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6월 28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 발표된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 소식은 단 이틀 만에 주가를 8.4% 끌어내렸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쇼크에 대해 '성장통'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는 듯하다.SK이노베이션 내부적으로는 유상증자가 최선의 옵션으로 여겨졌다. 차입부담을 지지 않고 빠르게 자본확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을 지원하기 위해 2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입하며 현금 잔고가 크게 쪼그라든 상태였다. 1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현금화가 용이한 단기금융상품을 고려해도 5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돈이 나갈 곳은 많다. 친환경 사업 전환 추진을 위한 투자금과 더불어 3조원 넘는 채무상환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 자체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는 자금을 충당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주력 사업부문을 모두 물적분할한 SK이노베이션의 현금 창출력은 크게 시들었다. 1분기 SK이노베이션 별도법인의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50억원에 불과했다. 배당금을 올려주는 자회사들도 미래 투자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처지다.
SK이노베이션의 사정과는 별개로 투자자들의 반발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 물적분할로 큰 폭의 주주가치 훼손을 겪었다. 이런 과정에서 출범한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와 기업가치에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흑자전환 시점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투자금 확보를 위한 차입 확대로 연결 부채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급기야 직접적인 자금 지원까지 이어졌다.
사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유상증자도 SK온에 대한 2조원 지원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회사의 자금부담을 왜 주주들에게 떠넘기느냐"는 주주들의 원성이 나올 수밖에 없는 맥락이 분명히 존재한다.
SK이노베이션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의사결정의 방향성이 기업가치 제고에 있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일이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으로 투자한 신사업과 SK온의 기업공개(IPO)를 보란듯이 성공시켜 지금의 진통이 정말 성장통이 맞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 과정 속에서 주주환원에 대한 부단한 노력을 병행하는 것도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에 나쁘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이 현재 검토 중인 자사주 소각이 그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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