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KT 지분교환]우군 확보한 양측 이해 득실은국민연금 견제할 확실한 우군 얻은 KT...현대모비스 참여로 지분율 확대 최소화
조은아 기자공개 2022-09-14 07:46:18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8일 12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 지분교환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국민연금공단(11.23%)에 이어 KT의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현대차그룹과 KT 모두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밝혔지만 KT의 경우 든든한 백기사를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현대자동차그룹과 KT가 7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한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KT 지분 7.7%를 확보하고 KT는 현대차 지분 1.0%, 현대모비스 지분 1.5%를 갖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이 다른 기업과 지분을 맞교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 지분을 다른 곳이 보유했던 일도 거의 없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경영권 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는 만큼 현대차 지분과 관련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앞서 2000년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하던 시기 다임러가 현대차 지분 10%를 보유하는 등 깊은 동맹을 맺었으나 당시엔 경영권이 위협받던 특수한 상황으로 경영권 방어 목적이 컸다.
'왕자의 난'으로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던 정몽구 명예회장이 다임러와의 제휴로 상황을 돌파했다. 그러나 그 뒤 정 명예회장의 경영권이 안정되면서 다임러는 오히려 잠재적 위협이 됐다. 다임러가 지분을 늘려 결국 현대차의 경영권을 노릴 것이라는 의혹이 계속 나왔다.
결국 사업적 효과를 노리던 다임러와 정략적 목적이 컸던 현대차그룹의 이해관계가 어긋나면서 두 회사는 4년 만에 결별 수순을 밟았다. 당시 현대차그룹 내부에선 다임러의 현대차 지분 매각을 오히려 반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지분 맞교환에서 지분교환 주체로 현대차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가 나섰다는 점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의 대표 부품회사라는 점에서 사업적 시너지를 겨냥한 행보이지만 현대차그룹의 성향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율은 5.33%,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 지분율은 2.62%에 그친다. 현대모비스가 최대주주(지분율 21.43%)로 현대차의 확고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긴하지만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 외부 기업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게 달가울 리 없다. 지분 맞교환 주체로 현대차만 참여할 경우 KT의 현대차 지분율은 2% 가까이로 높아진다.
반면 KT의 경우 확실한 우군을 얻게 됐다는 점에서 사업적 효과보다 더 큰 이득을 보게 됐다. 국민연금(11.23%)을 제외한 대주주가 없는 KT는 최근 우군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초 KT는 신한은행과도 지분을 맞교환하며 신한은행을 새로운 주주로 맞았다.
당시 NTT도코모가 KT 보유 지분을 정리하기로 했고, 이 지분을 신한은행이 취득했다. 신한은행은 기존의 계열사가 보유했던 0.02%에 더해 총 5.48%의 지분을 갖게 됐다. 당시의 거래가 기존 백기사를 갈아탔다는 의미가 있다면 이번엔 새로운 백기사를 확보하게 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지분율 역시 7.7%로 최대 주주 국민연금의 11.23%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신한은행과 더하면 13%대로 국민연금을 뛰어넘는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KT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국민연금과 대립각을 세우진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럼에도 필요할 땐 우군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둘은 2005년부터 다양한 사업에서 협업해왔으며 2009년 현대차가 KT 지분 0.9%를 매입한 뒤 여전히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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