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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회계 톺아보기]‘안전 톱’ 현대차그룹, 비결은 아낌없는 R&D 투자50% 육박하는 자산화율...R&D 시행착오 거치며 E-GMP 안전성 강화

강용규 기자공개 2023-01-17 07:40:06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5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IHS(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는 해마다 미국 시장에 출시된 차량의 충돌안전성을 평가해 발표한다. 충돌시험을 진행하는 세계 여러 기관들 중 가장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신뢰도도 가장 높다고 여겨진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2년 15개 차종이 최고등급인 TSP+(Top Safety Pick+), 11개 차종이 양호 등급인 TSP를 각각 받아 26개 차종을 TSP+/TSP에 올렸다. 폴크스바겐그룹의 27개에 이은 2위다. 다만 IIHS의 집계는 동일 차량의 연식 변경모델을 별개 차종으로 집계하는 방식이다. 중복 집계를 제외하면 현대차그룹이 25개 차종으로 1위, 폴크스바겐그룹이 20개 차종의 2위다.

현대차그룹은 12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충돌안전평가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고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안전 톱’에 오르기 위해 거치는 자체 테스트의 일부를 기자들에 직접 보여줬다.

◇ E-GMP에 녹아 있는 설계 단계부터의 안전 고민

남양연구소는 보안이 철저하기로 유명한 시설이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물론이고 노트북의 웹캠에까지 촬영 방지 스티커를 부착하고 난 뒤에야 입장이 가능했다.

이날 충돌시험은 아이오닉5 24MY 차종을 64km/h로 달리게 한 뒤 전면부의 40%(운전자 측)를 차량 형태의 변형체 벽에 부딪치도록 하는 것이었다. IIHS의 충돌시험 기준 강화에 맞춰 운전석뿐만 아니라 뒷좌석에도 여성 승객의 더미(인체 모형)를 추가한 상태로 진행됐다.

시연에 동원된 차량이 전기차인 아이오닉5였던 만큼 주요 관심사는 배터리의 충돌안전성이었다. 백창인 현대차 통합안전개발실장 상무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승객실을 제외하고는 적절한 변형으로 충돌에너지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했으나 E-GMP는 배터리가 장착된 부위에 손상이 없도록 구조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는 충돌에너지의 효율적 흡수를 위해 범퍼 빔과 엔진룸에 다중 구조를 적용했다. 충돌시 배터리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차체 바닥과 배터리팩 사이에 관통 볼트 체결 구조도 적용됐으며 측면 충돌과 후방 충돌을 고려한 설계도 활용됐다.

12일 실시된 현대차그룹의 아이오닉5 충돌시험 모습.(자료=현대차그룹)

시험이 시작됐다. 아이오닉5가 빠른 속로 달려와 벽에 충돌하는 순간 굉음이 울렸고 파편이 비산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다. 배터리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탑재된 장비는 여전히 정상 작동하고 있었다. E-GMP에 적용된 구조 및 설계가 배터리를 효과적으로 보호했다는 점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차체 문 열림에도 문제가 없었다. 에어백은 운전석과 조수석의 전면 에어백과 운전석-뒷좌석에 걸친 측면 에어백이 모두 정상적으로 터졌다. 차체의 찌그러짐은 충돌부(운전석)의 A필러가 시작되는 부분까지만 구겨졌을 뿐 이외에는 변형이 나타나지 않았다. 타이어 역시 충돌부 타이어에만 펑크가 났을 뿐 나머지 3개는 모두 정상이었다.

시험을 담당한 양민호 책임연구원은 “아이오닉5는 IIHS로부터 이미 현행 시험 규칙으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다”면서도 “향후 강화될 평가 방법에서도 동일한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해 이번 시험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 안전을 위한 현대차의 아낌없는 R&D투자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업계 안전 톱에 오른 것은 그만한 투자가 선행됐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R&D(연구개발)를 총괄하는 현대차는 최근 몇 년 연구개발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19년에는 R&D 지출이 3조원을 넘어섰다. 웬만한 대기업의 1년 매출이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연구개발성과를 특허 등 형태로 무형자산화하는 ‘자산화율’이다. 이전부터 현대차는 자산화율이 50%를 넘나들어왔다. 일반적인 제조기업들이 10% 미만, 높아도 20% 수준에 머무르는 이 숫자가 50%를 넘는다는 것은 현대차가 그만큼 효과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음을 뜻한다.

그러나 현대차의 R&D 자산화율은 2018년 53.8%로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2년 3분기 말 기준으로는 34.4%까지 낮아졌다. R&D투자를 확대하고 있음에도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하는 연구개발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반대급부로 비용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의 트렌드 대전환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는 것과 연관이 있다. 구동계가 완전히 새로운 차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대차는 선행연구, 개발 승인, 제품개발, 양산 개시의 4단계로 R&D를 진행하며 자산화하는 단계는 2단계부터다. 자산화율의 하락은 선행연구 단계에서 폐기되는 프로젝트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E-GMP의 안전성 역시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다.

현대차는 R&D에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는 이날 행사에 투입된 더미에서도 나타난다. 현대차그룹은 남양연구소에서 다양한 체격의 남성, 여성, 유아 더미 등 총 27종 170여 세트의 더미를 운용하고 있다. 기관들의 평가에 실제 쓰이는 제품들 가운데서도 최고의 더미를 쓴다. 가장 비싼 더미는 한 세트의 가격이 15억원에 이르며 더미의 손상부분을 교체하는 부품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가 R&D 투자에 공격적으로 임하는 것, 이미 최고등급을 받은 차종에 대한 재시험까지 실시하면서 안전성에 집착하는 것. 이유는 간단하다. 백창인 상무는 이렇게 말했다.

“충돌안전성능은 자동차업계에서 일종의 진입장벽. 곧 경쟁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차체의 구조나 기술, 강판의 강도, 부속장치의 설계 등 회사의 연구개발과 기술을 총집합한 결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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