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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의 도전과 과제]김태오 회장 "시중은행 전환, 고래 아닌 메기 되려는 결정"⑥"대형 은행과 몸집 불리기 경쟁 안해…대구은행만의 경쟁력 갖출 것"

대구=최필우 기자공개 2023-08-11 09:00:09

[편집자주]

DGB금융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선언으로 일약 금융권의 주인공이 됐다. 전환이 완료되면 DGB금융은 전국 단위 영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2018년 김태오 DGB금융 회장 취임 후 지배구조 개편, 재무·리스크 전문가 영입, PRM 제도 도입 등 수많은 혁신 끝에 가능해진 일이다. 더벨은 수년에 걸친 DGB금융의 도전을 조명하고 새롭게 주어진 과제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4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구은행이 대형 시중은행과 비교해 어느정도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는 당장 고민할 문제가 아닙니다. 기존 시중은행이 하지 못하는 금융을 대구은행 만의 방식으로 풀어내 금융권의 고래가 아닌 메기가 되는 게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사진)은 지주 회장실이 있는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더벨과 만나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결정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몸집 불리기가 아닌 대구은행만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무모한 도전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성공적인 시중은행 전환을 위해 그리고 있는 밑그림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수도권 진출 최대 걸림돌 '브랜드' 고민 해결

김 회장은 2018년 DGB금융 최초로 시중은행 출신 CEO가 된 이래 대구은행의 수도권 진출에 큰 공을 들였다. PRM(기업금융영업전담역) 제도를 도입하고 시중은행에서 퇴직한 시니어 인력을 영입해 일선에 배치한 게 대표적이다. 고객의 지점 방문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찾아다니는 아웃바운드 영업 문화도 정착시켰다.

다만 김 회장은 대구은행 인력과 시스템에 내재된 잠재력을 따져봤을 때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브랜드 개편이 가장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대구은행 브랜드는 대구·경북에선 지역 제 1은행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수도권 고객 입장에선 거래를 마다하게 하는 요인이다. 시중은행 전환과 리브랜딩 만으로도 수도권 영업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브랜드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과 수도권은 물론 전국의 잠재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게 관건이다. 사명을 통해 디지털, 글로벌 역량을 강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 회장은 "수도권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영업 활동에 힘썼으나 시중은행을 두고 특정 지역의 은행과 거래할 필요가 있냐는 편견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내세우면 지역은행으로 해 온 본연의 역할을 이어가되 수도권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새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대형 시중은행과 경쟁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대구은행이 성장하기 위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것이지 기존 시중은행 규모를 따라잡는 게 목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몸집 불리기 경쟁을 전제하지 않고 있는 만큼 수도권 영업 방식도 기존 시중은행과 차별화한다. 하반기 조직 개편에서 DGB금융과 대구은행은 공동으로 시중은행전환TFT를 꾸렸다. 시중은행전환TFT는 금융 당국 인가 신청을 준비하는 한편 수도권 영업 전략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 회장은 "대구은행이 대형 시중은행 정도로 자산 규모를 키우는 건 현 시점에서 가능하지 않고 이를 목표로 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형 은행이 하지 못하는 일과 대구은행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변신 열쇠 '비대면·맨파워'

김 회장은 비대면 영업 경쟁력을 대구은행의 핵심 무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기존 시중은행은 수차례에 걸친 은행 인수합병(M&A)과 대면 중심 영업의 결과 필요 이상의 지점을 보유해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은행은 플랫폼 기반으로 효율적인 영업을 하지만 지점을 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서 수도권에 꼭 필요한 만큼만 지점을 내고 비대면 중심 영업 시스템을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이 전략이 성공하면 대구은행은 대형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장점을 합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김 회장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의 발전은 금융권 전반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며 "기술 페러다임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면 대구은행은 크게 도약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사 정책을 통해 한층 강해진 맨파워도 대구은행의 자신감 원천이다. 김 회장은 지방은행에 만연한 학벌주의를 타파하고 공정한 CEO 승계 프로그램을 정착시켰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준법감시인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에는 과감하게 외부 인재를 발탁했다. 조직 문화가 개선되면서 건전한 성과주의가 자리잡았고 임직원 역량도 개선됐다는 평이다.

김 회장은 시중은행 전환을 위해선 대구은행 구성원의 역량이 한층 더 강해져야 한다고 봤다. 임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본인의 일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성과를 관리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인사 정책도 고민하고 있다. 그룹 구성원이 임원으로 승진하기 전까지 지금보다 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거나 본인의 주특기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김 회장은 "대구은행장 시절 도입한 PRM 제도는 기업영업전문가가 스스로 고객과 업무를 관리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라며 "다른 직군에서도 스스로 경쟁력을 갖춘 임직원들이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체계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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