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모니터]시선바이오 심사철회…주관사 '한화·미래' 엑시트 ‘빨간불’예심 청구 7개월만에 철회 결정, 특수관계사 파나진 경영권 분쟁에 불확실성 커
최윤신 기자공개 2023-04-07 07:05:19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4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8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진단시약 제조·개발업체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이하 시선바이오)가 7개월 가량 진행된 심사를 철회했다. 형식상으론 예비심사를 청구한 회사의 자발적 철회인데, 증권업계에선 사실상 거래소의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회사 측은 내년 중 다시 IPO 절차를 추진한다는 방침인데, 사업성 외 대표이사의 특수관계회사의 경영권 분쟁 등 복잡한 변수들이 대두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이 회사에 투자한 미래에셋증권·한화투자증권 등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도 불투명해졌다.
◇ 특수관계회사 파나진 경영권 분쟁, 심사에 영향 미쳤나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는 지난달 31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심사 절차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앞서 지난해 8월 17일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약 7개월만이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는 박희경 대표이사가 2012년 설립한 진단시약 제조·개발 기업이다. 선천적 유전 요인에 의해 발병하는 태아 염색체 이상 증후군 검사인 산전검사, 소아 난청 유전자 검사, 암 종 선별 및 조기 진단 등 유전체 분석정보 기반의 여러 분자진단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일반에 이름을 알린 건 지난 2020년이다. 코로나 진단키트 제품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진단키트 판매를 통해 2020년 매출을 큰폭으로 키우고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회사는 이후 미래에셋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임한 뒤 본격적인 상장을 준비했다. 지난해 3월 기술성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평가를 마쳤고, 같은해 8월 예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거래소의 심사 과정은 길어졌고, 결국 지난달 31일 심사를 철회했다.
시선바이오 관계자는 “심사 과정에서 사업성 보완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며 “바이오주에 대한 시장의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일단 철회한 뒤 향후 다시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선바이오는 미비했던 사업성을 보완해 다시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올해 안에 상장에 나서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받은 기술성평가의 유효기간(6개월)이 만료됐기 때문에 기술성평가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재도전에 나선다고 해도 심사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근 특수관계회사인 코스닥 상장사 파나진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한 게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파나진은 박희경 시선바이오 대표의 남편인 김성기 대표가 2001년 설립한 회사다. 박 대표는 시선바이오 설립 전 파나진에서 연구소장, 진단사업부장 등으로 근무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파나진 소액주주들은 박희경 대표 부부가 파나진의 기술을 빼돌려 시선바이오를 설립했다고 의심하며 경영진 교체를 추진해왔다.
파나진과 시선바이오 측은 파나진 소액주주들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부인했지만 경영권 분쟁을 피할 순 없었다. 파나진 소액주주 연대는 지난해 11월 주식 공동보유약정을 통해 지분 14.93%를 확보, 최대주주로 등극했고, 올해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1명의 사내이사와 2명의 사외이사, 1명의 감사를 이사회에 입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증권업계에선 이번에 시선바이오의 심사가 지연되고 결국 철회에 이른 것도 파나진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다만 시선바이오 측은 “상장 철회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파나진의 경영권 분쟁 관련 내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번 철회의 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파나진의 경영권 분쟁이 결국 시선바이오의 재도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단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 측이 이사회를 장악한 파나진 측에서 박 대표 등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잠재된 만큼, 관련한 문제가 일단락 되지 않는한 거래소가 상장을 승인하기엔 부담이 될수밖에 없다”고 봤다.
◇ FI, RCPS 보유하고 있지만 상환 불가능
7개월간 끌어왔던 상장심사가 결국 무산되며 시선바이오에 투자했던 FI들은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졌다. 시선바이오는 2018년 11월 33억원, 2019년 7월 25억원의 조달을 단행한 바 있는데, 2018년 펀딩에 미래에셋증권이 10억원을, 2019년 펀딩에선 한화투자증권이 각각 10억원을 투입했다. 플래티넘기술투자와 IBK금융그룹 미래성장동력 투자조합 등이 함께 투자했다.
시선바이오의 상장 주관을 맡기도 한 미래에셋과 한화투자는 주관수수료와 함께 캐피탈게인을 도모하려 했으나 예비심사 문턱에서 한차례 좌절하며 엑시트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투자당시의 상환권이 아직 살아있음에도 현금 상환을 기대하긴 어렵다. 통상 IPO에 나서는 기업들은 발행한 메자닌을 보통주로 전환하는데, 시선바이오는 FI들이 투자당시 사들인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통주로 전환하지 않은 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기대에 못미치는 가격 산정에 대비해 투자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셈인데, 상장이 심사과정에서 멈춰서며 의미가 사라졌다. 투자지분을 현금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상환권도 존재하고 상환청구기간이 도래했지만 시선바이오의 이익잉여금이 없기 때문에 상환권 행사의 의미는 사실상 없다.
결국 FI 입장에선 어떻게든 시선바이오의 IPO를 성사시켜야 투자금을 회수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선바이오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가 많지 않고 소통이 잘 되고 있기 때문에 상환권 행사 등의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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