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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업계 원가 분석]농심, 라면에 웃고 울고 '원가 변동' 리스크 현실화라면4사 중 영업이익 감소율 가장 커, 해외·신사업 한계 극복 모색

서지민 기자공개 2023-07-05 0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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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 기업의 수익성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원가를 관리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지난 수년간 기후변화, 전쟁, 환율변동 등 원가 부담을 높이는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원재료 가격 인상은 식품업계의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주요 식음료 기업의 수익성을 점검하고 원가관리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4일 13: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심은 최근 3년간 원재료 인상 파도 속에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2분기에는 24년만에 영업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내수 중심의 라면사업에 치우친 포트폴리오가 글로벌 원재료 가격 상승 국면에서 취약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라면 매출비중 '80%' 육박, 특정 원재료 의존·판관비 증가 수반

농심은 명실상부한 국내 라면업계 1위 기업이다. 신라면, 짜파게티, 안성탕면 등 브랜드를 바탕으로 50% 중반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라면시장은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나머지 3사가 46%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국제적 원재료 상승 랠리에서 농심의 수익성은 경쟁사들에 비해 큰 폭으로 요동쳤다. 2021년 영업이익 감소율은 33.8%로 라면 4사 중 가장 컸다. 상대적으로 대외 변수에 취약한 사업 구조를 지녔다는 평가다.


경쟁사들에 비해 한쪽에 쏠려 있는 사업구조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농심의 총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내수 매출 비중은 70%에 달한다. 라면 매출 비중이 30%로 낮은 오뚜기와 해외 매출 비중이 67%인 삼양식품 등에 비해 라면과 내수에 집중된 구조다.

이러한 사업 포트폴리오는 농심의 원가에 몇 가지 구조적 특징울 갖게 했다. 우선 라면의 비중이 큰 만큼 특정 원자재 가격 변동에 취약하다. 소맥분과 팜유는 라면의 제조원가에서 80%를 차지하는 주요 원료다. 소맥분과 팜유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 환경, 환율 등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높고 이러한 변화는 농심의 총원가에 직격타로 작용한다.

실제로 지난해 농심의 분기별 매출원가를 살펴보면 2분기와 3분기 매출원가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27%씩 급격하게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해 2022년 3월 밀 선물가격이 2월 대비 30% 이상 치솟자 곧바로 원가부담이 커졌다.

또한 총 매출에서 내수 라면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해 국내 라면시장에서 점유율이 실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적극적인 광고와 판촉으로 시장 입지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곧 점유율 유지를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를 수반한다.

농심은 지난해 광고선전비로 1472억원을 지출했다. 영업이익보다 350억원 큰 규모다. 꾸준히 매출의 약 5% 안팎을 광고선전비로 활용했다. 경쟁사들에 비해 4~7배 이상의 자금을 마케팅비에 태우고 있다. 지난해 오뚜기와 삼양식품의 광고선전비는 각각 460억원, 234억원에 달했다.

게다가 오랜 기간 라면사업에 집중한 농심은 원료 생산부터 판매에 걸친 수직 계열화를 구축했다. 계열사인 율촌화학이 포장재, 농심태경이 라면 스프를 담당하고 물류 계열사인 반도통운, 전일운수 등에 운송료를 지급한다. 밸류체인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원재료 가격이 높아져도 비용 전가가 어려운 셈이다.

◇'라면=서민음식' 판가인상 쉽지 않아, 해외 공략 '매출 다변화'

농심의 사업 구조는 원재료 가격 변화에 취약하고 큰 규모의 판매관리비를 급격하게 조정하기 쉽지 않다.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제품 판매가격 인상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농심은 2021년 8월 라면 주요 제품 가격을 6.8% 인상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제품 판가를 11.3% 올렸다.

다만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가격 인상에 대한 압박이 크다. 실제로 농심은 이달 1일 신라면의 출고가를 소맥분 가격 인하 폭만큼 내리겠다고 밝혔다.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하면서 연간 매출액은 약 190억원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이는 농심이 사업 다각화와 해외 시장 확대에 열을 올리는 배경이다. 내수 라면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구조적 한계를 완화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라면 사업을 확대하고 건기식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해외 사업에서 수익성 개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식품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 등 해외 시장은 국내와 다르게 주기적인 가격 인상이 가능하고 레드오션인 국내에 비해 라면 수요 성장성이 높다.


실제 농심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전년 동기 대비 85.8% 증가한 63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부터 창출됐다. 지난해 미국 2공장이 가동을 시작하고 국제 운임비용 등이 감소하며 이익 기여도가 증가했다.

이로 인해 해외 부문을 중심으로 농심의 수익성 제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농심은 M&A를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면서 수년 내 전체 매출 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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