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 2차 공모 뒤 내부 출신 행장…무슨일 있었나 캐스팅보트 쥔 금융당국 2인 찬성으로 돌아서…임준택 회장 의지+공적자금 상환 이벤트 영향
김형석 기자공개 2022-11-17 08:25:51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6일 1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협은행이 2연속 내부 출신 행장을 선택했다. 관료 출신 행장을 선임하기 위해 2차 공모까지 진행했으나 내부 출신 행장이 최종 낙점됐다.수협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당국 출신 후보자가 없다며 2차 공모까지 진행한 뒤 행추위를 다시 열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의 강력한 내부 출신 인선 의지와 공적자금 상환이 마무리된 점, 금융당국 내 미묘한 기류 변화 등이 내부 출신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 행추위는 강신숙 수협중앙회 금융사업 부대표를 신임 은행장으로 내정했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던 것은 금융당국 몫 행추위원들이다. 이들의 막판 결심이 강신숙 행장으로 쏠렸다.
수협은행 최종 행장 후보로 선정되려면 행추위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행추위원은 김정길 1·2구 잠수기 수산업협동조합장(수협중앙회 추천), 최요한 보령수협 조합장(수협중앙회 추천), 김종실 수협은행 사외이사(해양수산부 추천), 한명진 수협은행 사외이사(기획재정부 추천), 김성배 수협은행 사외이사(금융위원회 추천) 등 5명이다. 이들 5명 위원 중 4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수협은행 행추위 위원들은 수협중앙회 추천 2인, 해수부 1인, 금융당국 2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당국 추천 위원들이 수협 내부 출신 후보자 선정에 동의한 데는 임준택 중앙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
임 회장은 행장 후보자 면접 하루 전인 지난달 24일 '공적자금 조기상환 기념식' 개최를 통보했다. 이 행사의 목적은 표면적으로는 공적자금 상환이지만 지주사 전환을 통한 '수협 미래 비전' 선포식이었다. 내부적으로 2030년까지 지주사 전환을 추진, 자체적인 수익성 다변화 전략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태원 사고로 급작스럽게 기념식이 취소되기는 했지만, 행추위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과 자체적인 수협은행 발전방안을 내놨다는 것은 임 회장이 당국 출신보다는 내부 출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금융당국 출신 행추위원들은 관료 출신 인사를 선호했다. 지난 7일 행추위 회의에서도 이같은 메시지가 나왔다. 당국 출신 행추위원들은 이날 5명의 후보자 면접 뒤 회의에서 외부 출신 인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2차 공모를 요구했다.
당시 후보자 5명 중 4명(김진균 현 은행장, 강신숙 수협중앙회 금융담당 부대표, 권재철 전 수협은행 수석부행장, 김철환 전 수협은행 부행장)은 내부 출신, 나머지 한 명은 민간(최기의 KS신용정보 부회장)이었다.
2차 공모에선 당국 출신 인물인 신현준 신용정보원장과 강철승 전 중앙대 교수가 출사표를 냈다. 신 원장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담당관 등을 지냈다. 강 교수는 학자 출신이다.
2차 공모에 나선 인물들에 대해선 수협 측 행추위원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수협 한 관계자는 "당국 측 위원들이 2차 공모까지 진행하면서 당국 인물을 선임하려는 모습을 내비쳤다"며 "임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수협 측 행추위원들도 행추위에서 비토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금융당국 몫 행추위원들이 한 발 물러나며 강신숙 행장 내정자에 손을 들어줬다. 수협이 공적자금 상환을 완료했고 당국 출신 인사를 더 강하게 밀기 어렵기도 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가 당국 측 행추위원들에게 반영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에서 "최고경영자(CEO)의 후임자 물색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들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금융당국은 절대 (CEO 임명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할 생각이 없고 이사회가 통제해야 할 문제로 어느정도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발언은 손태승 우리금융회장, 김지완 BNK 회장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또 원론적인 수준에서 금융사 CEO들이 거취를 정해야 한다는 얘기를 내놓았다.
하지만 수협은행 행추위 과정에선 유리하게 해석이 가능했다. 수협은행장 선임에 대해선 금융당국의 개입 의지가 약할 수 밖에 없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이 원장의 발언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징계와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사임과 관련한 것으로 풀이해야 한다"며 "하지만 다른 금융회사들에선 CEO인선에 명분으로 활용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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