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물적분할 바로보기]'VAN 사업' 한국정보통신, 종합 ERP 서비스 뛰어든다①이지샵 신설, VAN업계 유일하게 ERP 사업 '승부수'
박상희 기자공개 2022-05-09 09:33:23
[편집자주]
물적분할이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1998년 외환위기 여파 속에 부실 사업을 정리하는 수단으로 도입됐던 물적분할은 이후 성장 가능성이 큰 신사업부문을 떼어내 손쉽게 외부 투자를 유치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변했다. 물적분할은 기업을 쪼개는 행위 그 자체보다는 분할 이후 기업이 상장이나 투자유치, 매각 등 어떤 수순을 밟느냐에 따라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 지배구조, 재무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물적분할을 예고한 기업의 목적과 향후 움직임을 더벨이 쫓아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04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밴(VAN·부가가치통신망) 사업자인 한국정보통신이 2002년 이후 20년 만에 물적분할에 나섰다. 종합 ERP(전사적자원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이지샵을 설립했다.2002년의 물적분할이 사업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물적분할은 신사업을 키우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한국정보통신 경쟁사인 다른 밴 사업자들이 주안점을 두고 있지 않은 ERP 서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02년 '구조조정' vs 2022년 '신사업 키우기'
한국정보통신은 인터넷으로 사업자의 입출금 및 세무관리 등 종합 ERP(전사적자원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지난달 이지샵주식회사를 분할 신설했다. 분할기일은 4월1일이었다.
한국정보통신은 물적분할을 잘 활용하는 기업은 아니다. 직전의 물적분할이 무려 20년 전인 2002년이었다. 한국정보통신은 복권사업부문인 테크로또주식회사와 부산하나로카드주식회사를 물적분할 했다. 당시 회사 측은 이번 분할이 기업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적분할은 당초 1998년 외환위기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자 빠른 구조조정을 위해 도입됐다. 한국정보통신 역시 과거에는 사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물적분할을 활용했다.
이번 물적분할은 목적이 다르다. 한국정보통신은 분할대상 사업부문(ERP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전문성 및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사업 특성에 맞는 독립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고 경영효율성을 제고해 성장잠재력을 확보하겠다는 설명이다.
한국정보통신 관계자는 "2013~2014년 즈음부터 ERP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이번 물적분할은 회사 차원에서 ERP 사업부문을 본격적으로 키워보겠다는 생각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국정보통신은 카드단말기 및 POS시스템이 설치된 100만 가맹점 네트워크와 카드사, 은행, 정유사, 포인트 제공사 등과 연결된 대외 인터페이스,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VAN시스템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금융VAN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약 13개의 VAN사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나이스정보통신과 한국정보통신, KIS정보통신, Smartro, KSNET 등 상위 5개사가 전체 시장 64%를 점유하고 있다. 사별 시장점유율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한국정보통신은 나이스정보통신의 뒤를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ERP 사업 매출 50억, "카드 결제 데이터 활용 시너지 기대"
한국정보통신의 ERP 사업 본격화는 간편결제 확산과 가맹점수수료 인하 여파로 VAN 사업자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생존을 위한 신사업 발굴책으로 풀이된다.
국내 결제 시스템은 오프라인에서 카드 결제 단말기를 설치해 운영하는 VAN사와 온라인·모바일 결제를 중개하는 PG사 시스템으로 구분된다. VAN사는 과거 한때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의 주역으로 평가받았다. 최근 들어 00페이로 불리는 각종 간편결제 수단이 늘어나고 비대면으로 결제하는 방식이 늘어나면서 VAN사 오프라인 수익이 크게 줄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팬데믹 여파로 비대면 결제가 크게 늘며 오프라인 시장이 더 위축된 실정이다.
눈에 띄는 점은 한국정보통신의 ERP 사업 본격화가 VAN 사업자 중에서는 처음이라는 것이다. 나이스정보통신을 비롯해 다른 VAN 사업자는 ERP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다.
전사적자원관리(Enterprise Resource Planning)란 기업 내 생산, 재무, 영업 등 다양한 경영 활동을 통합해 관리하는 정보 시스템이다. 해외 업체가 장악한 국내 ERP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토종 업체로는 더존비즈온 등이 있다.
다만 한국정보통신의 ERP 사업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더존비즈온 등과 타깃층이 구별된다. 한국정보통신 관계자는 "회사 주요 사업인 카드 결제 관련 업무는 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다"면서 "카드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사업자들의 세금 정산 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정보통신이 지난해 종합 ERP 서비스를 통해 올린 매출은 50억원 수준이다. 해당 사업을 제외한 한국정보통신이 올린 매출액(5335억원)과 비교하면 ERP 사업 비중이 크지는 않다. 이지샵은 자본금 50억원에 자산 52억원 규모로 시작한다.
한국정보통신 관계자는 "ERP 사업이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단기간에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조금씩 외형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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