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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함영주 행정소송 판결 엇갈린 '실효성' 요건 두 재판부 법령 달리 해석…하나은행 일부 내규 '실효성 없음' 인정

김현정 기자공개 2022-03-16 08:23:27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5일 14: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효성’. 어떤 결과의 발생이나 그 결과 발생 방지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느냐는 의미다.

'실효성'의 해석을 두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내정자의 소송 결과가 엇갈렸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전 우리은행장) 소송 담당 재판부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에서 실효성이라는 것은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봤다. 반면 하나은행 사건에서는 실효성도 마련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바라봤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금융감독원이 양행에 제시한 구체적인 처분사유가 다르기 때문에 손 회장 승소 선례가 있다고 해서 꼭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15일 행정소송에 밝은 한 관계자는 “판결이 엇갈린 이유는 재판부에서 법령해석을 달리 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며 “우리은행의 경우 실효성은 판단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재판부에서 받아들였고 하나은행의 경우 실효성도 어쨌든 내부통제 기준 마련의무의 판단기준이 된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하나은행 사건에 대한 행정법원의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재판부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전 은행장), 장경훈 전 부행장, 박세걸 전 WM사업단장에 대해 하나은행의 일부 내규는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이 밖에 준법감시인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점검기준 마련의무’도 위반했다고 바라봤다.

작년 8월 진행된 우리은행 소송에선 사모펀드 출시 과정에서 상품선정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기준을 실효성 있게 마련하지 않았다는 금감원의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았다. WM그룹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은행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체계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처분사유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하나은행의 경우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한 게 실효성이 없다고 인정됐는데 우리은행의 경우 실효성을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된 셈이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 판결문 발췌

실효성은 양행의 DLF 내부통제기준 마련과 관련해 주된 논쟁거리로 다뤄진 문제다.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은 내부통제기준에 포함할 최소한의 사항들을 열거하면서, 이와 별도로 ‘실효성’을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의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제19조 제1항을 그대로 가져오면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4조 제1항에 따른 내부통제기준에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가 실효성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조계 의견을 종합해보면 우리은행은 은행에서 마련한 내부통제제도들에 대해 실효성 충족 여부를 따질 수 없다는 점을 줄곧 강조했다. 실효성을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에 대한 근거로 삼게 되면 예측 가능성이 없어진다. 똑같은 내부통제 기준이 있더라도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면 실효성이 없는 내부통제가 될 수 있고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있는 내부통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은행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다만 시행령 제19조 제1항은 명시적으로 ‘내부통제가 실효성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이라는 결과 지향적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실효성 확보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으므로, ‘실효적인 내부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문언의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목적론적으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며 법령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어떠한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예측가능성 및 행정기관의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우리은행 담당 재판부는 “금융회사로서는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정사항을 포함해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한 이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는 이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하나은행 사건을 판결한 재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시행령 제19조 제1항에서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규정하면서…이러한 관계 법령의 목적론적·체계적 해석에 비추어 충분히 그 범위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법령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나은행이 내부통제기준에 포함돼야 하는 사항 뿐 아니라 내부통제기준 설정·운영기준을 위반함으로써 해당 내부통제기준이 실효성이 없게 된 만큼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금감원의 함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 처분을 인정하는 판결로 이어졌다.

해당 실효성에 대한 논의는 법원 뿐 아니라 금융당국 내에서도 다툼이 있는 화두다. 금융위 의사록을 살펴보면 실효성에 대한 의견들이 엇갈린다. 하나은행 제재와 관련한 2020년 금융위 정례회의에서는 하나은행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이 미비하다는 점과 준법감시인들이 잘못 이행되고 있는 부분들을 실효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다는 문제들이 논의됐다.

하지만 제재 가능 여부와 관련해 ‘저희(금융위)가 제재를 하려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 실효성 여부의 판단기준이라는 것이 명확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아직도 있다’고 얘기하는 의원도 있었다. ‘수범자들 입장에서는 무엇을 가지고 내가 위반했다, 위반하지 않았다는 문제를 따질 수 없는데 그것을 어떻게 실효성 있는 기준의 판단근거라고 볼 수가 있는지’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밖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처분사유가 다르기 때문에 꼭 결과가 같을 순 없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당국이 지적한 양행의 구체적인 과오 사례가 각기 달라 금감원의 실질적 처분사유도 완벽히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국 징계가 내부통제 미흡이란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은 같지만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이유는 각기 다르다.

함 부회장이 뜻밖의 판결을 안게 되면서 우리금융 내부적으로도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이번 패소 판결이 우리금융 2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 하나은행 판결문이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금감원의 처분이 아예 다른 처분이라는게 보여진다면 오히려 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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