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4월 19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감독관청이 중요한 영업에 대해 정지 또는 취소처분을 내린 경우’는 기한이익의 즉시 상실 사유다.” HDC현대산업개발의 모든 사채관리계약서에 명시된 조항이다.그러나 실제 회사채의 기한이익이 상실됐다고 조기상환을 요구한 투자자는 없었다. HDC현산이 지난 달 30일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받았어도, 이달 13일 추가 행정처분을 받아 영업정지 기간이 1년 4개월로 늘었어도 투자자는 잠잠했다. HDC현산에 공문을 보내 입장을 밝히라 요구했을 뿐이다.
HDC현산이 내놓은 논리는 이랬다. "영업정지 처분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행정법적 의무도 부과받지 않는다." 법원이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다면 영업정치 처분은 ‘없었던’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법적 검토의견까지 첨부했다.
투자자의 침묵은 이런 논리를 수용했다는 의미일까. 일각에서는 조금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유동성의 힘이라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HDC현산이 조 단위로 유동성을 확보해둔 만큼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며 "대기업이라서 유례없이 강한 처분을 받기도 했지만 대기업이라서 투자자가 시간을 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HDC현산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조9000억원 수준이다. 유사시 지주사인 HDC의 부동산 자산까지 활용할 수 있어 당장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한이익이 상실됐다고 섣불리 개별행동을 하면 오히려 투자자가 평판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 대기업 투자자군은 한정적이라서 자칫 향후 투자에 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정지 관련 소송전이 길어지면 HDC현산에 대한 처벌수위가 바뀔 수 있는 점도 투자자를 머뭇거리게 하는 요소다.
표면상 이유는 여러가지가 꼽히지만 본질은 유동성의 힘으로 귀결된다. 일단 현금으로 어려운 시기를 견디면 HDC현산이 건재해질 수 있다는 기대다.
유동성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기대는 어디까지일까. 기대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일까.
지금 HDC현산에서는 기대와 불안이 시시각각 교차하고 있다. 추가 행정처분을 받은 다음 날 기존 영업정지 처분의 효력이 정지됐다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이튿날 한국신용평가는 HDC현산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는 비보를 전했다.
지금은 학동사고 결과만 나왔을 뿐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는 별개로 처분이 남아있다. 잘 돼도 영업정지 1년, 최악의 경우 등록이 말소될 수 있다. 피를 말리는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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