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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애환 담긴 현대차 중국 공장, 2곳 빼고 역사 속으로 올해 안에 2곳 추가 매각…남은 2곳도 효율화 진행

조은아 기자공개 2023-06-26 07:33:48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3일 09: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가 올해 안에 중국 공장 2곳을 추가로 매각한다. 업계에서 계속 나오던 얘기였는데 최근 열린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이 공식화했다. 한때 5개에 이르렀던 중국 공장은 올해 안에 2개만 남게 된다.

현대차 중국 공장에는 현대차의 20년 굴곡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0년대 초반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글로벌 경영을 외칠 때 외신들 사이에서 '현대 속도'라는 말을 만들어 냈고 이후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면서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거듭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시대의 흐름도 그대로 보여준다. 베이징 1~3공장 건설 당시엔 정몽구 명예회장이 의욕적으로 한국과 중국을 수차례 오갔으나 창저우와 충칭에 지어진 4~5공장 건설 땐 정의선 당시 부회장이 정 명예회장 대신 참석하며 조금씩 존재감을 키우기 시작했다.

◇'현대 속도' 만들어낸 중국 베이징 1공장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한 데 이어 창저우 4공장과 충징 5공장을 올해 추가로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남은 2곳 역시 효율화 작업을 거쳐 일부는 수출 거점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현대차의 중국 공장 5곳은 2002년부터 2017년까지 15년에 걸쳐 하나둘 세워졌다. 첫 공장인 베이징 1공장은 2010년대 중반까지 현대차의 중국 시장 성공 가도를 이끌었던 상징적인 곳이다. 2004년 5월 누적 10만대, 2008년 2월엔 누적 100만대 생산을 돌파했다. 중국에 있는 모든 자동차 회사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였다.

특히 공장 건설 발표부터 첫 차가 나오기까지 고작 8개월밖에 걸리지 않아 '현대 속도'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2002년 4월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가 베이징현대 설립을 위한 '전략합자협의서'를 체결했고 5월 본계약이 이뤄졌다. 10월에는 중국 정부로부터 승용차 생산을 정식으로 승인받았고 12월 말 EF쏘나타 1호 출시 행사가 공장에서 열렸다. 이 모든 과정을 정 명예회장이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직접 챙겼다.

그러나 1공장은 가장 먼저 세워진 만큼 가장 먼저 현대차의 품을 떠났다.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2019년 4월 가동을 중단했고 2021년 현지 기업에 매각됐다.

베이징 2공장 건설은 1공장이 생산을 시작한 이듬해인 2003년 발표됐다. 현대차는 당초 2010년까지 중국에서 6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현지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계획을 3년 앞당겨 2007년 2공장을 완공하기로 했다.

2010년 11월 중국 베이징시 인근에서 열린 베이징 3공장 착공식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당시 회장, 오른쪽 두 번째)이 첫 삽을 뜨고 있다.
2공장은 우여곡절이 많은 곳이다. 착공식부터가 쉽지 않았다. 2006년 4월 당시 정 명예회장이 검찰의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었던 탓이다. 불참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정 명예회장은 검찰에 양해를 구해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착공식에 참석했다.

정 명예회장이 불참할 경우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중국 사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검찰에서도 후폭퐁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당시 기아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착공식은 정 명예회장이 참석이 불투명해지면서 연기됐다. 현대차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2년 뒤 열린 준공식에도 정 명예회장이 직접 참석했다.

3공장을 짓는다는 소식도 예상보다 빨리 전해졌다. 2공장이 완공된 이듬해 바로 3공장 건설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3공장 소식은 정 명예회장이 직접 전했다. 그는 2009년 11월 중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차차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계획은 이듬해 구체화했다. 공장 관련 계약은 1년여가 지난 2010년 9월 체결됐다. 현대 속도는 이때도 발휘됐다. 같은해 11월 정 명예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3공장 착공식이 열렸다. 베이징 3공장은 연 45만대 생산규모로 현대차 해외공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2015년 4월 열린 창저우 4공장 착공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4공장부터 정의선 회장 등장…세대교체 상징적 장면

4공장과 5공장은 2014년 동시에 건설이 결정됐다. 이 때부터 베이징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간 베이징 1~3공장을 중심으로 중국 동북부를 공략해왔다면 이제는 범위를 서부로 넓혀서 공략할 시기가 왔다는 판단이 있었다.

당시 현대차는 서부 내륙의 거점도시인 충징에 4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으나 중국 지방정부 간의 알력 다툼으로 승인을 받지 못했다. 충칭에 지으려면 창저우에도 지으라는 지방정부의 요청을 현대차가 결국 수락했다.

이 때부턴 정의선 회장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당시 직급은 부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2015년 4월 창저우 4공장 착공식에 정몽구 명예회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2달 뒤 열린 충칭 5공장 착공식에도 역시 정의선 회장이 자리했다.

정 명예회장은 2016년 10월 열린 4공장 준공식에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당시 "중국에서 제2의 성공신화를 쓰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이 말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듬해부터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되면서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이 뒷걸음질하기 시작했던 탓이다.

마지막 공장인 충칭 5공장은 비운의 공장이다. 사드 보복이 한창일 때 완공되면서 제대로 축하받지도 못했다. 2017년 7월 열린 준공식 광경도 이전 4개의 공장 때와 달랐다. 이 때 역시 정 명예회장 대신 정의선 회장이 참석했으나 준공 기념행사라는 이름으로 조촐하게 진행됐다.


2017년터 현대차의 중국 악몽이 시작됐다. 2016년 114만2016대였던 판매량은 불과 1년만에 78만5006대로 급감했다. 이후 한중관계 악화, 미중 무역분쟁이 맞물리면서 현대차의 중국 실적은 부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판매량도 25만423대에 그쳤다.

장재훈 사장은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통한 중국 시장 공략 계획도 밝혔다. 그는 "전체적으로 떨어진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해 고성능 N 라인업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한다"며 "라인업도 기존 13차종에서 8차종으로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네시스와 펠리세이드 등 고성능 럭셔리 브랜드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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