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역량 시험대 오른 건설사들]확산되는 리스크, 원자재가에 금리부담까지 '이중고'한노치 차이에 수백억 금융비용 차이…역마진 우려에 사업 위축 '악순환'
정지원 기자공개 2022-07-13 15:01:15
[편집자주]
건설사의 조달 역량은 최근 몇 년 동안 큰 이슈가 아니었다. 금리도 높지 않았고 수익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분을 상쇄할 만큼 분양 성적이 따라주지 않는다. 조달 금리가 1%만 올라도 마진을 남기기 어려울 수도 있다. 펀더멘털이 튼튼한 건설사와 그렇지 않은 건설사의 양극화가 시작될 조짐이다. 주요 건설사의 조달 역량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8일 11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사들이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조달 역량 시험대에 올랐다. 최대한 저금리로 조달해야 사업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데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신용등급 변동으로 인한 희비가 이미 엇갈리고 있다. 등급이나 전망을 높이며 위기 속에서 숨통을 틔운 곳도 있다. 반면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조달 부담이 가중하고 있는 곳이 속속 부상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신용도 격차가 보다 벌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특히 외부차입 확대 기조를 이어온 A등급 이하 건설사는 신용등급 변동성에 더 크게 노출된 상태다. 수주 포트폴리오 구성을 다지고 주요 사업지 분양 실패를 방어하는 게 그만큼 중요한 시점이다.
◇금리 따라 수백억 뛰는 금융비용, 역마진 우려에 입찰 포기 사례도
얼마 전 서울 용산구의 한 재개발조합은 공동주택 및 부대복리시설 조성 사업에 3.3㎡(1평)당 공사비를 770만원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원자재가 상승으로 인해 올해 공동주택 공사비가 지난해와 비교해 30% 이상 치솟은 영향이다. 최근 공동주택 공사비는 3.3㎡당 600만원 안팎, 주상복합건물 공사비는 그보다 높은 700만원대에서 책정되고 있다.
공사비가 급등한 가운데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3년 만기 공모 회사채 AA- 금리는 지난해 7월 초 1.8%에서 이달 초 4.3%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3년 만기 공모 회사채 BBB+ 금리는 5.4%에서 7.7%로 올랐다.
건설사 개별 금리도 비슷하다. 대표적인 우량 건설사로 신용등급 AA-를 보유한 현대건설의 3년물 회사채 금리는 1년 전까지만 해도 1.8%였지만 이달 초 4.3%까지 올랐다. 신용등급 BBB+ 건설사들의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지난해 4%에서 이달 초 6.2%까지 올랐다.
건설사의 신용도는 사업 성패의 키다. 등급별 금리 차이는 한노치당 1~2%포인트 수준이지만 전체 차입 규모와 비교하면 사업의 수익성을 좌지우지한다. 만약 A- 건설사가 BBB+로 등급이 하향 조정된다며 금리는 2%포인트 정도 오르게 된다. 2000억원을 차입한다고 가정할 때 금융비용은 40억원 이상 뛴다.
여기에 시공사인 건설사의 신용도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공사는 책임준공 확약 등을 통해 규모가 작은 시행사를 대신해 완공을 보증하고 금융기관은 건설사 신용도에 따라 사업 안정성을 평가하고 자금을 대주는 구조다.
신용등급 AA 수준의 우량 건설사가 책임준공 확약시 기존 3.5%대로 자금차입 비용 금리를 적용받았다면 최근에는 5%대 초반까지 뛴 것으로 알려졌다. A나 BBB등급 건설사들의 금리 상승폭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PF금리는 사업에 따라서 달라지긴 한다"며 "다만 BBB등급 건설사의 경우 최근 사업성이 우수한 경우에만 5%대를 받고 일반적으로 6%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건설사는 신용도를 높게 유지하고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최소한의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공사를 할수록 손해가 나는 역마진 상황에 놓일 가능성 때문이다. 최근엔 이 같은 우려로 입찰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당장의 손해는 피할 수 있지만 향후 수주 실적 타격은 감수하는 모양새다.
◇일부 건설사 등급 하락 가능성 점증…조달 역량 양극화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 다수 건설사의 신용등급 및 전망이 상하향 조정됐다. 사업비 부담이 커진 만큼 등급 변동에 따른 조달 역량 역시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용도가 떨어진 곳들의 조달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A등급 건설사 중에서는 중대재해 이슈가 있었던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4월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올해 초 A+(안정적)에서 A0(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등급이 한노치 내린데다 전망에도 부정적이 붙었다.
BBB등급 중에서는 BBB0인 한신공영의 한국신용평가 등급 전망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동됐다. 자체 사업장의 분양 성과가 예상과 달리 부진했던 탓이다.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신용도를 높인 곳도 나타났다. A등급 건설사 중 대우건설이 A-(긍정적)에서 A0(안정적)으로, BBB등급 중에서는 동부건설이 BBB0(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변경됐다. BBB0(안정적)이었던 서희건설은 긍정적 아웃룩을 달면서 향후 신용등급 상향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으로 신용등급의 양극화가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건설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특히 A0와 A- 등급 건설사들에서 신용등급 변동이 잦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표적인 곳들로 태영건설(A0), SK에코플랜트(A-), 한화건설(A-), DL건설(A-), KCC건설(A-) 등이 있다. 해당 건설사들은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나 분양공사 비중, 지방 사업지의 분양 상황에 따라 현재 경영 환경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A등급 건설사들이 BBB등급 건설사들에 비해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PF 사업 비중을 늘려온 점도 부담이다. 이들 건설사의 단기성PF유동화증권 규모의 합은 지난해 말 별도기준 6조억원을 웃돈다. 사업 경쟁력이 악화할시 늘어난 차환 부담만큼 재무 여력도 함께 떨어질 수 있는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재무안정성이 타격을 입으면 일부 건설사들은 등급 유지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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