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바이오, 세파 항생제 '눈치게임'서 승기 잡나 노후화 공장 폐쇄 결정 후 신규 설비 확충 가닥… 채산성 낮지만 수요 급등 고려
최은수 기자공개 2023-06-14 14:46:03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9일 13: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웅바이오가 500억원을 들여 세팔로스포린(세파) 계열 항생제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기존엔 노후화된 성남공장을 폐쇄키로 하면서 세파 항생제 생산 중단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오히려 설비 투자를 늘리는 반전 행보를 보였다. 대웅바이오는 대웅그룹 지주사인 대웅의 자회사다.세파 계열은 여러 이유로 수지타산이 불만족스러운 품목 중 하나로 꼽힌다. 다른 제약사들도 생산 사이트를 줄이고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생산을 접는 등 기로에 서 있었다. 대웅바이오는 추후 세파 수요는 늘고 경쟁업체는 줄어들면 틈새시장으로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판단하고 업계 트렌드를 거슬러 투자 확대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사업 철수 선언 석달 만에 오히려 500억 투자로 캐파 확충… "전략적인 결단"
대웅바이오는 신규 세파 계열 항생제 생산 공장 건설에 약 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세파 항생제 전용 공장으로 쓰일 해당 공장은 오는 2025년 6월 말까지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일정에 차질 없이 준공이 끝나면 생산시설 완공 후 GMP 인증 등 절차를 거쳐 2026년부터는 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웅바이오로선 세파 항생제 생산을 도맡던 성남공장 폐쇄 의사를 밝힌 지 약 석 달만에 새롭게 설비 확충 전략을 내놓은 셈이다. 성남공장은 대웅제약이 1972년 건립한 공장이다. 대웅제약의 오송 공장 증설 시기와 맞물려 폐쇄했었는데, 대웅바이오가 대웅제약으로부터 이를 인수해 세파 계열 항생제를 생산해 왔다.
세파 계열 항생제는 인후염, 기관지염, 편도염 등에 널리 처방된다. 처방량이 많은 편이다보니 2010년 세파계 제조시설을 별도 구획하는 형태의 규제 강화 법안이 시행됐을 때도 20여 개가 남아 제조를 맡아왔다.
처방량 대비 갈수록 채산성이 낮아지고 있는 점은 사업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이었다. 당초 업계에선 대웅바이오를 비롯한 생산사들의 사업 철수를 점쳐 왔다. 이같은 시류는 원료가격은 날로 상승하고 있지만 공급가격은 건강보험에 의해 유지되는 구조라 수익성이 점차 낮아지는 악순환을 깨기 어려운 점과 무관치 않다.
대웅바이오 관계자는 "성남공장 노후화 등으로 공장 폐쇄를 결정하고 위탁사에 연말께 생산 중단 공지를 했으며 자사 제품은 외부 위탁생산을 통해 판매 유지할 계획이었는데 세부 조정이 있었다"며 "전략적으로 세파 항생제 신공장 건설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짐에 따라 향후에도 생산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수지타산 고민 속 처방액 증가 추이+경쟁 축소 고려한 듯
대웅바이오가 돌연 세파 생산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배경엔 지난해 들어 반등에 성공한 처방액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오히려 기침 및 기관지 증상 완화 목적의 처방이 크게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2019년만해도 2711억원 규모이던 세파 항생제 처방시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고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2115억원, 2021년엔 194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코로나 시국 초기에는 감기·독감 환자가 급감하며 크게 위축됐다.
그런데 경구용 세파제의 작년 국내 처방금액은 2596억원으로 전년보다 33%나 증가했다. 세파 항생제가 폐렴, 인후두염, 편도염, 기관지염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환자의 폭증과 독감의 장기 유행이 겹친 영향이다.
업계에선 그간 이같은 세파 항생제 특수가 일시적일 것이란 판단을 내리는 모습이다. 처방규모가 늘어도 채산성이 제약을 받고 있다보니 사업 철수 고민을 매년 반복하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특히 작년 이후 물가상승에 따른 원료가격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공급가격이 사실상 고정되자 이미 2~3곳의 업체에서 세파 생산 철수를 선언한 상태다.
중국·인도로부터 수입하는 세파 항생제 주요 원료의 가격은 최근 2년 새 10~20% 오른 점도 이같은 움직임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다만 대웅바이오는 경쟁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자 이 안에서 전략적인 승부수를 던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꾸준히 항생제 처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경쟁 업체가 줄어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전략적으로 판단을 유보하거나 바꾸는 곳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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