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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관계' 하나기술-갑진, 필드서 적수로 맞붙나 장기간 고객사 공동대응, 혈맹서 경쟁사로 전환…지난해 엔시스 지분투자 영향도 커

조영갑 기자공개 2023-05-04 13:11:31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3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차전지 충방전기 부문에서 오랜기간 협력을 이어오던 하나기술과 갑진이 '각자도생'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전방 고객사 수주를 받으면 공동으로 장비를 개발하던 협력관계에서 충방전기 영역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로 전환했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갑진의 2대주주로 올라선 엔시스의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기술이 지난해부터 이차전지 충방전기 영역을 포함하는 후공정 전반에 턴키공급을 확대하는 것과 관련, 갑진 역시 독자적으로 영업 및 투자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기술은 2020년 상장을 계기로 기존 탭멜딩, 패키징, 전해액 충전 등의 조립공정 영역에서 충방전기, 싸이클러 등 활성화공정까지 턴키공급 역량을 확대한 이차전지 주요 장비사다. 갑진은 충방전기 부문에서 업력을 다져온 비상장 중견기업이다.

하나기술과 갑진은 오랜기간 후공정 장비 사업을 공동으로 영위한 협력사 관계다. 삼성SDI 등 이른바 '큰집'에서 PO(구매주문)가 내려오면 양사에서 공동으로 장비를 제조해 고객사에 인도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이어왔다. 이차전지 공정은 크게 전극공정-조립공정-활성화(화성)공정-검사공정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양사는 이차전지 포메이션 부문에서 호흡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포메이션은 조립공정을 끝낸 배터리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일정한 전류를 흘려 충방전을 반복,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는 장비다. 화성공정이라고도 부른다.

화공공정 시장의 경우 갑진(비상장), 삼지전자(코스닥), 하나기술(코스닥) 정도가 국내 시장을 삼분할 하고 있는데, 이중 갑진이 전력제어 부문에서 가장 오래된 업력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SDI, SK이노베이션(SK온) 등 국내 주요 제조사들과 두터운 거래선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고객사 포메이션 PO의 경우 갑진이 수주를 받으면 이를 하나기술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사업에서 협력관계를 다져오기도 했다. 일례로 2021년 3월 하나기술의 공급계약 공시에 따르면, 하나기술은 갑진과 약 62억원 규모의 2차전지 화성공정(포메이션) 장비 공급계약을 맺고 지난해 3월까지 화성공정 장비를 공급했다. 이는 갑진이 수주한 SK이노베이션 조지아 법인향 물량을 하나기술에 일정 규모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사정에 두루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다른 영역은 몰라도 충방전기 포메이션 관련 사업에서는 하나기술이 갑진의 덕을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하나기술이 갑진과의 협력관계를 통해 턴키 능력을 제고하고, 나아가 코스닥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해 이차전지 비전머신 공급사 엔시스가 갑진에 지분투자를 단행한 후 양상이 달라졌다. 이차전지의 전기적 특성과 불량여부를 검사하는 자동화, 검사장비를 제조하는 엔시스는 지난해 3월 100억원을 투자해 갑진의 2대주주(14%) 지위를 확보했다. 끝단에 머물러 있는 밸류체인을 화성공정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다.

이에 맞춰 하나기술 역시 화성공정 사업과 관련 독자 행보를 강화하면서 턴키공급을 확대했다. 2021년 룩셈부르크 소재 프레이어배터리(FREYR Battery)와 화성공정 턴키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영국 브리티시볼트(Britishvolt)와 원통형 배터리 화성공정 턴키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신규 고객사 발굴에 집중했다. 갑진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고객사향 포메이션 물량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대신 조립공정에서부터 화성공정, 검사공정까지 직접 들어가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 때문에 향후 하나기술을 중심으로 한 세력과 갑진-엔시스-코윈테크 등이 주축이 된 세력이 이차전지 후공정 영역에서 경쟁구도를 형성할 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갑진이 기업공개나 M&A(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게 될 경우 포메이션 영역을 놓고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갑진 역시 하나기술과 거리를 두면서 독자행보를 강화하는 만큼 양사의 영업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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