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공급망위기 대응, 배터리 재활용 시장 커진다 [첨단전략산업 리포트]원자재 가격 급등에 폐배터리 중요 자원으로 부각, 2030년 전후가 성장 변곡점
김혜란 기자공개 2022-05-12 11:07:43
[편집자주]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는 한국을 먹여 살리는 3대 국가대표 산업이다. 정부도 중요성을 인식해 '국가 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메모리를 키워야 하는 반도체, 중국의 추격을 받는 디스플레이, 개화하는 시장에서 주도권 선점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배터리 업계, 모두 현실은 녹록지 않다. 더 빠르게 치고 나가지 못하면 세계 무대에서 밀릴 수 있다. 대기업을 필두로 첨단전략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소재·부품·장비업체들이 현재 어디에 서 있는지 진단하고, 미래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0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 밸류체인 가운데 최근 전략적 투자자(SI)는 물론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분야가 있다. 바로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시장이다.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이 신사업으로 눈독 들이는 분야인데다 사모투자펀드(PEF)와 벤처캐피털(VC) 등 FI들에도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시장에서 주목받는 만큼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수록 폐배터리 재활용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6년 안팎이라 몇 년 후면 수명을 다한 전기차 배터리가 쏟아져 나온다. 배터리 원자잿값 폭등, 글로벌 공급망 위기, 국제 사회의 친환경 정책 기조 등과 맞물려 재활용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업계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
전기차 산업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안정적인 소재 확보다. 현재 전기차에 주로 장착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소재는 양극재와 분리막, 음극재, 전해액이다. 이들 소재는 광산에서 채굴하는 희소자원인데, 한국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 폐배터리를 어떻게 하면 환경 오염과 안전 문제를 야기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느냐는 배터리 3사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폐배터리에서 양극재 소재를 추출해 다시 원재료로 쓸 수 있다면 어떨까. 공급망 안정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자원의 친환경 순환, 제조원가절감 측면에서 여러 이점이 있다.
전기차 내에서 배터리의 원가 비중은 40%에 달한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 비중은 50%, 이 중 전체 소재 가격의 44%를 차지하는 게 양극재다. 그런데 니켈과 코발트, 망간 등 양극재 소재는 회수, 재활용이 가능하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배터리 생산뿐 아니라 폐배터리 수거에서부터 재활용에 이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폐배터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 재탄생될까. 통상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교체주기는 5~6년이다. 삼일PwC가 지난달 발간한 '순환경제로의 전환과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6년 뒤 전기차에서 폐배터리를 수거해도 초기 용량 대비 70% 수준으로 성능이 저하됐을 뿐 잔존수명이 있다. 그래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재사용도 가능하다.
전기차에서 수거한다고 바로 재활용 공정으로 가는 게 아니라 10년 정도는 쓰이다가 배터리 성능이 더 떨어진 다음 이뤄지는 게 재활용이다. 폐배터리에서 니켈, 코발트, 망간 등 희유금속과 알루미늄, 구리 등의 원재료를 추출해 다시 배터리 생산에 활용하는 것이다.
반도체 공정이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뉘는 것처럼, 배터리 회수도 전처리와 후처리로 구분된다. 전처리는 회수한 배터리를 방전시킨 뒤 파·분쇄 등의 과정을 거쳐 검은색 분말 형태(블랙파우더)로 만드는 공정을 말한다. 후처리 공정에서 건·습식 제련을 통한 원재료 추출이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재활용된 배터리의 금속은 새로 채굴한 원재료와 거의 대등하다고 보면 된다"며 "원재료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만큼 재활용이 2차전지 배터리 업계에서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30년 폐배터리 쏟아진다" 준비하는 기업들
국내 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 중 선도적인 곳으로는 성일하이텍이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벨기에의 유미코아(Umicore), 중국 GEM(거린메이) 등과 겨룰만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배터리 3사 외에도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 삼성물산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삼성물산이 주주로 있으며, 반도체·2차전지 전문 투자 PEF 운용사로 유명한 BNW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씨앤코어파트너스 등 여러 FI의 투자를 유치해 시장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재영텍이나 세빗켐, NH리사이텍 등은 전기·전자제품에서 나오는 금속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다 기술적 연계성이 있는 배터리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케이스다. 성일하이텍과 재영텍, 세빗켐은 현재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SK에코플랜트가 최근 1조2000억원에 인수한 싱가포르 '테스'도 전기·전자 폐기물(E-waste) 처리 사업이 주력이었으나 배터리 재활용 분야를 키우고 있다.
이런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 외에도 현대차나 테슬라 같은 완성차 업체,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삼성SDI, 중국 CATL, BYD 등 배터리 제조사들도 관련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초 북미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Li-Cycle) 지분 2.6%를 확보했다. SK의 경우 자체 사업을 준비 중으로 올해 데모플랜트 가동을 시작했다. GS건설과 포스코도 각각 자회사 에네르마, '포스코HY클린메탈'(중국 화유코발트와의 합작회사)를 통해 해당 사업에 진출한 상태다.
다만 폐배터리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한번 만들어진 전기차 배터리는 6년 정도는 사용하는 데다 ESS 등에서 재사용도 되기 때문에 재활용까지는 보통 10년 이상 돼야 한다. 전기차 시장 '개화기'인 지금은 폐배터리 물량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지금은 전기차 배터리 공정에 나오는 불량품이나 스크랩(파쇄폐기물)을 활용할 수 있는 정도다.
업계에선 2025년 기점으로 전기차 보급량이 크게 늘어나고, 재활용 폐배터리는 2030년 전후로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SNE리서치는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0년 175억 달러에서 2050년에는 5000억 달러로 향후 20여 년간 약 30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일PwC도 보고서에서 "2025년 전까지는 국내 배터리 재활용 시장 성장률도 한자리 수에 머물겠지만 이후 전기차 확산과 함께 폐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 배출은 2019년 100대 수준에서 2029년 약 8만대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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