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디지털헬스케어 기업 열전]"B2G·동반진단 전략…흑자전환 시기 앞당긴다"② 백승욱 루닛 이사회 의장

임정요 기자공개 2023-04-05 12:54:43

[편집자주]

카카오와 네이버 등 국내 굴지의 IT 기업, 제약회사, 롯데를 비롯한 대기업까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약 등 바이오 투자에 소극적이던 투자 업계도 관련 분야로 눈을 돌렸다. 디지털치료기기 등을 시작으로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은 국내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다. 관련 기업을 만나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미래상과 발전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3일 0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루닛의 정체성은 '딥러닝'과 '암 정복'입니다. 현재 우선순위는 '동반진단'이며 2025년부터는 흑자전환을 예상합니다"

30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된 백승욱 루닛 이사회 의장(사진)의 말이다. 백 의장은 최근 진행한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차분히 앞으로 루닛의 성장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백승욱 루닛 이사회 의장
백 의장은 루닛 공동창업자 6인 중 한 명이자 루닛의 최대주주(7%)다. 2013년 회사를 차리고 초반에는 직접 대표를 맡았지만 2018년 의사 출신 서범석 대표에게 대표직을 넘겼다. 이후 '제품'과 '사내혁신'에 집중했다. 현재 루닛 내에서 백 의장의 주된 임무는 신사업 발굴 및 임직원 동기부여다.

백 의장은 "적임자에게 대표를 맡긴 것"이라며 "(나는) 이사회 의장으로서 조금 여유를 가지고 중장기적인 주제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가 글로벌 진출 및 경영을 총괄하고 백 의장이 회사의 커다란 방향성을 구상한다. 올 초 스핀오프시킨 루닛케어가 첫번째 신사업 예시다. 당장은 루닛케어 외 또 다른 신사업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루닛케어·B2G·동반진단 사업 활로 모색

루닛케어는 암 환자들의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올 1월부터 별도법인으로 스핀오프시켜 박은수 대표에게 맡겼다. 박 루닛케어 대표는 루닛 이노베이션 부문에서 부서장으로 백 의장과 함께 루닛케어 론칭을 리드했다.

백 의장은 루닛케어에 대해 "루닛의 성장을 위해 고민했던 사업 아이템"이라며 "암은 의사 외에도 보험, 제약사, 환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루닛케어 플랫폼에서는 유방암, 위암, 갑상선암, 폐암, 대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암 치료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암 전문 의료팀이 환자들의 질문에 답을 제공하기도 한다.

신사업 외 루닛 본연의 사업에 있어서 백 의장은 "인사이트(Insight) 제품은 B2G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있고 스코프(Scope) 제품은 빅파마와의 협업을 통한 '동반진단' 사업형태를 태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이트와 스코프는 각각 루닛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제품군이다. 루닛 내에서 인사이트 팀은 '캔서스크리닝 그룹'이라고도 불리는데 암을 어떻게 정확하게 조기발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팀이다. 스코프 팀은 면역항암제 처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인체내 PD-L1 단백질의 발현율을 수치화해 보여준다.

인사이트는 폐암과 유방암 진단의 적중률을 높여주는 솔루션이다. 정확한 암 진단은 국가 의료비용을 절감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정부차원에서도 관심이 클 수 있는 분야다.

백 의장은 "서 대표가 세계경제포럼 등으로 출장을 다니며 각국의 정부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며 "호주를 시작으로 향후 5년내 특정 국가들의 암 검진 사업에 루닛이 포함되어 안정적이고 큰 규모의 매출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루닛은 작년 11월 호주 유방암 검진 사업 운영권을 획득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NSW)주 지역내 40세 이상 여성에게 무료 유방암 검진권을 제공하는 호주 국영 프로그램이다. 루닛이 입찰에 참여해 최종 선정됐다.


더불어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스코프 제품의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CDX)화다. 동반진단이란 특정 치료제를 사용하기 위해 수반되어야 하는 진단검사를 뜻한다.

백 의장은 "동반진단은 제약사들의 니즈가 중요하다"며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빅파마를 계속 태핑하고 있고 올해 안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백 의장은 "비용투자를 해서라도 매출을 더 공격적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지만 거시경제 상황을 보면서 비용지출은 거의 변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두배의 매출증가를 이뤄냈다"고, "2025년에는 흑자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루닛은 작년 매출이 138억원으로 직전연도 대비 2배 늘었다. 판관비 때문에 영업손실은 500억원으로 10.8% 심화됐지만 순손실은 391억원으로 47% 개선됐다.

루닛은 작년 말 기준 64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 백 의장은 "추가펀딩 없이 손익분기점(BP)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략적인 큰 투자가 필요하다면 펀딩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당장은 계획에 없다"고 말했다.

◇인적자원 관리에 쏟는 정성

백 의장은 루닛의 인적자원을 관리한다. 6명으로 출발했던 회사가 지금은 275명 인원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10년 전 회사 설립 때 함께 했던 공동창업자 가운데 이탈한 이는 아직 한 명도 없다. 외국인이 40명(14%), 의사가 12명(4%)이다.

백 의장은 "인재를 묶어두기 위해 지분 락업 같은 장치보다도 (루닛에) 계속 다니는게 가장 큰 커리어 성장의 길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과관리(Performance Management) 부서를 통해 조직구성원 개개인에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해 주고 이를 달성하면서 성장할 수 있게끔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사회 구성에 크게 신경 쓴다"며 "한국 외 지역에서도 루닛에 가장 큰 기여를 해줄 수 있는 분으로 후보를 찾는다"고 말했다.

루닛 이사진에서 갈헹 콩(Garheng Kong) 기타비상무이사는 눈여겨 볼 인물이다. 콩 기타비상무이사는 루닛 프리IPO에 투자한 미국 VC 헬스퀘스트(HealthQuest Capital)의 설립자 겸 매니징 파트너다.

백 의장은 "루닛의 상장 밸류가 프리IPO 밸류를 밑돌 때 (콩 이사가) 상장을 늦추자고 할 수도 있었을텐데 오히려 줄어든 공모자금으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을지 논의해보자고 건의해줬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헬스퀘스트는 루닛에 투자한 지분을 한 주도 엑시트하지 않았다.

또한 루닛은 '이사회 참관인 제도'를 도입해 헬미 엘투키(Helmy Eltoukhy) 가던트헬스 공동대표와 보선 하우(Bosun Hau) 타이번 자산관리(Tybourne Capital Management) 상무를 참관인으로 두고 있다. 이들은 의결권은 없으나 이사회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 지배구조 투명성을 끌어 올리는 역할이다.

◇가던트헬스와는 '상호보완적'·흉부 외 암종은 BP 달성 후

백 의장은 가던트헬스와의 협력관계에 대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상호보완적인 기술력을 가졌고 바라보는 방향이 똑같아 손을 잡게 됐다"고 말했다.

"루닛은 AI, 가던트헬스는 데이터를 이용한 암 정복을 바라고 있었다"며 "AI와 데이터는 뗄 수 없는 관계라 거의 같은 워딩이라고 봐도 된다"고, "그 정도로 방향성이 동일한데 가지고 있는 기술은 상호보완적"이었다는 것이다.

루닛은 이미지 분석에 전문성이 있었고 가던트헬스는 연구시설과 혈액을 이용한 액체생검(Liquid biopsy) 쪽으로 기술력이 있었다. 가던트헬스가 2021년 루닛에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가던트헬스는 나스닥 상장사로 현재 3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2022년 매출은 직전연도 대비 20% 증가한 5872억원이었다. 동기간 순손실은 8552억원으로 전년도 5300억원에서 심화됐다.

루닛과 가던트헬스는 올 2월 '가던트360 티슈넥스트' 제품을 출시했다. 루닛스코프의 PD-L1 수치화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했으며 비소세포폐암(NSCLC), 삼중음성유방암(TNBC), 방광암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 처방 여부를 결정할 때 사용할 수 있다.

백 의장은 "BP를 달성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면 좀 더 도전적인 암종의 조기진단에도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루닛의 '인사이트' 제품군은 폐암과 유방암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진단이 어려웠던 영역에도 새로운 디바이스 등 기술개발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