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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라이벌 열전]3세들이 '방산 전쟁'에 들고 나온 무기는③현대로템 K2·LIG넥스원 유도 무기·한화에어로 K9 자주포…회장님마다 달랐던 지원책

허인혜 기자공개 2023-07-12 07:24:29

[편집자주]

기업들은 그 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경쟁을 하기 마련이다. 기업뿐 아니라 그 기업을 이끌어온 인물들도 라이벌이 된다. 기업의 대표로 참전하는 만큼 맞수전에서는 절친도, 친척 관계도 잠시 무용지물이다. 더벨이 지금 경쟁에 불이 붙은 라이벌들의 무기와 히스토리, 전망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0일 1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0년대 우리나라 방산 기업이 해외에 무기를 수출하려면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미국은 방산기술통제정책을 폈는데 미국의 기술 1%만 활용한 무기를 팔 때는 미국에 허가를 받으라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은 방산 최강국이었지만 타국 견제가 심했다. 열에 여덟은 'No'라는 답이 적혀 돌아왔다.

사정은 우리 국군의 현대화 사업에도 마찬가지였다. 워낙 미국 무기 의존도가 높다보니 한국군의 국적은 우리나라지만 '메이드 인 USA'가 아니냐는 자조가 나올 정도였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힌 건 독자기술의 부재다. 쉽게 말해 우리 무기가 없었다. 여러 역사적 배경이 얽히며 첨단무기를 독자적으로 생산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기술력이 없다보니 국내 방산 사업체는 첨단무기 생산은 커녕 당시 활발했던 해외 사업체들과의 협업도 꿈을 못 꿨다.

판은 뒤집혔다. 규모로도 기술력으로도 적군에 밀렸던 국내 방산 기업들은 지난해 괄목할 만한 상대로 글로벌 무대에 눈도장을 찍었다. 정의선·구본상·김동관 3인의 3세대 경영인들은 어떤 무기로 승기를 잡았을까.

◇현대로템 K2·LIG넥스원 유도 무기·한화에어로 K9 자주포

한국 방산 사업은 지난해 말 173억 달러(약 22조2200억원)라는 역대급 실적을 쓴다. 방산 수출 규모가 지난 10년간 30억 달러 안팎이었던 점을 비춰보면 비약할 만한 성과다.

K-방산 잭팟을 이끈 것도 역시 독자기술이다. 미국의 방산 기업의 기술지원으로 K1을 생산하던 우리나라가 독자기술로 K2를 내놓은 2000년대 후반~2010년대가 도약점으로, 조단위 계약의 물꼬가 트인 최근이 퀀텀점프의 해로 꼽힌다.

인기가 좋은 무기들은 K2 전차와 천궁-Ⅱ 등의 유도무기, K9 자주포다. K2 전차는 현대로템이, 천궁-Ⅱ는 LIG넥스원이, K9 자주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했다.
K2 전차. 사진=현대로템

정 회장이 이끄는 현대로템은 철도사업 기반·현대차그룹 계열사답게 전차에 강하다.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폴란드 수출 신화를 쓴 K2 흑표 전차가 대표적이다.

현대로템의 전차들은 가성비와 생산성이 유명했는데 최근에는 기술력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현대로템 창원 시험장을 찾은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이 울퉁불퉁한 노면을 부드럽게 지나가는 K2를 타보고 '엑설런트'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고.

구 회장의 LIG넥스원은 유도무기가 대표적이다. 미사일로 이해하면 쉽다. 천궁과 신궁, 현궁, 비궁, 해궁 등 '궁'을 붙인 유도무기들을 생산한다. 금성정밀 시절부터 미사일과 전투, 함정용 레이더 개발 등을 이어오면서 이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경쟁사가 없다는 평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되도록 폭 넓은 '스페이스'를 커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항공에서는 항공기 엔진과 유도무기 발사체를, 해상에서는 특수선 분야 등을 다룬다. 지상 부문에서는 현대로템과 마찬가지로 전차와 장갑차 등을 생산한다. K9 자주포가 대표 수출품이다. K9 자주포는 글로벌 자주포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로 전체 1위다.

◇회장님의 지원책은 '보상·인물 발탁·연구개발비'

3인의 3세 경영인들은 각자의 비기로 무기 개발과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 정 회장은 용인술과 더불어 보상이 확실한 리더다. 지난해 말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안경수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사업본부장은 폴란드 K2 전차 수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승진했다.

방산 부문이 성과를 내면서 디펜스솔루션 부문에 투자하는 금액도 달라졌다. 올해 예상 투자액은 246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이 확대됐다. 레일솔루션과 에코플랜트와 비교해도 디펜스솔루션이 적게는 100억원에서 2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천궁Ⅱ. 사진=LIG넥스원

구 회장은 단일 방산 사업체를 이끌어온 만큼 무기에도 직접적인 관심이 큰 인물이다. 2007년 LIG넥스원의 대표 자리에 올라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사일 등 LIG넥스원이 개발 중인 무기 모형을 손에서 떼지 않았다는 일화가 알려져 있다. 직접 모형 곳곳을 가리키며 무기의 눈과 뇌를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무기 국산화에 공을 들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연구개발 기관과 협업을 여러 차례 추진했다. 인물 발탁에도 공을 들였다는 전언이다. 지난해에는 1000억원 규모의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해 방위 혁신기업을 키운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부회장은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의 투 트랙으로 방산 무기를 키우고 있다. 한화에어로로 한화디펜스를 흡수하는 한편 한화시스템을 자회사로 두는 교통정리를 마쳤다. 한화그룹 산하에서 성장한 지난 8년간 연구개발 비용은 3조원 이상이 투입됐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2016년부터 투입된 연구개발비용은 3조2300억원이다.

◇방산 3사, 협력과 경쟁 사이

'로비스트'라는 말이 이만큼 공공연히 쓰이는 사업도 드물다. 그만큼 계약 한 건의 중요도가 높다. 2008년 현대로템이 터키를 상대로 4억 달러의 단일 수주 수출 기록을 올리면서 그해 방산 수출의 규모가 전년 8억4000만 달러에서 단번에 10억 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때문에 방산 3사의 수주 경쟁도 치열하다. '방산'이라는 사업 분야가 워낙 넓다보니 3사도 일부 품목은 경쟁을, 일부에서는 협업을, 일부는 독자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는 지상에서 경쟁한다. 현대로템은 K2 외에 장애물개척전차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도 기동 체계 라인업을 갖췄다.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 등이 대표적이다. K2와 K9의 쓰임이 다른 만큼 동시 수출 쾌거도 이뤘다. 폴란드 군비청 등이다.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천궁-Ⅱ는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의 협업 분야다. LIG넥스원이 체계 종합과 유도탄과 교전통제소 제작을, 한화시스템이 다기능레이다(MFR)를, 한화디펜스가 미사일 발사대 개발 등을 맡았다.

지난해 1월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는 아랍에리미트(UAE)와 천궁-Ⅱ 수출 계약을 맺었다. 4조2900억원 규모다. 3사가 협동 개발하며 LIG넥스원이 2조6000억원, 한화시스템이 1조3000억원, 한화디펜스가 3900억원을 추가 수주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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