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 팹, '용적률 상향' 효과는 [Policy Radar]시행령 개정으로 350%→490% 상향…반도체특위 첨단산업법 통과시 시너지↑
김혜란 기자공개 2022-08-24 11:07:21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3일 11: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새 정부의 반도체 지원책 가운데 기대감이 높은 것 중 하나가 '반도체 산업단지 용적률 규제완화'다.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때 용적률을 기존보다 높일 수 있다면 한 공장에서 나오는 반도체 생산량이 늘어나고 공정 효율성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23일 정부에 따르면 기존 350%인 반도체 산업단지 용적률을 490%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당인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가 특별법으로 담아 입법 개정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논의했으나 입법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정부와 여당이 논의 끝에 시행령 개정으로 가닥을 잡았다.
◇용적률 상향시 뭐가 달라지나?
정부 계획대로 시행령이 개정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에는 어떤 효익이 생길까. 우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새로 지으려고 준비 중인 평택캠퍼스 반도체 제4공장(P4)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부터 설계가 달라질 수 있다.
보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반도체 팹(Fab·공장)은 2층 구조다. SK하이닉스의 이천 M16 팹이 3개 층이긴 하나 이외에는 대부분 용적률 규제에 맞춰 하중과 내진설계를 해 2층으로 지어졌다.
용적률이란 대지면적에 대한 연면적 합계의 비율을 말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반도체 산업단지에 한해 용적률이 490%까지 확대되면 연면적 합계가 그만큼 더 늘어나도 되니 지금보다 팹을 더 높이 짓는 게 가능해진다.
공장을 지금보다 더 높게 건설하면 한 면적에서 나올 수 있는 반도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수도권 공장 총량제로 수도권 내 부지 확보가 어려운 상황인데, 한 부지에서 기존 팹(공장, Fab)보다 캐파(생산능력, CAPA) 확대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국회 반도체 특위 관계자는 "용적률이 490%까지 올라가면 한 공장에서 반도체 생산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공정을 다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특위 첨단산업법과의 시너지는
반도체 업계에선 팹 관련해 정부에 용적률 상향뿐 아니라 다른 각종 규제도 정비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팹을 지을 때 경쟁국에선 2~3년이면 끝나는데 국내에선 부지 선정부터 가동까지 7년도 넘게 걸리는 비효율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속도전쟁인데, 국내에선 반도체 공장 하나 지으려면 각종 규제 허들과 행정 절차를 넘고 민원을 해결하는 데만 수년씩 걸리는 게 사실이다. 삼성전자가 평택공장을 완공하기까진 7년이 걸렸고 2019년부터 추진한 SK하이닉스의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반면 한국기업이 미국이나 중국에 공장을 지을 땐 허가에서 완공, 가동까지 2년 정도면 된다.
다만 규제 완화는 시행령 개정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 입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6월 출범한 국회 반도체 특위에서 가장 고민한 내용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반도체 특위위원장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이달 대표발의한 '국가첨단전략산업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이 법이 통과되면 반도체 팹 건설에 걸리는 시간을 지금보다 많이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 의원이 발의한 첨단산업법 개정안에는 공장 설계 단계에서부터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담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특화단지를 조성할 때는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 등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국토부장관이 특화단지 조성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기업이 공장 건설 계획안을 정하면 전력과 수도 등 설계 단계에서부터 기업과 정부 관련 부처가 함께 구조를 만들고 각종 행정 절차를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지금처럼 공장 건설을 위해 전기와 수도를 끌어올 때 복잡한 행정 절차로 시간이 지연되는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다.
이 법안은 특위가 정부 8개 부처의 장·차관 회의, 당정협의회 등을 통해 산업계와 학계, 정부, 여당의 의견을 종합해 마련했다. 앞선 관계자는 "기업인들과의 실무면담을 통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을 리스트업했고, 정부와 규제 완화 중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도 마쳤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시행령으로 신속하게 추진할 내용과 입법으로 풀 문제 등을 분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법 개정은 야당과도 협의가 돼야 한다.
한편, 반도체 특위위원으로는 금오공대 기계공학과 교수 출신인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과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박인철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등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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