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03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과급 시즌이 되면 주주들 사이에선 늘 아우성이 터진다. 많게는 기본급의 1000% 넘는 임직원 성과급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투자기업의 배당성향은 한없이 부족해 보인다. 주총 시즌을 앞두고선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이 매섭다. 이들은 금융지주와 공기업 등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며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중이다.#GS건설과 대우건설은 최근 국민연금으로부터 사실관계 확인 서한을 받았다. 단순한 확인 요청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선 법령위반 행위로 생긴 손해에 대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화정동 붕괴사고 이후 네덜란드 APG로부터 권고적 주주제안을 요구 받았다. 정관 변경과 ESG의안을 요구할 수 있는 권고적 주주제안을 수용한 건 아직까지 전례가 없다.
모 대기업 임원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마다 주주의 눈치를 보는데 지쳤다고 말했다. 이사회가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사안조차 주주의 권리를 내세워 반대하니 옳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토로했다. 기관 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 범주를 과도하게 확대해 의사결정에 끼어드는 일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흔히 주주를 기업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비유하자면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를 마치 주인으로 보는 셈이다. 물론 세포는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는데 없어선 안 될 존재다. 모든 인체는 세포로 구성된다.
하지만 '어떤 세포가 인간의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의사결정은 자유의지와 자아의식에 따라 행해질 뿐 각각의 세포와는 무관하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의사결정은 경영진과 이사회에 의해 정해질 뿐 주주가 의사를 결정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사회가 '신의성실 원칙(Fiduciary Duty)'을 지켜 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논리 역시 빈약하긴 마찬가지다. 이사회는 주주가 아닌 기업과 계약을 맺기 때문에 주주에 대한 신의성실 원칙을 간접적으로 질 뿐이다.
대법원 판례상 주주는 기업의 경제적 주인일 뿐 법률적 권리를 가지지 않는다. 어떤 국가의 상법도 이사회를 주주의 대리인으로 보지 않으며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의사결정만 내리도록 규정하지 않는다.
기업이 누구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오랜 논쟁거리다. 2000년대 들어선 주주와 근로자, 소비자, 협력사, 지역사회를 중시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고개를 드는 추세다. 스튜어드십 코드와 주주행동주의, ESG흐름은 아마도 시대의 요구일지 모른다.
그러나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주주의 지나친 개입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기업이 주주의 요구에 맞춰 의사결정을 내리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옳은 방향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주주우선주의'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을 뒤흔드는 상황이 벌어져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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