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터진 손익차등형 펀드…삼성증권 라인업 확충 릴레이 브레인운용 이어 한투밸류도 출시…사실상 원금보장, 운용사 부담 지적도
이돈섭 기자공개 2023-04-04 08:25:48
이 기사는 2023년 03월 30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 증권사들이 손익차등형 펀드에 연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증권이 브레인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과 함께 손익차등형 펀드를 선보여 100억원 단위 펀딩을 성공리에 마무리지었다. 현재 다수의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손익차등형 펀드 라인업 확충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다만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연초 이후 국내외 증시가 이렇다 할 반등을 보이지 못하자 운용사가 결과적으로 자기 부담을 통해 손익차등형 펀드를 선보인 것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업계 전체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30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한투밸류운용은 이날 '한국밸류 시큐어UP 일반사모투자신탁'을 설정한다. 삼성증권 리테일 채널에서 이달 초 투자자를 모집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약 300억원을 끌어모았다. 당초 29일 펀딩을 마감할 예정이었지만, 추가 수요가 있어 기간을 연장했다. 목표 설정금액은 500억원이다.
'한국밸류 시큐어UP' 펀드는 국내 상장주식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이벤트드리븐 전략을 구사하면서 단기 성과를 끌어올리는 한편 긴 호흡으로 성장성이 높은 종목에 투자해 장기 성과 창출을 도모한다. 단일 투자종목 비중은 펀드 전체의 20% 이하로 제한해 개별 종목의 변동성 리스크를 관리한다.
해당 펀드 구조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손익차등형으로 설정됐다는 점이다. 리테일 고객 자금과 운용사 고유재산이 약 9:1 비율로 각각 선순위와 후순위에 태워진다. 펀드 수익률이 4%를 초과하기 전에는 모든 성과가 선순위에만 돌아간다. 4%를 넘어가면 선·후순위가 각각 55:45로 수익을 배분키로 했다.
로스컷 이벤트도 설정했다.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 8%를 기록하기 전까지는 후순위 투자금에서 손실액을 전액 보전키로 했다. 마이너스 8% 이하로 떨어지면 운용을 중단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운용사가 고유자금으로 하방을 막아주는 구조라 사실상 손실을 볼 위험이 없다. 펀드 운용기간은 1년이다.
한투밸류가 손익차등형 펀드를 선보인 것은 지난 1월 말 '한국밸류 프로텍션' 펀드 이후 올해 들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한투밸류운용 관계자는 "올해 들어 주식 투자 진입에 관심을 내비치는 투자자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시장 변동성을 관리할 방법도 찾고 있는 데 착안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반영해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손익차등형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브레인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브레인 Long-Short BBOT 일반사모투자신탁 2호'를 출시했는데, 이 펀드 역시 삼성증권을 판매사로 로스컷(-8.5%)과 목표달성 이벤트(+15%)를 설정한 손익차등형으로 설정됐다.
브레인 BBOT 2호 펀드의 설정액은 266억원. 대부분의 신규 헤지펀드들이 100억원 미만 수준에서 펀딩을 마감하는 것을 감안하면 연초 이후 손익차등형 펀드들의 인기는 이례적이다. 지난달 VIP자산운용이 선보인 손익차등형 공모펀드가 짧은 시간 완판되면서 관심을 집중시킨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특히 리테일 채널에서 상품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현재도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헤지펀드 하우스 측에 손익차등형 펀드 출시 계획을 꾸준히 문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로 멀티전략 주력 헤지펀드 하우스들이 손익차등형 펀드 출시를 앞두고 내부 논의를 진척시키고 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분위기에 회의적 시각을 제기하기도 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 수요는 분명히 있는데 시장은 불안하니 변동성 리스크을 제어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손익차등형 펀드지만 운용사가 운용의 묘를 살리기보다 운용사 고유재산을 동원해 손실을 메운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손익차등형 펀드는 운용사가 하방을 막은 사실상 원리금보장형 상품"이라며 "운용사 펀드 마케팅 차원에서 매력적인 상품이지만 운용사 캐파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수의 상품이 줄줄이 나오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금의 분위기는 운용업계 전체에 부담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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