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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의 투자성과]LG생활건강 저점 판단…이태희 사외이사 베팅 결과는③이달 말 임기 앞둔 이태희 사외이사, 지난해 주식 매수…현재 순손실 상태

이돈섭 기자공개 2025-03-24 08:19:24

[편집자주]

이달 정기주주총회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다양한 기업의 이사회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새롭게 이사회에 진입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이들이 있는 반면, 그간의 임기를 마치고 이사회를 떠날 채비를 하는 이들이 있다. 이사회에 합류해 재직하는 동안 몸담은 회사 주식을 취득한 경우, 임기를 마친 지금 그 투자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기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 사외이사 중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의 그간 투자 성과를 측정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0일 08시18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태희 LG생활건강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사진)은 LG생활건강 4명의 사외이사 중 유일하게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6200만원을 들여 주식을 매입한 이후 시장 일각에서는 그의 주식 매수에 대해 호평이 나왔지만 아쉽게도 주식 매입 후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해 19일 현재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LG생활건강 이사회에 합류한 그는 이달 중 6년의 사외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사외이사는 국민대에서 올해로 30년째 근무하고 있는 현직 대학교수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회계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경영학회 부회장과 방송통신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이 사외이사는 국민대 대외협력처장과 경영대학원장, 기획부총장 등으로 근무했다. 이 사외이사는 그의 전공 분야인 회계 분야 전문성을 살려 LG생활건강 감사위원회의 위원장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사외이사는 지난해 3월 LG생활건강 주식 160주를 주당 38만5625원씩 총 6200만원을 들여 장내 매수했다. 지난해 사외이사 보수는 9600만원, 보수의 3분의 2를 들여 주식을 매수한 셈이다. 그가 LG생활건강 주식을 매입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현 네이트커뮤니케이션즈) 이사회 경험이 있고 현재도 롯데카드 사외이사직을 겸직하고 있지만 적을 두고 있는 기업 주식을 직접 매수한 경험은 전무했다.

그가 LG생활건강 주식을 매수한 시기 LG생활건강의 실적은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 사외이사가 주식을 매입하기 직전 사업연도(2023년) 영업이익(연결)은 487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1.5% 감소했다. LG생활건강 영업이익은 2021년 9800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작년 한 해 459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식 매입 당시 주가는 전년 대비 52% 빠진 상태이기도 했다.

[이미지=국민대학교]
매수 당시 개최된 이사회에서 논의된 안건들 역시 경영실적 보고와 재무제표 승인 등으로 대체로 평이했다. 2023년 하반기 색조 화장품 제조 기업 비바웨이브 지분 인수 안건과 울릉샘물 유상증자 참여 승인 안건, 프리미엄 가맹사업 철수 및 개편방안 승인 안건 등이 이사회 테이블에 올라왔지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시장에선 이 사외이사의 매수 시점이 일종의 저점 매수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주목할 만한 이벤트는 그해 말 LG생활건강이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것. 지난해 11월 말 LG생활건강은 향후 3년간 3014억원 규모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한편 배당성향을 3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내용을 담은 밸류업 정책을 선보였다. 하지만 밸류업 정책 이후에도 주가는 답보 상태에 머물렀고 그 흐름은 현재까지 이어져 이 사외이사는 현재 15% 정도 투자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경우 이사회 개최 전후 경영 현안을 포함해 안건 관련 자료들을 사전에 전달받는 만큼 회사 정보에 밝을 수밖에 없는데, 자기 돈을 들여 주식을 매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가능성을 내다봤다는 의미"라면서 "투자 결과가 어찌 됐든 사외이사가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주주 충실의무를 다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어 시장에는 긍정적으로 비추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LG생활건강 이사회에 몸담았던 사외이사 중에는 상당 수준의 이익을 실현한 경우도 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LG생활건강 사외이사를 역임한 이영혜 전 사외이사가 대표적이다. 월간잡지 기업 대표인 이 전 사외이사는 2010년 5월부터 1~2개월에 한 번씩 매번 많게는 404만원 적게는 318만원 자비를 들여 2013년 3월 이사회를 떠날 때까지 33차례에 걸쳐 총 1억2400만원을 들여 도합 보통주 264주를 매입했다.

2013년 3월 중순 사외이사 사임과 함께 그가 보유 주식 전량을 처분했다고 가정할 경우 그는 약 4000만원여 순수익을 기록, 30%대 운용성과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사외이사가 주식을 매집한 기간인 2010년 5월(약 32만원)부터 2013년 3월(약 62만원)까지 LG생활건강 주가는 2배 가까이 올랐다. 2005년 초 3만원 수준이었던 LG생활건강 주가는 15년 이상 상승세를 기록, 2021년 7월에는 180만원 문턱까지 치솟았다.

이 전 사외이사는 지난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자회사인 코스닥 상장 금형 제작업체 모델솔루션 사외이사로 기용됐다. 하지만 LG생활건강 이사회 활동 당시 주식을 매집했던 것과 달리 모델솔루션에선 주식을 매수하고 있진 않고 있다. 지난해 모델솔루션 영업이익은 약 42억원으로 1년 전 3억원에서 14배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2년 10월 상장 이후 주가는 꾸준히 빠져 1만1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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