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9월 28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 새 주인을 맞는다. 기대와 우려, 설렘과 긴장이 공존한다. 글로벌 3위 조선사를 품에 안는 한화그룹에게선 설렘이, 23년만에 대우조선해양을 떠나보내는 KDB산업은행에게선 후련함이 느껴진다. 새 주인이 될 뻔했던 현대중공업그룹에게선 아쉬움과 안도감이 동시에 보인다.누가 가장 기쁠까. 혹은 누가 가장 아쉬울까. 언뜻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대표를 지냈던 몇몇 인물들이 스쳐지나갔다. 정성립 사장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래 머리에 남았다. 3년도 더 전에 회사를 떠난 그가 특히 뇌리에 남았던 이유는 뭘까. 돌이켜보니 2016년 늦여름의 국회가 떠올랐다.
"옥포조선소에서 직원 4만명이 선임자의 잘못으로 멍에를 쓴 채 살아보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옥포 앞바다에 빠져죽겠다는 각오로 자구계획안을 꼭 이행해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겠다."
정 사장은 당시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에서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 광경이 여전히 생생한 걸 보니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것도 같다. 3년차, 아직은 기업인이 멀게만 느껴지던 시절 화면 넘어 진정성을 어렴풋이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이 내리막길에 들어섰을 때 취임해 가장 어려운 시기 회사를 이끌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맡으며 워크아웃 조기 졸업이라는 성과를 냈다. 이후 회사를 떠나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듯했지만 2015년 급작스레 부름을 받아 무려 9년 만에 구원투수로 복귀했다.
정 사장이 두 번째로 회사를 떠난 건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매각이 결정된 직후였다. 2019년 3월 마지막 주총에서 그는 "회사는 잘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정 사장은 현역 시절 조선업 재편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빅3 체제에서는 과잉 투자가 상당한 만큼 궁극적으로 빅2 체제로 가야한다고 줄곧 말해왔다. 공교롭게도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그의 바람대로 되지는 않았다. 한화그룹이 인수하면서 국내 조선사는 빅3 체제를 유지한다.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어디 정 사장뿐일까. 이제 발표 삼일째이지만 이번 매각을 향한 평가도 단상도 차고 넘친다. 한쪽에선 비싸다며 다른 한쪽에선 싸다며 비판한다. 여기선 '졸속'이 저기선 '신속'이 된다. 새출발을 응원하는 따뜻한 시선이 있는가하면 이번에도 정상화에 실패하면 파산밖에 없다는 서릿발같은 일침도 있다. 그럼에도 속내는 다들 엇비슷하지 않을까. 대우조선해양과 한화그룹, 국내 조선업의 윈-윈-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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