에서 반독점심사를 받으며 최종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기존 국내 8인치(200㎜)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공장 설비를 우시로 이전하고 국내에선 키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계속해나간단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낸드 다음에는 파운드리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을 거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낸드 사업이 안착해 캐시플로우가 강화되면 자체 현금흐름으로 막대한 자금이 드는 파운드리 투자 여력이 생길 거란 분석이다.

키파운드리 엔지니어들이 공정 작업 중인 모습.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도 지금 파운드리 강화에 역량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순수 반도체 업체라 가전 등 세트를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비교해 고객사와 이해상충 가능성이 훨씬 낮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뭐가 될지 모르지만 미래형 반도체의 핵심은 AI 프로세싱"이라며 "SK하이닉스도 뉴메모리를 당연히 준비해야 하지만 언제 대세가 될지 모르니 지금은 기존에 하이닉스가 잘하는 디램과 낸드 분야에서 이익을 내면서 시장흐름을 지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도 결국엔 비메모리 분야를 강화할 것"이라며 "기존 파운드리 사업부가 시장에서 입지가 상당히 좁은 상태였는데 키파운드리 인수를 시작으로 이 분야를 장기적으로 키워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사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12인치(300㎜) 로 나가는 게 필수적이다. 앞선 관계자는 이어 "낸드가 올라오고 나서는 이제 파운드리 쪽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다만 파운드리 확대에는 많은 자원 투입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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