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3월 25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식상한 수식어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생각했다. 얼라인파트너스와 SM엔터테인먼트의 다툼을 보면서다.얼라인파트너스의 SM엔터 지분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SM엔터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옳고그름을 떠나 자수성가한 기업의 대표가 자신이 세운 기업을 활용해 이득을 얻는 것 쯤은 국내 투자 시장에서 '그럴 수 있다'고 통용될 일 같았다.
그런데 한주 만에 관전평이 변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기세를 잡았다는 느낌이 들면서다. 영화 '기생충'의 명대사 "실전은 기세야, 기세"가 떠올랐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에 소액주주와 자산운용사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측 감사후보를 추천했다. 주주서한을 통해 SM엔터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의 프로듀싱 용역계약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타이밍이 좋았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도 이제는 연식이 쌓였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행동주의 펀드는 곧 국내 회사의 경영 활동에 어깃장을 놓는 해외 자본쯤으로 평가 받았다. 선배 행동주의 펀드들은 주주제안이 기업의 걸림돌이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의 수단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흐름도 한 몫을 했다. 지배구조 개선 요구는 최근 ESG 투자시장의 최전방에 선 전략이다. 제왕적 오너와 경영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개선 요구는 도덕적으로나 기업가치 제고 면에서 타당하다. 주장 자체에 흠결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업은 실행 여부와 무관하게 부담감이 커진다.
예상밖 공격에 SM엔터도 사활을 걸었다. 소속 걸그룹 '에스파'의 사인 CD가 소액주주의 구애에 쓰인다는 말이 들릴 만큼 절박해 보인다. 주주총회를 코앞에 두고 안건을 추가하기도 했다.
절박함을 들키면 수세는 기운다. 플레이어들은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장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SM엔터의 표심 확보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활동이기보다 '선생님 지키기'에 가깝다고 해석한 셈이다.
기세는 얼라인파트너스 쪽으로 기울었다. 주요 자문사들도 얼라인파트너스의 손을 들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한국ESG연구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모두 얼라인파트너스의 안건에 찬성을 권했다. SM엔터가 추가한 안건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최명희 작가는 소설 '혼불'에서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것이요, 달걀은 아무리 약해도 산 것이니 바위는 부서져 모래가 되지만 달걀은 깨어나 바위를 넘는다고 적었다. 행동주의 펀드의 생명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당한 요구일 테고, 굳건하고 오래된 기업이더라도 경영진의 개인적 욕망이 기업가치 제고에 앞서면 숨은 끊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SM엔터 주주총회에서 달걀은 바위를 칠 것이다. 기세 좋은 달걀은 그래도 거대한 바위에 깨질까, 아니면 알에서 깨어나 바위를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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