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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군불 '자이글', '사업 파트너' 주주는 차익 실현 행동주의 표방 'KIB-PE' 주식 일부 처분, 원금 2배↑ 회수…거래소 '경고'에도 주가 고공행진

신상윤 기자공개 2023-04-14 08:31:21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2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방가전 전문기업 '자이글'이 2차전지 사업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되는 'LFP(리튬·철·인산)' 계열 배터리를 점찍었다. 2차전지 사업 진출과 맞물려 자이글 주가는 연일 오름세를 이어갔다. 한국거래소는 자이글 투자자들에게 주식 거래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도 여러 차례 남겼다.

자이글의 2차전지 사업 진출은 지난해 행동주의를 표방한 투자자 등장 후 가속화됐다. 당초 의료기기에 힘을 실었던 자이글은 이 투자자를 '사업 파트너'라며 2차전지 사업에 힘을 실었다. 문제는 행동주의를 표방했던 투자자가 자이글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했다는 점이다. 이 투자자는 단기간에 2배 이상 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 상장사 자이글은 지난 11일 2만4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초 5440원에서 출발했던 자이글 주가는 최근까지 5영업일의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초에 시총이 700억원에도 못 미쳤던 자이글은 최근 4배가 넘는 수준으로 덩치를 키웠다.

주가 급등은 단연 신규 사업으로 낙점한 2차전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자이글은 LFP 계열 배터리 개발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신규 사업은 지난해 말 씨엠파트너로부터 경기도 평택시 내 공장을 인수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선 2차전지 소재 및 셀, 팩의 개발과 제조 판매 등 사업목적이 정관에 반영되며 신규 사업의 기대감도 키웠다.

단기간에 과열된 주가에 한국거래소는 여러 차례 '경고'를 남겼다. 지난달 15일에는 '단기과열종목'에 지정했고, 17일과 20일 그리고 21일에는 '투자주의종목'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주가 오름세는 멈추지 않았고 같은 달 23일에는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이어 1주일 뒤에는 '투자위험종목'으로 수위를 최고 단계까지 높였다.

이에 자이글은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 조회 공시 요구에 자이글은 "미국 2차전지 합작법인 설립 및 투자를 협의 중"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적외선 조리기 '자이글'로 잘 알려진 주방가전 전문기업의 변화로선 다소 파격적인 변화다.

▲한국거래소 시장경보제도

일련의 사업 영역 확장은 지난해 말 행동주의를 표방한 '케이아이비 프라이빗에쿼티(KIB-PE)'가 5% 대주주로 등장하며 시작됐다. KIB-PE는 주가 부양을 경영진에 요구하며 신규 사업 추진을 주장했다. 자이글 창업주 이진희 대표가 66%대 지배력을 갖고 있어 KIB-PE가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지만 사업 전환이 이뤄졌다.

2차전지 사업에 나선 것도 이때부터다. 사실 KIB-PE가 주주로 등장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이글은 헬스케어 회사로 도약을 꿈꿨다. 실제로 최근 자이글은 새로 개발한 '자이글온 의료기'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 3등급' 허가받기도 했다.

문제는 행동주의를 표방하던 KIB-PE가 자이글 주가 급등 후 지분을 시장에 내다 판 것이다. 자이글이 KIB-PE를 '사업 파트너'라며 존재감을 격상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시장에선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KIB-PE가 자이글이 나서서 찾은 사업 파트너가 아니었던 만큼 차익 실현을 위한 투자였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KIB-PE는 지난 3월 24일과 27일, 이달 3일 19만7439주를 처분해 33억원의 수익을 냈다. KIB-PE가 자이글 5% 주주임을 보고할 때 투자금이 18억원 규모였음을 고려하면 원금 이상의 수익을 챙긴 상황이다. 아직 26만주에 달하는 주식이 남아 추가 수익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KIB-PE의 현재 지분율은 보고 의무가 사라진 3.99%에 그친다.

'사업 파트너' KIB-PE가 자이글에 출자한 자금은 한푼도 없다. 이 때문에 신규 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자이글이 2년 연속 적자 경영을 지속하는 데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어 재원 축적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자이글의 현금성 자산은 35억원 규모로 연초와 비교하면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이유다. 이달 4일 자이글은 이사회를 열고 3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가가 급등한 덕분에 기존 발행 주식의 13% 수준의 신주만 발행해도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했다. 투자자로는 '엑스티 이에스에스 펀드(XT ESS FUND)'가 나섰다.

내달 15일 자금 납입을 목표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의 투자의향서(LOI) 수령 단계인 만큼 향후 변동 가능성도 있다. 조달 자금이 오롯이 2차전지 사업에 쓰이진 않을 전망이다. 자이글은 63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쓰고, 나머지를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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