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소부장 2.0 돋보기]'재무 부담 해소' 하나기술, 현금흐름 개선은 과제②1분기 206억 현금 유출, 수주 증가로 유동성 둔화…IPO 계기로 재무건전성 '양호'
김소라 기자공개 2022-07-28 09:02:59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업종이 주도했다. 이 트렌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전기차 산업 밸류체인 속 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는 코스닥 시총 순위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시장에서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았음은 물론 기업의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방증이다. 더벨은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2차전지 소부장 강소기업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5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장비 제조사 '하나기술'은 지난 2020년 11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앞서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부채로 잡혀있던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상장과 동시에 전액 보통주로 전환돼 자본으로 편입됐다. 하나기술은 부채 부담을 단번에 해소한 셈이다.재무건전성은 개선했지만 또 다른 과제가 생겼다. 대기업들이 2차전지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자 장비 수주 물량도 증가했는데, 이는 회사의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장비업체의 경우 처음 수주 계약 당시 대금을 일부만 받고 제품 제조가 완료되면 나머지 금액을 수령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정 시점마다 현금 유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 사태가 발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금흐름 마이너스 전환, 영업 과정에서의 유출 지속
하나기술의 보유 현금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올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1분기에만 206억원의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앞서 몇 년간은 금융기관 차입 등 재무활동을 통해 현금 유입을 보완하며 유동성을 확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올해 1분기엔 모든 현금흐름 계정 과목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현금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 기간 하나기술이 투자활동을 크게 늘린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최근 몇 년간 영업에서 현금이 창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영업활동에서 26억원의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영업하면 할수록 돈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운전자본 증감에 따른 변화가 결정적이었는데, 선지출한 24억원의 선급금과 각각 56억원, 16억원의 재고자산 및 매출채권 증가분이 반영됐다. 매입채무가 감소하면서 40억원의 현금 유출도 추가로 발생했다.
하나기술 관계자는 "일단 큰 금액의 수주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장비 업종 특성상 계약금을 10%~20% 정도 먼저 받은 다음에 제작을 완료, 납품하면 중도금을 받고 설치까지 끝내면 잔금을 받는 구조"라며 "이와 별도로 제작 중간중간에 재료 매입, 외주 가공 등 외부 업체들엔 미리 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수주가 대량으로 늘어나는 시점은 대개 영업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편"이라 설명했다.
다만 하나기술은 아직 자금력엔 여유가 있는 편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4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 기업공개(IPO)를 통해 29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고, 지난해 10월 전환사채(CB) 발행으로 470억원의 신규 자금을 수혈한 덕이다.
최근 수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은 작년 말과 비교해 2240% 급증한 28억4200만원으로 집계됐다. 대손충당금은 외상매출이나 어음 등 매출채권 중 기말까지 회수하지 못해 미회수액으로 남아 있는 것에 대해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을 뜻한다. 세부적으론 미수금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22.13%로 가장 높았다.
◇판관비 증가 '악순환', SK온 신규 거래로 원가율 상승도 반영
늘어난 대손충당금은 하나기술의 영업실적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대손충당금이 판매관리비용 중 하나인 대손상각비로 잡히면서 전체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으로 설정된 28억4200만원 가운데 27억2000만원이 대손상각비로 처리됐다. 이는 1분기 발생한 판관비의 50%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올해 대손상각비가 많이 증가한 탓에 전체 판관비는 1년 만에 150%가량 증가했다.
이렇듯 비용 관리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하나기술은 최근 2년간 영업적자에 머물러 있다. 매출액은 2019년 590억원, 2020년 874억원, 2021년 112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지만, 2020년부터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해외 고객사를 중심으로 2차전지 수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외형은 커졌으나 같은 기간 영업비용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난 탓이다.
대표적으로 2020년 'SK온'과 신규 체결한 거래가 적자 전환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하나기술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늦게 SK온과 거래를 시작했는데 이때 SK온으로부터 발주한 제품은 2차전지 제조 과정 중 화성 공정에 들어가는 장비였다. 조립 공정에 가장 강점을 갖고 있는 하나기술 입장에선 SK온이 주문한 프로젝트에 맞춰 새롭게 제작해야 하는 장비가 많았고 그에 따라 당해 매출원가율이 평년보다 높게 잡혔다. 신규 거래처다 보니 제품 단가 설정도 다소 불리하게 설정됐다.
하나기술의 재무건전성 지표는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2020년 11월 IPO 당시 85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부채가 전액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부채 부담을 덜었다. 2019년 말 525%였던 부채비율은 이듬해 말 123%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동비율도 52%p(포인트) 상승한 145%를 기록했다. 다만, RCPS 전환분이 파생상품금융부채 평가손실로 잡히면서 2020년 총 304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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