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26일 08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는 제가 모르는 것에 손댈 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최근 한 삼표시멘트 관계자에게서 전해 들은 말이다. 삼표시멘트 최고위 인사와 ESG와 관련해 나눴던 대화를 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는 지나가는 말로 한 얘기였지만 ESG 경영에 대한 경영진의 평소 지론을 엿볼 수 있는 말이어서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돌이켜 보면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자는 단순 명료한 구호였다. 지난 수십 년간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던 시멘트 업계에서 내구성 좋은 제품을 꾸준히 개발하는 것보다 집중해야 할 화두는 딱히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최고경영진이 '잘' 한다고 자부하는 것은 주로 제품과 관련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친환경 제품 개발에 대한 관심이 특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종 특성상 제조 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 배출이 발생하는 만큼 "산림에 보답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 제품을 만들자"는 주문을 수시로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잘 하는 것만큼 '못' 하는 것도 눈에 띈다. 주력 계열사의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이사회를 소홀히 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이사회 참석률은 50% 수준에 그친다. 이마저도 지난해에만 꾸준히 참석한 결과다.
기업 이미지 관리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 인사는 올해 초 계열사인 삼표산업 채석장 사고 현장에 방문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비판과 달리 실제로는 양주 사고 현장에서 뒷수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이때도 "회사 이미지가 어떻게 보이든 상관 말고 우리가 할 일만 잘하자"라는 말만 남겼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잘 하지 못한 게 됐다. 삼표시멘트는 현재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 중이지만 원래대로라면 올해 초 관련 절차를 마무리했어야 했다. 하지만 삼표산업이 중대재해 처벌 대상에 이름을 올리자 관련 논의가 취소됐다. 삼표에 대한 이미지 악화 여파가 삼표시멘트에까지 미친 게 그 이유였다.
삼표시멘트는 최근 기업가치 극대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코스피 이전상장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치는 '회사 가치와 주가'가 진정성 있게 들리기는 어렵다. 삼표시멘트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처럼 잘해야 하는 것에도 집중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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