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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정책 길을 묻다]"특별법 보완 총력…전문인력 육성 가장 시급"①삼성 엔지니어 출신 양향자 의원 "향후 5년 과학기술 패권국가 기로"

김혜란 기자/ 원충희 기자공개 2022-04-01 08:00:25

[편집자주]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국가주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산업에 대한 정부·정치권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간 소극적 지원에 그쳤다면 획기적인 인재양성책, 세제혜택, 규제완화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가 가장 절실하고 시급하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고 정부의 정책입안과 국회의 입법 지원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할까. 산업계와 행정, 입법부, 학계의 목소리를 듣고 대책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30일 14:0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는 이제 경제 헤게모니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은 한 국가의 국방과 안보, 외교와 밀접하게 연결된 확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반도체가 경제, 안보와 직결된 전략자산으로 부각되면서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합쳐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침 '반도체 초강대국 건설'을 국가 비전으로 내건 윤석열 새 정부가 오는 5월 출범한다. 구체적인 대책은 구상 중이나 미국이나 중국 등 경쟁국에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정부 지원을 확대한다는 기본적인 방향성은 정해졌다.

정부 입안만큼 중요한 게 구호에 걸맞은 국회 입법 지원이다. 국회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지난 1월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입법 과정에서 상당수의 업계 요구가 제외됐다.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더 끌어올리려면 후속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별법 후속 입법을 준비 중인 국회 유일 반도체 전문가 양향자 무소속(사진)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엔지니어로 시작해 임원까지 오른 인물이다. 반도체 기술과 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계와 정부, 국회 간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반도체 특별법' 후속조치 쟁점 셋 '탄력근무제 도입·인재 양성·규제완화'

양 의원은 '고졸신화'로 유명하다. 198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현재 삼성전자 DS부문장인 경계현 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과 함께 메모리 설계팀에서 같이 일했다. 2014년엔 삼성전자 최초 여상 출신 상무가 됐다. 2020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했다.

국회 입성 후 의정활동에서 가장 신경 쓴 분야도 반도체 산업 육성이다. 양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앞으로 5년이 과학기술패권국가가 되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구성을 처음 제안해 반도체 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지난 1월 통과할 때까지 핵심적 역할을 했다.

양 의원은 "법이 통과되자마자 산업계에서 '법이 통과한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간 정치권은 반도체 산업 지원을 '삼성전자에 특혜 주는 일'로 치부했다.

그러나 특별법 내용에는 업계 요구 사항이 반도 못 담겼다. 양 의원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면 제도 혁신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며 "반도체 특별법을 보완할 후속 조치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학기술산업 육성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사람'이다. 양 의원은 "특별법에는 가장 중요한 인력 확보 대책이 빠졌다"며 "업계는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를 요구했으나 '수도권 과밀화'를 이유로 특위에서 아예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별법에는 계약학과나 특성화대학 설치·운영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기긴 했지만 인력난 해소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연간 1500명 수준 신규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학에서 매년 배출하는 석·박사급 반도체 전문인력은 150명에 불과하다. 물론 첨단소재, 전자공학, 물리학 등 과학기술 관련 학과 졸업생은 매년 3만6000명에 달하지만 문제는 이들을 현장에 투입하려면 재교육이 필요하단 점이다.

양 의원은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법안처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것도 인재확보 대책과 탄력근무제"이라며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제 탄력근무제 도입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에도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반대론을 넘지 못해 특별법에서 빠졌던 사안이다.

양 의원은 또 속도감 있는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도체 공장을 부지를 선정하고 전기와 수도를 끌어올 때 지나치게 복잡하고 엄격한 규제들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추진한 120조원 규모의 용인 반도체 단지 설립은 3년째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공장 총량제 예외로 인정받는데만 2년이 걸렸다.

투자를 촉진할 세제혜택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반도체 특별법에 따르면 대기업은 기본 6%까지만 세액공제가 가능한데 업계에선 세액공제율이 최소 25%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재대책 방향성은…"나 같은 '고졸신화' 이어져야"

윤석열 당선인은 '반도체 지원기술 10만명 양성'을 공약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기업과 정부, 국회가 머리를 맞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짜야 한다.

양 의원은 자신과 같은 고졸신화 성공 모델이 나올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믿는다. 반도체 교육은 기업이 주도하되 든든한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업무보조 일을 하던 그가 반도체 전문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도 삼성이 세운 국내 최초의 사내대학(SSIT)에서 맞춤형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양 의원은 "SSIT에서 6학기 동안 매일 5시간씩 대학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많이, 깊이 있는 내용을 배웠다"며 "대학 졸업자들이 삼성전자에 입사해 사내에서 석·박사과정을 밟거나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생이 입사 후 실무교육을 받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빠르게 양성할 수 있고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생에는 '희망사다리'를 줘 고졸신화의 대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인재가 몰리는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도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양 의원은 "대기업은 무조건 혜택을 주면 안 된다거나 수도권은 절대 인구유입이 돼서는 안 된다는 단편적인 생각으로는 제2, 3의 반도체 특별법이 제정되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상하는 과학기술부총리 역할론

새 정부의 반도체 육성 관련 주요 공약 중 하나는 '과학기술부총리제' 도입이다. 이는 양 의원이 2020년 말 발의해 계류 중인 정부조직법 개정안(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을 통과시키면 된다.

새 정부에서 또 하나 달라지는 건 반도체 특별법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 '국가참단전략산업위원회'가 설치된다는 점이다. 양 의원은 "위원회에는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해 정책 아이디어를 모으면 과학기술부총리가 이를 정책 입안으로 추진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부총리에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은 학계와 업계, 행정부와 입법부 기능을 아우르는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 네트워크다. 양 의원은 "위원회에 한국 반도체 신화 주역들이 모여 패권 기술을 세밀하게 연구하고 국가정책으로 입안되게 해야 한다"며 "이들을 모으는 역할을 과학부총리가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양 의원은 "반도체 산업 육성은 기업 수장의 역할, 기업을 뒷받침하는 정부와 국회, 충분한 과학기술인재 배출이 가능도록 준비된 상황, 이 삼박자가 모두 맞아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에서 사람들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열광하듯 첨단기술기업을 이끌고 가는 오너나 대표는 연예인 못지 않은 스타가 돼야 한다"며 "'재벌'에 담긴 부정적인 의미를 지워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30년간 1등을 한 저력이 있는 만큼 국가가 뒷받침해 주고 인재 확보만 된다면 시스템 반도체 1등도 가능하다"며 "기술업계 경영진은 10년 후 산업생태계를 내다보고 현재를 결정한다. 정치권이 업계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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