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 재무분석]'지금'은 여력없는 SK이노베이션의 해외 지원군해외 자회사 4곳, 배당 확대 여력 낮아...현금 확보 위해 '1조 유증' 결정
양도웅 기자공개 2023-07-26 07:32:19
[편집자주]
2022년 12월 법인세법 개정으로 국내 본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을 때 부담하는 세금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현금 확보가 필요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배당을 확대할 여력이 있는 해외 자회사는 어디인지 살펴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THE CFO가 기업별 국내 본사 배당수익을 책임질 우량 해외 자회사를 찾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1일 10:0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온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이차전지 자회사에 대한 계속된 출자와 지원(대여금)으로 SK이노베이션도 현금 부족에 따른 고민이 커졌다. 지난달 23일 1조1777억원에 이르는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도 이러한 고민의 결과다. 적어도 지난 10년간 SK이노베이션은 유증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현금흐름이 우수했다.이번 유증에 대해서 시장 평가는 엇갈린다. 유증으로 유입이 기대되는 1조원 넘는 현금 가운데 8할 이상을 생산시설과 지분투자에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유증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반면 SK온을 비롯한 유망 자회사들의 계속된 유증으로 이들에 대한 SK이노베이션의 지배력이 약화하면서 SK이노베이션 주가도 주춤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 주식수를 늘리는 유증은 주가 흐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지난달 23일 유증 발표 이후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8만원 초반대에서 17만원 초반대로 떨어졌다.
재계에서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인 곳 중 하나가 SK그룹이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도 다른 조달 방안을 모색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12월 말 법인세법 개정으로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전보다 저렴하게 가져올 수 있게 된 점을 고려해 해외 자회사의 배당금 확대를 검토했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 조달이라는 점에서 주주들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방식이다.
삼성과 LG그룹 등은 발 빠르게 움직여 올해 1분기에 해외 자회사 등을 포함한 국내외 자회사의 배당금을 늘려 대규모 현금을 확보했다. 지난해 1분기 약 6억원만 배당금으로 가져왔던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는 무려 8조1192억원을 끌어왔다. 이차전지 산업 부문에서 SK이노베이션 경쟁사인 LG화학도 전년동기 대비 20배가 넘는 1197억원을 가져왔다.
SK이노베이션도 올해 1분기 국내외 자회사로부터 거둬들이는 배당금을 385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0%(1110억원) 늘렸다. 하지만 올해 1분기 해외 자회사 가운데 SK이노베이션에 배당금을 지급한 곳은 없다. 3855억원 배당금 가운데 96%인 3700억원을 국내 자회사인 SK엔무브(옛 SK루브리컨츠)가 책임졌다.
'지금' SK이노베이션을 지원할 만한 마땅한 해외 자회사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간 지주사 성격의 SK이노베이션은 해외 자회사가 많지 않다.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인슈어런스 버뮤다(버뮤다) △SK USA(미국) △블루드래곤 에너지(홍콩) △SK이노베이션 아메리카(미국) 등 4곳이 전부다.
4개 해외 자회사 가운데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곳은 SK USA와 블루드래곤 에너지로 두 곳뿐이다. 이마저도 두 법인의 총 당기순이익이 50억원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1조원이 넘는 유증을 결정한 SK이노베이션을 지원할 만한 현금창출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돌파구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은 우량 국내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지오센트릭 △SK엔무브 △SK어스온 △SK온 등이다. 이 국내 자회사들은 여러 개의 해외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해외 손자회사들이다.
'우량 해외 손자회사→국내 자회사→SK이노베이션'의 순서로 SK이노베이션은 개정 법인세법을 활용해 저렴하게 현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에 370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한 SK엔무브는 해외 자회사를 활용하지 않고 자체 보유 현금으로 배당금을 지급했다. SK이노베이션의 해외 자회사도, 해외 손자회사도 배당금을 크게 늘릴 만한 상황은 아직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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