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공정위, '쿠팡 딜레마' 용역보고서 어떤 내용 담았나 경북대 산학협력단에 '동일인 제도개선' 발주, '외국인 총수지정' 의견 갈렸나

이효범 기자공개 2022-04-08 08:00:54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7일 16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집단 지정을 앞둔 가운데 김범석 쿠팡 창업자를 총수로 지정할지 또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이례적인 사례로 김 창업자의 총수 지정 문제는 공정위를 딜레마에 빠뜨렸다. 공정위는 지난해 동일인 제도 개선을 위한 용역을 발주해 결과 보고서를 받았지만 아직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실제로 총수 지정을 추진한다고 해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반대로 공정위가 김 창업주를 총수로 지정하지 않을 경우도 문제가 있다. 재계에서 형평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인에 대해서만 총수로 규정하는 한계를 둘 경우 역차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결국 공정위가 김 창업자에 대한 총수 지정 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6월 1일 동일인 제도 개선을 위한 용역을 경북대 산학협력단에 발주했다.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가 지난해 연말께 나왔고 공정위 내부에서는 이를 토대로 현재까지 동일인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총수로 지정하는 외국인의 개념을 규정하고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친인척의 범위와 관련된 용역 결과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용역 보고서를 비롯해 이를 분석한 결과 등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동일인 제도와 관련한 전반적인 리서치와 현황에 대한 개선점 등을 파악하기 위해 발주한 용역"이라며 "보고서는 참고사항으로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동일인 제도와 관련해) 의사결정을 진행 중인 만큼 보고서 내용을 확인해 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정위는 올해 초 ‘2022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동일인 정의 규정과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합리화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명목 상으로는 대기업집단 규율 체계의 일관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다.

<2022년도 공정위 업무계획 중 일부 발췌>

공정위는 매년 5월 1일 기업집단의 총자산이 5조원을 넘으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총수일가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되며 주식소유현황 등 각종 공시 의무를 지게 된다. 관련 제도와 법안이 낡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공정위가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총수 지정 문제다. 김 창업자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총수는 한국인에게만 적용돼 왔다.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서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불린 배경이다. 그동안 이같은 문제를 당연시해왔지만 쿠팡 만은 예외였다.

공정위가 실제로 김 창업자에 대한 총수 지정을 강력하게 추진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한 외국계 기업들의 총수 지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또 외국인 총수로 지정된 자의 특수관계인들은 주식 내역도 공개도 이끌어 내야 한다. 물론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현재로서는 뚜렷한 처벌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입법부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김 창업자에 대한 총수 지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의 스탠스를 볼때 경북대 산학협력단이 외국인의 총수 지정을 두고 보고서에 뚜렷한 근거를 담지 못한게 아니냐는 추론이 제기된다"며 "공정위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부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관련법 개정을 위해서는 입법부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만큼 김 창업자가 당장 총수로 지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공정위원회도 당장 뚜렷한 입장을 내놓기보다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공정위 측은 "특수관계인 범위 조정, 동일인 지정 기준 개선 등에 대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공정위가 논의한 적이 있지만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결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김 창업자를 총수로 지정하는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재계에서는 형평성 이슈가 남아 총수 지정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 등은 모두 대기업집단 총수로 지정돼 있는 상황에서 쿠팡은 이를 피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김 창업자에 대한 총수 지정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김 창업자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김 창업자는 2020년 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고 지난해 5월 쿠팡 이사회 의장직과 등기이사에서 모두 물러났다.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기 위한 것으로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INC의 의장 역할만 맡고 있다. 쿠팡은 강한승, 박대준 2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지만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산업계에서는 쿠팡의 총수가 '자연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된 것일 뿐 규제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한 것일 뿐 관련 규제는 이미 받고 있다"며 "국제 통상 마찰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최혜국 대우 위반 이슈도 발생할 수 있는만큼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