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운수권 전쟁]'꿈의 항공기' 고집한 에어프레미아, 두 번째 비행의 조건④비운을 행운으로 바꾼 중장거리 정책…미·EU 동시취항 가능한 유일 LCC
허인혜 기자공개 2023-06-28 07:26:37
[편집자주]
최근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는 '운수권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제주항공 등은 발리와 같은 새로운 여행 수요를 개척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대체 항공사 자리를 꿰차는 한편 중장기 노선 수익성을 높이고자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더벨이 LCC업계의 치열한 운수권 다툼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영향을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6일 1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어프레미아는 비운의 항공사가 '될 뻔' 했다. 에어프레미아가 출격을 예고한 때는 2018년 5월. 국토교통부의 항공 면허 심사와 기재 확보, 운수권·슬롯 배분과 취항까지 채비할 일이 많은 항공사의 특성상 진짜 시동까지는 약 1년 반의 시간이 더 걸렸다. 문제는 2019년 말부터 시작된 펜데믹이었다.다른 항공사들은 국내선과 화물 수요로 어렵게 버텼지만 에어프레미아는 그마저 요원했다. 출범 목표가 중장거리·프리미엄 항공사였던 만큼 기재도 중장거리에 맞춰 마련한 뒤였다. 펜데믹이 3년간 이어지는 동안 에어프레미아는 세 번의 손바뀜을 겪으며 살아남았다.
첫 번째 도약점은 올해다. 해외여행 빗장이 풀리며 대형 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각각의 장점을 따온다는 전략이 잘 먹혔다. 특히 운수권이 큰 역할을 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등 '황금 노선'을 잡으면서 FSC 승객들을 유인했다. 에어프레미아의 두 번째 도약점 재료로도 운수권이 꼽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을 앞두면서다.
◇'다수의 프리미엄' 100만원 저렴한 뉴욕행 티켓
에어프레미아는 이름부터 '프리미엄 항공사'의 목표를 숨겨뒀다. 프레미아(Premia)는 프리미엄의 복수형이다. 에어프리미엄이라는 직관적 이름 대신 복수형을 택한 이유는 다수라는 뜻에 주목해서다. FSC가 소수의 탑승객에게 제공하는 고급 서비스를 지향했다면 에어프레미아는 다수에게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전략이었다.
에어프레미아는 중장거리 항공사라는 정체성을 굳힌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LCC는 못하고, FSC는 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했다. 에어프레미아가 해답지로 가져온 것은 우선 가격이다. FSC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30% 이상 저렴하게 탑승권을 판매한다는 계획이었다.
미국 뉴욕과 LA행 티켓은 FSC의 전유물이었다. 성수기인 7월 뉴욕행 비행기를 타려면 220만~250만원가량의 티켓값을 지불해야 했다. 에어프레미아를 이용하면 7월을 기준으로 저렴하게는 132만5000원에도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LA 취항때도 70만~80만원대 항공권으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다.
또 하나의 장점이자 LCC 중 에어프레미아만이 보유한 특징은 미주와 유럽까지 가능한 항속 거리다. 이달 23일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에 신규 취항하면서 미주와 유럽에 동시 취항한 유일한 LCC가 됐다. 국적 항공사로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세 번째다.
프랑크푸르트 노선은 에어프레미아의 첫 유럽 정기 취항이다. 지난해 10월 인천~LA 노선에, 5월 인천~뉴욕 노선에 발을 들였다. 방콕과 도쿄, 호찌민 노선도 운항 중이다. 싱가포르와 튀르키에행 부정기편도 띄운 바 있다.
◇꿈의 항공기 '드림라이너' 고집, 대체 항공사 기회로
에어프레미아의 첫 스탭은 중장거리 기재 확보였다. 에어프레미아는 보잉 787-9 드림라이너 세 대로 출범했다. 올해 4월과 5월 4·5호기를 도입했다. 내년 4대를 추가로 들일 계획이다. 보잉 787-9 등 점보기를 중심으로 2027년까지 15대로, 2030년까지 20대로 늘린다는 목표다. 항속거리만 1만5000km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LCC들의 주력 항공기는 보잉사의 넥스트제너레이션 737 시리즈가 대세다. 보잉사의 최대 히트작인 737 시리즈의 3세대 모델이다.
LCC로부터 사랑 받은 이유는 고효율과 가성비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적은 연료로 먼 거리를 날았고 가격도 1000억원대로 항공기 중에서는 저렴한 축에 속했다. 시리즈 중 가장 큰 기재가 승객 200여명을 수용할 만큼 크지 않은 기종이었지만 단거리 중심으로 비행했던 LCC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LCC들이 중단거리 기재를 주로 확보한 상황에서 두 FSC의 합병이 시작되자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이 수혜를 기대하게 돼다. 대체 항공사로서의 역할 수행이 가능한 LCC는 중장거리용 에어버스 기재를 도입한 티웨이항공과 보잉사의 드림라이너를 보유한 에어프레미아 뿐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과 유럽 동시 취항이 가능한 항공사는 에어프레미아가 유일하다. 티웨이항공은 유럽 노선 운항을 신청해둔 상태다. 에어프레미아는 미국 법무부(DOJ)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취항 의사를 밝혔다.
◇첫 도약 늦은 에어프레미아, '황금노선' 확보 필수
에어프레미아에게 대체 항공사 자리가 중요한 이유는 첫 도약이 너무 늦게 찾아왔기 때문이다. 에어프레미아는 만약 대체 항공사가 되지 못하더라도 중장기 계획에 따라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럼에도 에어프레미아에게 대체 항공사 지정은 두 번째 도약의 필수 조건일 것으로 보인다. 새로 배부될 운수권이 두 FSC가 보유한 운수권만큼의 경쟁력을 보유할 지는 미지수다. 항공자유화협정을 맺은 미국도 슬롯이 따라주지 않으면 마음대로 취항하기 어렵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기대되는 운수권은 유럽 4개, 미국 5개 등 9개다. 합병 후 공석이 되는 비행 스케줄만 유럽의 경우 주간 23회다. 비행기 3~4대가 필요한 시간표다.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들어서야 눈에 띌 만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의 2023년 매출액 전망은 350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마이너스(-)118억3900만원으로 예상했다. 신규 기재 확보 등 설비 투자를 지속하면서 마이너스 실적을 예상했지만 내년부터는 흑자전환하겠다는 포부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2024년 137억원, 2025년 537억원, 2026년 777억원을 자신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매출의 80%를 중장거리 노선에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중장거리 노선의 수익성도 확인하고 있다. 배경은 탑승률이다. 국제선 취항 5개월 만에 정기노선 탑승률이 80%를 넘겼다. 인기 장거리 노선은 탑승률, 예매율이 90%를 넘는다. 뉴욕은 지난해 5월부터 1년 사이 탑승률이 약 94.6%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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