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규 에넥스 회장, 지속된 적자 돌파구는 2019년부터 영업손실 지속, 특판 매출 줄자 B2C 강화 '체질개선'
이효범 기자공개 2022-12-30 08:53:25
[편집자주]
가구업계 창업주 시대가 저물고 있다. 조창걸 전 한샘 회장이 경영권을 매각한 것도 이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일찌감치 후계자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이제 막 경영권을 이양하면서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가구업 1세대인 창업주의 오너십이 이동하는 과정을 들여다보고 2세들의 행보와 경영 성과를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8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넥스 창업주 2세 박진규 회장은 지난 2019년 공식적으로 회장 직함을 달았다. 1980년대 중반에 입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30년 넘는 기간의 승계작업이 마무리 된 셈이었다. 제조 현장을 거쳐 국내와 해외사업을 두루 경험하면서 경영역량을 갈고 닦았지만 그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회장 취임 첫해 매출은 전년 대비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까지도 매출 감소와 영업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올해 3분기까지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적자 폭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업황 악화에 따른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매출 비중을 키우는 체질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넥스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529억원, 영업손실은 153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0.9% 감소했고 영업손실 폭은 더욱 커졌다. 외형과 수익성이 모두 뒷걸음질 친 셈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영업손실은 200억원 안팎에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적 부진은 특판에 편중된 사업구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에넥스의 판매경로를 살펴보면 올해 3분기 누적 특판 비중이 80%를 웃돈다. 이외에 대리점과 온라인 등 B2C 채널로 판매되는 비중이 15% 수준이다. 에넥스 대리점은 전국 130여개다. 공식 온라인 스토어인 에넥스몰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내 주요 쇼핑몰 및 홈쇼핑 방송, 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가구를 판매한다.
특판은 주로 건설사 등이 짓는 신규 주택에 주방용 가구 등을 납품하는 형태다. 주택 거래량이 많을 수록 특판매출도 커지는 구조다. 올 들어 9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41만7794건으로 전년동기(81만8948건) 대비 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넥스 입장에서는 주력 사업 매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추세는 수주잔고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2018년과 2019년 2822억원, 2481억원이었던 기납품액이 2020년부터 1500억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연간 수주총액도 감소세다. 기납품액과 수주총액이 덩달아 감소하면서 최근 수년간 수주잔고는 2300억원 안팎에 머물러 있다.
박 회장은 업황 악화에 대응해 B2C 매출 비중을 늘리는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직영점을 내는 방안을 추진했다. 논현동 가구거리에 신규 직영점을 만들어 브랜드와 상품 경쟁력을 알리고 대리점 유통망을 통해 판매를 확대한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또 같은해 12월 안성물류센터를 오픈했다. 온, 오프라인 다양한 품목의 재고를 확보함과 동시에 당일배송, 익일배송 품목을 확대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즉시 공급할 수 있도록 수도권 지역의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역시도 특판 비중을 낮추고 B2C 비중을 높이기 위해 포석으로 해석된다.
제품 경쟁력도 강화한다. 커스터마이징 시리즈 ‘키친팔레트’, ‘워드롭팔레트’ 제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키친 팔레트는 국내 주방 브랜드 최초로 도어 디자인, 컬러, 손잡이 등 주방의 각 요소를 선택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주방가구다. 워드롭팔레트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도입한 붙박이장 제품이다. 이처럼 커스터마이징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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