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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 변천사]'인화의 LG'를 바꾸고 있는 구광모 회장구인회 회장이 체득한 인화단결, 뉴LG 밑바탕으로

김위수 기자공개 2022-06-10 07:47:36

[편집자주]

시대가 달라지면 기업가정신도 달라져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 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기업과 사회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해결책을 함께 모색할 것. 이것이 바로 '신기업가정신'을 선포한 이유다. 더벨은 신기업가정신을 위해 서로 손을 맞잡은 대기업의 기업가정신을 살펴보고 미래에 한국 재계가 걸어갈 길을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8일 1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로 아끼고 화합한다는 뜻의 인화(人和)는 LG그룹의 경영이념으로도 유명하다. 인화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화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21세기 경쟁사회와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5년 LG그룹의 역사 동안 이어진 인화단결은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의 LG를 만들어낸 원동력이었던 것임이 분명하다. 4세 경영인인 구광모 회장이 총수에 오른 뒤 LG그룹에 성과주의 색채를 덧입히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중심 경영'을 대전제로 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동업으로 태어난 LG…"인화단결만이 살길"

LG그룹의 인화는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사진) 집안의 가풍에서 비롯됐다. 구인회 회장은 6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47년 기업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창업했을 당시 회사는 가족 및 사돈인 허씨 일가가 참여하는 형태였다고 전해진다. 다양한 인적구성을 이끌기 위한 방안이 인화단결임을 구인회 회장은 체득했다.
구인회 회장이 내세운 인화가 무조건적인 온정주의는 아니었다. 인화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실제 일가친척이라고 특혜를 주는 일이 결코 없었다고 한다.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구인회 회장이 내린 결단의 중심에도 인화가 있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생산해 사업보국을 이루고자 했다. 플라스틱 사업 진출, 석유화학 사업 진출, 전사사업 진출 등이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생활용품을 차질 없게 만들어 애국하고, 우리나라의 미래가 될 수 있는 사업에 진출해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직원들에 대한 인화도 저버리지 않았다. 구인회 회장은 "깊은 생각도 없이 사람을 채용했다가 마땅치 않다 해서 잘라내고, 다시 새 사람을 썼다가 이용가치가 적어지면 밀어내는 식의 인사관리는 인간을 존중하는 용병술이 아닐 뿐 아니라 조직이 취해야 할 정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구인회 회장의 장남인 고(故) 구자경 회장은 LG의 기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화학·전자 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루며 그룹의 덩치를 키웠다. 구자경 회장은 인화단결의 정신을 '인간존중의 경영'으로 재탄생시켰고, 고객중심 경영과 인재 육성을 몸소 실천했다. LG그룹 3대 회장인 고(故) 구본무 회장도 인간존중 경영이념을 이어갔다. 인화정신은 3대를 걸쳐 그 색채가 옅어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LG그룹의 상징이었다.

LG의 인화가 특히 빛을 발한 것은 승계 과정에서였다. 형제들이 많고 동업자까지 있었지만 경영권이 대물림되는 시기마다 잡음 없이 계열분리와 승계를 이뤘다. "만나면 되도록 헤어지지 말아야하고, 할 수 없이 헤어지게 되더라도 따뜻하게 손을 잡고 웃으면서 헤어지도록 하라"는 구인회 회장의 철학이 그 바탕이 됐을 것이다.

◇보수적 기업문화 지우는 구광모, 밑바탕은 인화

그동안 재계에서는 LG그룹의 경영방식에 대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내려왔다. 일각에서는 인화를 중시해온 풍토가 기업문화에 스며들어 보수성을 강화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성과주의와는 거리가 먼 시스템으로 혁신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것이다.

2018년 만 40세의 젊은 나이로 LG그룹 총수가 된 구광모 회장(사진)은 선대 회장들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은 실리를 위한 과감한 결단이다. 구광모 회장 취임 후 LG그룹은 스마트폰, 태양광, LCD 편광판, 전자 결제 사업 등 미래를 찾지 못한 사업을 접고 전기차 부품, 로봇과 같은 신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다.

외부인재 등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순혈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 3M 출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베인앤컴퍼니 출신 홍범식 사장 등을 시작으로 외부기업 출신 인재를 임원으로 영입해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성과주의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매년 임원인사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인 임원에 대한 '필벌'이 강조되고 있다. 또 능력을 입증한 인재에 대한 빠른 승진으로 '신상'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구광모 회장이 인화를 아예 저버린 것은 아니다. 직원들의 처우 및 기업문화 개선을 통한 근로의욕 고취에 적극적이다. 올해 임금 인상률은 계열사별로 LG전자 8.2%, LG디스플레이 8%, LG이노텍 10%, LG CNS 10%, LG에너지솔루션 10%로 나타났다.

개개인의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한 업무공간을 조성했고, 시무식과 같은 비효율적인 조직문화를 없앴다. 편안한 옷차림을 권장하는 등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외부적으로는 고객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화를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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