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OLED 밸류체인]'1위 탈환 목표' 대형 투자 재개, 소부장도 어깨 편다[총론]삼성디스플레이 8.6세대 투자 확정 후 발주 시작, 수주로 탄력 받는 성장세
정유현 기자공개 2023-07-04 08:23:33
[편집자주]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수세에 몰렸던 'K-디스플레이'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국가전략 기술 채택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가 전 세계 최초로 8.6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를 확정 지으며 관련 소·부·장 업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보릿고개를 이겨내고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OLED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재무 상태, 지배구조 등을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30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의 눈’ 디스플레이 산업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중국 굴기에 꺾인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을 다시 잡기 위해 정부와 대기업이 손잡고 ‘2027년 1위 탈환’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 확고한 주도권을 쥐고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이다.특히 대형 패널사의 투자가 본격화되며 OLED 관련 소·부·장 기업의 수주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가 확산될 조짐이다. 대형 투자 부재로 혹한기를 겪었던 주요 업체들은 모처럼 큰 장이 열리자 발 빠르게 공급 준비에 나선 모습이다. 기존 세대보다 크기가 커진 새로운 패널 투자가 본격화되며 OLED 밸류체인에 속한 소·부·장 기업들의 실적에도 투자 온기가 반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8.6세대 투자 확정, OLED 장비사 먼저 '수주 낭보'
지난 1월 OLED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퀀텀닷(QD) 등을 국가전략 기술로 지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2022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디스플레이 산업이 움츠렸던 어깨를 폈다. 국가전략 기술로 지정되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은 연구·개발(R&D) 비용의 최대 40%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시설투자의 경우 최대 15%까지 혜택이 가능하다.
누가 먼저 사업화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갈리는 디스플레이 산업 특성상 이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은 대형 패널사들의 투자 결단을 촉진시켰다. 지난 5월 열린 ‘디스플레이 산업 혁신전략’ 발표를 통해 정부와 민간이 손을 잡고 세계 1위 탈환을 외쳤다. 국내 대형 패널사들은 정보기술(IT)용 OLED 생산라인 증설, 차세대 디스플레이 R&D 등에 오는 2027년까지 65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IT용 OLED 패널 분야 대규모 투자를 먼저 확정 지은 것은 삼성디스플레이다. 혁신 회의보다 한 달 앞선 지난 4월 삼성디스플레이는 늘어나는 태블릿·노트북 PC 등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IT용 8.6세대 투자를 확정했다. 4년간 약 4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며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삼았다.
삼성디스플레이 투자 소식에 함박 미소를 지은 것은 단연 OLED 소·부·장 기업들이다. OLED 산업은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의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큰 특징이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2016년~2017년 중소형 OLED 투자의 정점을 찍은 후 규모가 점차 축소됐다.
수년간 지속된 OLED 투자 공백으로 디스플레이 소부장 업체들은 실적이 고꾸라지고 사업을 철수하는 곳도 있었다. 대형 패널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반도체, 2차전지 등 신사업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었다. 이번 투자가 실적 반등의 물꼬를 터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패널 세대가 교체되면 장비와 부품 모두 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경우 장비·부품의 국산화율이 20~30%에 불과해 대기업이 반도체 투자를 해도 해외 기업으로 돈이 흘러가는 구조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반면 디스플레이 업계는 국산화율이 소재부품의 경우 60%, 장비는 70% 가량이다. 대기업이 투자를 하면 국내 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2월 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국가전략기술 지정에 따른 디스플레이산업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해 발표했다. 협회 측은 "소부장 국산화율이 높은 산업 특성상 패널 대기업의 투자 확대로 후방산업에 향후 3년간 소부장 66조원의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형사 추가 투자 기대감 고조, 수주 효과 실적 반영은 내년 전망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투자 발표 후 관련 기업들과 생산 설비 등의 구체적인 사양을 조율했고 최근 본격적으로 장비 발주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필옵틱스, 아이씨디, 힘스, 에프엔에스테크, 케이씨텍, HB테크놀러지 등의 업체들이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와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것이 방증이다. 각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업체들은 작년 매출을 이미 초과한 규모의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현재는 장비 업체들의 수주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데 향후 OLED 관련 소재 업계도 수혜가 예상된다. 디스플레이가 기존 6세대에서 8.6세대로 커지면서 사용되는 소재나 부품의 양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직 공급 계약 체결 단계는 아니지만 대형사의 투자 타임라인에 맞춰 8.6세대 소재 납품 준비에 나선 모습이다.
OLED 소재 업체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삼성디스플레이가 대규모 투자를 재개하며 업계에 온기가 돌고 있는게 맞다"며 "소모성 소재의 경우 장비 셋팅 후 공정이 잡힌 후에 발주가 들어오기 때문에 아직 계약 체결이 활발한 시기는 아니고 계약을 체결해도 장비사만큼 금액이 크지 않아 공시가 안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라인에 대한 소재 납품을 진행하고 있으며 새로운 세대 관련해서도 준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대형 패널 업체들의 8.6세대 추가 투자도 기대된다. 국내외 거래처를 두고 있는 OLED 소부장 기업도 한 층 더 바빠질 조짐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OLED 투자, 큰 장 선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LG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중국 BOE 등의 업체도 IT용 OLED 패널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생산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8.6세대 투자 가능성이 높다”며 “IT OLED 수요도 크게 증가해 국내 디스플레이 수출을 견인할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다만 올해 실적에 투자 온기가 바로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비 출하 시점이 내년 이후이기 때문에 올해 매출로 인식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형 투자 파급 효과는 내년부터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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