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5월 27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디스플레이가 운영 중인 태스크포스(TF) 중엔 EXO팀, MTB팀이 있다. 팀명만 봤을 땐 임원급 인사가 이끄는 프로젝트가 맞나 싶기도 했다. 'EXO'를 처음 봤을 땐 가장 먼저 유명 아이돌그룹(엑소)이 떠올랐고 'MTB'란 단어에선 얼핏 산악용 자전거가 연상됐다.작년에 운영한 TF명도 찾아봤다. 'G, P, FD, S-TOP…' 역시나 정체불명의 조직명이 많았다. 어떤 사업을 진행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사측은 이들이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지를 보안사항에 부쳤다. 추측컨데 'EXO'는 EX OLED 기술의 준말인 듯 싶다. 유기발광(OLED) 소자에 '중수소 기술'과 '개인화 알고리즘'을 적용시킨, LG디스플레이가 밀고 있는 신 패널이다. 기존 OLED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면 된다.
어느 기업이나 TF성격을 지닌 팀들은 다소 비밀스럽다. 기업의 차별화된 전략을 담은 신사업 등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LG디스플레이의 작명법은 다소 독특하다 느껴졌다. 일종의 '암호' 같기도 했다.
LG의 작명법에서 디스플레이업계의 치열한 경쟁상황이 느껴졌다. 일종의 위기감도 반영됐으리라 생각한다. 디스플레이는 한국-중국 '양자' 경쟁구도다. 다자체제가 형성된 반도체, 배터리 분야와 달리 경쟁이 극심하다.
중국은 든든한 정부를 등에 업었다. 정부의 대출, 토지, 보조금, 세금 등 전방위적 지원을 발판삼아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덕분에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선 2018년부터 한국을 제쳤으며, 삼성과 LG가 선점한 고부가산업 OLED조차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국내 사정은 다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홀대 속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가의 세제혜택없이 그룹의 지원없이, OLED '초격차' 기술을 지키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엔 위기감에 태블릿, 차량용, AR·VR기기 등 새로운 OLED 수요를 '창출'해내기에 이르렀다. 디스플레이 먹이사슬 최상단자의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현재 디스플레이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특별법)과 조세특례제한법 내 국가전략기술 리스트에서 조차 제외돼 있다. OLED패널 기술력 세계 최강자라는 점에서 가혹한 처사다. 옴디아에 따르면 작년 최상위 제품에 채용되는 LTPO OLED 기술은 한국이 작년 98% 독점, 폴더블 OLED는 87% 장악했다.
얼마 전 만난 디스플레이협회 관계자는 "현 상태로라면 중국은 중소형(모바일)은 1년, 대형(TV)는 4년 내에 국내 LG와 삼성을 바짝 쫓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이 OLED '초격차'를 유지하려면 삼성과 LG의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고, 정부의 세제혜택이 확실한 유인책이다. 정부까지 외면한 디스플레이를 모회사가 지원해줄 리는 없다. 최근 새롭게 출범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특별법' 내 디스플레이 육성방침이 유독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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