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14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답다고 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떠나는 사람만큼이나 남겨진 사람들의 아쉬움도 크다. 임기만료를 앞둔 국민연금공단의 투자책임자(CIO)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의 얘기다.국민연금이 새 CIO 인선 절차에 돌입할 준비에 한창이다. 안 본부장의 임기 만료가 오는 10월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통상 만료 3개월 전에 본격적인 절차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이달 중 공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4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안 본부장의 성적표는 어떨까. 일단 국민연금 CIO라는 자리의 무게를 견뎠다는 것만으로 합격점이다. 국민연금은 1000조원에 육박하는 기금을 운용하는 투자계의 큰 손이다. 그만큼 막중한 자리다. 일거수일투족이 초점이 되는 권좌이기도 하다. 그 무게를 이겨낸 그는 연임까지 성공하며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4년이란 최장기간을 재임한 CIO가 됐다.
그간 여러 CIO가 세간에 오르내리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 3년 임기(2년+1년)를 다 채운 전임자는 단 두 명 뿐이다. 얼마나 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평가해도 부족함이 없다. 강해서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게다가 조직 분위기를 재건한 점은 그의 치적 중 하나다. 안 본부장은 내부 출신으로 CIO에 이름을 올린 첫 케이스다. 2011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해외증권실장과 주식운용실장으로 3년간 운용을 담당했다. 이후 다시 민간으로 나왔고 BNK금융지주 사장까지 역임했다.
CIO로 복귀한 건 2018년 10월이다. 1년 이상 CIO가 공석인데다 국민연금 본사가 전주로 이전한 후 운용 인력의 이탈도 심각한 상황이었기에 주목도가 컸다.
그는 혼란스러운 조직 분위기를 가라앉힐 수 있는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 금융지주 사장으로 높은 보수를 마다하고 고향 격인 국민연금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조직원들에게 그 자체로 힘이 됐다. 연어가 모천회귀가 본능이듯 안 본부장의 선택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 본부장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기대 이상이었다. 조직문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사였기에 빠르게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재임 기간 중 올렸던 연 10% 안팎의 수익률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기대보다 큰 결과였다는 게 중론이다.
얼마 전 BTS가 ‘추락은 두렵지만 착륙은 두렵지 않다’라는 말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무리하는 안 본부장과 국민연금의 아름다운 이별에 응원을 보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point]다이나믹디자인, 대법원 부당이득금 소송 승소
- [i-point]투비소프트재팬, 'DX & AI 포럼 2024 서머 도쿄' 참가
- [IPO 모니터]'전기차 조력자' LS EV 코리아, 상장한다
- [삼성생명 밸류업 점검]발목 잡는 지배구조 부담
- [thebell note]롯데카드 매각 눈높이 적절할까
- [우리은행을 움직이는 사람들]내부통제 부실 '결자해지' 나선 전재화 부행장
- [금융권 보수 분석]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 업계 1위 급여…RSU도 매년 지급
- [현대커머셜은 지금]리스크관리 자신감 근거는 '데이터 사이언스'
- [금융지주 계열사 성과평가]박우혁 제주은행장, 효율화 성과에도 연임 걸림돌 두 가지
- [금융지주 계열사 성과평가]신한EZ손보 '이제부터가 시작', 강병관 대표 연임 여부에 시선
임효정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김광일 MBK 부회장 "고려아연, 현 경영 기조면 5년 후 부채 10조"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20년 만에 첫 기자간담회' MBK, 간절했고 절실했다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MBK-영풍, 고려아연 자사주 소각 나선다
- 한전, 요르단 발전소 소수 지분 매각 재개
- SK텔레콤, 복지 플랫폼 'SK엠앤서비스' 매각 추진
- '쌍용·한국기초소재 매각' 예비입찰에 SI 10곳 이상 참여
- '친환경 우드펠릿 제조' 에코에너지원, 경영권 매각 추진
- 한국서부발전, 인니 해상선적터미널 지분 재매각 추진
- '3파전 유력'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인수전, 인수금융 짝짓기 윤곽
- 앵커에쿼티, '카카오뱅크'에 추가 자금 투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