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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팽창 메자닌 시장의 그늘]감시자 없는 시장, '비대칭 정보' 악용 우려③미국 'Rule 144A' 모태 2012년 QIB 제도 도입, 10년간 단 4건 발행

남준우 기자공개 2022-03-22 08:22:22

[편집자주]

국내 메자닌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 투명성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공시 의무가 있는 공모 형태를 찾아보기 힘들어 감시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픽싱 조항을 악용한 발행사 지분 희석 우려, 자본이냐 부채냐 회계처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더벨은 급성장한 국내 메자닌 시장의 그늘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7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메자닌 시장은 사모 발행이 거의 전부라고 보면 된다. 시장 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공개되는 정보도 제약적이고 감시자도 없다. 비대칭 정보가 언제든지 악용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미국의 Rule 144A처럼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기 위해 국내에서도 QIB(적격기관투자자)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10년간 단 4곳의 발행사만 참여하는 등 파리만 날리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이 P-CBO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일정 부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신용보증기금, P-CBO로 감시자 역할 '역부족'

국내에서 메자닌은 사모 발행 비중은 거의 100%다. 이자율, 전환가액, 주요 투자자 등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이 가능하긴 하다. 다만 세부 조항은 확인이 힘들다. 전반적인 발행 내역이나 동향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곳도 없다.

콜옵션이 붙어 있는 전환사채(CB)의 경우 과거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처럼 악용될 여지가 많다. 전환가액 하향조정 리픽싱 조항이 있으면 콜옵션 행사를 통해 주가를 떨어뜨려 싼 가격에 지분을 가져가는 등 악용될 여지가 농후하다.

신용보증기금이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로 중소기업 채권 발행 수요 일부를 맡으며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전체 메자닌 발행액을 고려하면 부족하다. 헤지펀드가 주요 메자닌 투자자로 등장하면서 2021년 메자닌 발행액은 11조7000억원으로 전년(8조3000억원) 대비 41% 증가했다. 반면 P-CBO는 5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메자닌 시장의 사모 발행은 전세계적으로도 비슷한 현상이다. 공모 발행의 경우 규제도 많고 발행 절차가 복잡한 만큼 비용이 더 든다. 다만 감시자가 없는 만큼 악용 가능성을 두고 해결을 위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경우 Rule 144A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1933년 증권법(Securities Act of 1933)에 따라 모든 증권이 반드시 SEC에 등록되어야 한다.

다만 미국 발행 시장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역외 투자자에 대한 면제 규정이 있다. Reg S와 Rule 144A이다. 미국 시장에서 채권 발행사는 공모(SEC), Reg S, Rule 144A의 선택지가 있는 셈이다.

◇Rule 144A, 미국 시장 CB 발행액 70~80% 담당


Reg S는 역외 투자자에게만 발행하고 판매되는 채권에 관한 규정이다. SEC 등록 발행 시 요구되는 대부분의 의무사항을 준수할 필요가 없다. 적은 비용으로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조달이 가능하다. 국내 사모 시장과 유사한 형태다.

Rule 144A는 절차를 간소화한 증권의 발행을 가능하게 하고 이러한 증권을 적격기관매수인(QIB, Qualified Institutional Investor)에 한정하여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QIB는 사모 유가증권을 인수한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이 이를 다시 재매각할 수 있는 대상을 의미한다.

기관 투자자가 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더 많은 자유를 부여해주는 셈이다. Rule 144A에 따라 발행된 증권은 증권거래 위원회(SEC)에 등록할 필요가 없다. 미국 밖 역외투자자도 QIB 자격을 증명할 경우 144A 규정으로 발행된 채권 매입이 가능하다.

Rule 144A의 탄생 배경에는 유로본드가 있다. 유로본드는 이름처럼 유럽에서 발행한 달러 채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타국 기업이 발행 국가에서 해당 국가 통화가 아닌 통화로 발행·유통되는 모든 채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도 유로본드에 해당된다.

미국 소재가 아닌 역외 투자자 참가가 가능은 하지만 관련 정보가 공모 시장처럼 공개되지 않다보니 국제채 시장에서 미국을 떠나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들의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1990년에 만들었다.

Rule 144A는 Reg S와 달리 SEC 등록 발행 시 필요한 의무사항 중 일부가 적용된다. 발행규제를 대폭 완화시켜주지만 필요한 정보는 흐르게끔 한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준 덕분에 투자자 식별이 가능해 감시자 기능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발행되는 CB의 70~80%가 Rule 144A를 사용한다.

미국 시장 내 전환상품의 대부분은 144A를 통해 발행되며 투자자 식별이 비교적 간단하다.
출처 : Journal of Corporate Finance

◇재플·동방해외유한공사·조선호텔·LS네트웍스만 QIB 이용

금융당국은 국내에서도 Rule 144A와 비슷한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지난 2012년 5월 QIB제도를 도입했다. 일종의 장외 채권시장으로 금융투자협회가 해당 제도를 관장하고 있다.

QIB제도는 공모·사모로 양분되어 있던 기존 증권발행시장에 우량 기관투자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회색 지대를 설정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자금 조달 절차를 대폭 줄인 제도로 '적격기관투자자 제도'라고도 부른다.

Rule 144A와 마찬가지로 공시의무가 부담스러워 공모시장을 활용하지 못했던 비상장 우량 중소기업과 해외기업의 자본조달을 용이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발행 이후에는 QIB들끼리만 거래가 허용된다.

다만 Rule 144A와는 달리 활성화되지 못했다. QIB시장에서 원화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극히 적다. 2018년 재플, 2019년 동방해외유한공사가 참여한 이후 작년 11월 조선호텔과 LS네트웍스가 약 2년만에 진입했다.

시장 관계자 사이에서는 적격기관투자자로 지정된 곳들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P-CBO처럼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는 유인이 전혀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조선호텔과 LS네트웍스도 적격기관투자자로 지정된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지급보증 덕을 보며 QIB를 선택할 수 있었다.

시장 관계자는 "신용보증기금이 일정 부분 감시자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주요 메자닌 투자자가 헤지펀드인 점을 감안하면 감시자 기능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라며 "QIB와 관련해서 정부의 명확한 입장도 없고 사모 채권 투자자 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반발이 워낙 심한 편이라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출처 :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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