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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의 꿈 [thebell note]

조영갑 기자공개 2022-03-15 07:00:50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1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원대한 꿈이 있었다. 그 꿈은 에코프로그룹 임직원 2300여명의 꿈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꿈은…"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은 자신의 꿈을 말하는 대목에서 목이 메었다. 지난달 28일 온라인을 통해 미래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다. 에코프로그룹은 올 초 에코프로비엠 오창공장 화재와 내부자거래 의혹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물을 한 모금 마신 그는 힘겹게 말을 이어갔지만 목소리는 떨렸다.

“제가 퇴직하고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는데 젊은이가 에코프로라는 최고의 회사에 취직해서 너무나 기쁘다는 통화를 듣는 것. 그 소중한 꿈을 위해 회장이라는 자리를 내려놓고 헝가리 공사 현장이나 포항 캠퍼스 안전요원으로 퇴직할 용의도 얼마든지 있다.”

전사적 위기가 닥쳤을 때 보통 오너들의 선택지는 한정돼 있다.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건 '회피기동'이다.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현안에서 비켜 시간을 버는 방식이다. 다음은 '꼬리 자르기'다. 책임자 몇을 문책해 본인의 위엄을 지키는 방식이다. 마지막은 '정공법'이다. 일파가 만파가 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다. 골치 아프니 이 참에 팔아버리자는 '엑시트' 케이스도 왕왕 있다.

이 회장의 초기 대응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말 시가총액 10조원을 돌파하며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제치고 코스닥 시총 1위에 등극했다. 하지만 한 달새 내부통제 리스크로 30~40% 가량 빠졌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은 물론이다. 공식 사과와 미래비전 계획을 밝힌 것은 사고 후 약 한달 반 지난 시점이다.

얼마 전 이 회장의 막내동생 이선이 TTC에듀 대표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볼 기회가 있었다. '은둔의 경영자' 이 회장과 달리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주주로서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빠는 매우 책임감이 강하고 빈말을 하지 않는다"면서 "화재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직원에 최고의 예우를 한 후 대책을 마련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회사장에 준하는 예우와 유가족 보상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그 이후 2월 말 은둔의 경영자는 공식석상에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지주사 대표 사퇴를 비롯해 주요 3사의 사내이사, 사외이사 구성을 전면 개편했다. 오너 중심이 아닌 이사회 중심의 경영과 준법지원인, 최고안전책임자 배치를 약속했다. 더불어 에코프로그룹을 양극재 연산 55만톤, 연매출 17조원의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시간은 걸렸지만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그리고 며칠 만에 공시를 통해 시장에 공표했다.

글로벌 톱티어 양극재 메이커로서 ESG의 책임을 인식한 것만으로도 일단은 선방이다. 이제 그가 목메면서 말한 꿈은 그의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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