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07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건설업계에서 ‘친환경’은 뜬구름 잡는 소리였다. 친환경이 미래 사업의 중심이고 글로벌 규제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필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과연 돈이 되는 사업인 지 확신이 없었다.이제는 모두가 친환경이 미래라고 자신있게 외친다. 올해 초 대부분의 건설사 CEO들 신년사에도 친환경 신사업은 핵심 과제 목록 최상단에 올랐다. 의례적으로 3~4순위에 끼워 넣던 당위적 목표가 아니라 본격 수익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수년 사이 크게 바뀌어버린 업계 판도를 바라보는 개별 회사들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약간의 온도 차가 감지된다. 이제 출발점에 서 있는 회사가 있는 반면 이미 상당한 준비를 마친 곳들도 있다. 전자에 속하는 곳들은 앞으로 창업에 준하는 전환기를 거쳐야 하지만 후자의 회사들은 보다 느긋하게 수확의 계절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후자 중 특히 눈에 띄는 곳들은 M&A을 통해 신속하게 친환경 사업 체제를 구축한 회사들이다. SK에코플랜트를 비롯해 GS건설, 아이에스동서, 태영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SK에코플랜트는 아예 친환경 부문으로 업종 시프트를 선언한 수준으로 사업 구조를 갈아엎었다. 자회사로 편입시킨 삼강엠앤티(현 SK오션플랜트), EMC, 테스 등은 이미 관련 업계에서 최상위권의 영향력을 다졌다. 매출 및 이익 규모도 매년 견조하게 성장 중이다.
GS건설 역시 일찌감치 M&A로 확보한 GS이니마와 단우드 등을 통해 신사업 포르폴리오를 다져왔다. 4~5년 전부터 공 들인 인선이엔티, TMC 등을 라인업으로 갖춘 아이에스동서도 마찬가지다. 건설업을 기준으로 하면 중견사에 해당하지만 친환경 사업만 보면 선발주자로 꼽힌다.
밸류에이션 관점에서도 전통 건설업을 뛰어넘고 있다. 조 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환경 자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삼강엠앤티의 최근 시가총액(1조900억원대)을 보면 웬만한 중견 건설사들의 시총을 이미 넘어섰다. 톱티어로 분류되는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의 시총도 1조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환경 사업부문의 밸류가 본업인 건설업을 능가하는 날이 머지 않은 듯하다.
신사업을 시작하는 여러 시나리오 중 공격적인 M&A를 통한 사업 진출은 가장 리스크가 큰 방식 중 하나로 꼽힌다. 그 대신 성공했을 때 돌아오는 이익 규모도 크다. 내부 사업부서를 신설해 시작하는 방식은 리스크는 훨씬 작지만 시간도 그만큼 오래 걸린다.
이들의 친환경 사업은 남들보다 투자 리스크를 몇 년 앞서 부담한 것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있다. 사업 진출의 시급성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애니멀 스피릿’을 발휘한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수확의 기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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