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글로벌서비스 IPO]'빅3' 왜 빠졌나...'외국계와 파트너십' 고려 가능성NH·미래·한국, 공동주관에도 못들어가…'HD현대오일뱅크 딜 보상' 해석도
최윤신 기자공개 2023-09-06 07:44:37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4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기업공개(IPO) 주관사단에서 국내 IPO 시장 ‘빅3’ 하우스로 꼽히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모두 배제해 이목이 모인다.실제 세곳의 하우스는 그간 국내 시장의 초대형 IPO 딜을 사실상 나눠 맡으며 업계에서 압도적인 시장지위를 가져왔다. 하지만 지난 2020년부터 불어온 IPO 슈퍼사이클 시기에 이런 시장지위가 희석되는 모습을 보였다. LG그룹과 카카오그룹 계열사가 연이어 빅3 없이 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주관사 선정으로 빅3 없이 계열사의 대규모 공모를 진행하는 대기업집단이 늘어나며 빅3의 긴장감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은행계 중심 선정’, ‘오일뱅크 보상’ 등 다양한 해석 나와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난 1일 IPO 공동대표주관사로 KB증권과 JP모간, UBS를 선정했다. 이와함께 공동주관사로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을 선임했다.
이번 주관사 선임 결과를 금융투자업계에선 의외의 일로 받아들인다. 업계에선 HD현대글로벌서비스를 조단위 공모 후보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IPO 시장에서의 평판과 트랙레코드를 고려할 때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중 적어도 한 곳을 주관사단에 포함시킬 것이란 게 시장의 주된 전망이었다.
실제 HD현대그룹 계열사의 최근 상장 사례들을 살펴보더라도 빅3의 영향력은 건재했다. 2019년 HD현대에너지솔루션 상장 당시에는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맡고 하나증권(당시 하나금융투자)과 KB증권이 공동주관사로 합을 맞췄다. 이후 2021년 HD현대중공업 상장 당시에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크레딧스위스가 공동대표주관, 하나증권·KB증권이 공동주관이었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은행계 위주의 하우스를 선정했다는 게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주관사단에 포함된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이 모두 5대 시중은행 계열사다. IPO 딜 트랙레코드 보다는 은행계 금융그룹과의 관계를 긴밀히 해 유동성을 공급받는 데 방점을 뒀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런 해석은 NH투자증권이 제외된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일각에선 세 차례 철회한 HD현대오일뱅크 딜의 부채의식이 작용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KB증권과 하나증권은 앞서 HD현대오일뱅크 주관사단에 포함됐던 하우스다. 하지만 세차례의 딜 추진 당시 모두 대표주관사 지위를 맡으며 유무형의 공을 많이 쏟아부은 NH투자증권이 제외됐기 때문에 이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IPO 빅3 하우스를 제외하고 주관사단을 꾸린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그간 IPO 빅딜의 필수 파트너로 여겨졌던 빅3가 없이도 대규모의 공모를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그간 NH·미래·한국은 IPO 빅딜에서 사실상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져왔다. 2020년까지 국내 시장에 상장한 공모금액 5000억원 이상의 IPO 중 빅3가 대표주관에 포함되지 않은 딜은 2017년 오렌지라이프 IPO가 유일했다. 당시 삼성증권이 모건스탠리와 함께 대표주관을 맡았는데, 미래에셋증권(당시 미래에셋대우)이 공동주관사에 포함돼 빅3가 완전히 배제됐다고 보긴 어렵다.
이런 흐름에 변화가 나타난 건 2021년부터다. 2021년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빅3를 주관사단에 넣지 않고도 조단위 공모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하며 IPO 빅딜에 빅3가 함께해야 한다는 공식이 깨졌다. 카카오뱅크는 KB증권·크레디트스위스·씨티그룹글로벌마켓으로, 카카오페이는 삼성증권·골드만삭스·JP모간·대신증권으로 각각 주관사단을 구성했다.
이후 지난해 초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 빅3없이 KB증권·모간스탠리를 대표주관으로 선임해 최대 공모기록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LG그룹은 이후 이뤄진 LG CNS의 주관사를 선임하면서 국내 대표주관사로 KB증권·모간스탠리를 재신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서 카카오그룹과 LG그룹 계열사 딜에서 빅3가 빠졌는데, 이번엔 HD현대그룹에서도 빠지며 시장에 충격이 큰 상황"이라며 "대기업집단 대상 IPO시장에선 이제 절대적 강자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 "외국계와 파트너십 고려" 분석도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HD현대그룹의 이전 딜과 달리 외국계 증권사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 집중하기도 한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상장과 HD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추진 당시 대표주관사단에 외국계는 크레딧스위스(CS) 한 곳만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번엔 UBS와 JP모간, 두 곳이 자리를 차지했다.
외국계의 대표주관 자리가 확대된 것은 재무적투자자(FI)인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의 영향인 것으로 평가된다. KKR은 2021년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보통주 지분 38%를 6534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지분 투자 당시 오는 2026년까지 IPO를 약속받았다. KKR의 엑시트가 이번 상장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인만큼 KKR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28~29일 주관사 선정을 위해 열린 경쟁프레젠테이션(PT)에는 박정호 KKR 한국 총괄대표가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지난 2021년부터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임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딜 자체가 외국계 주관사에 힘이 실리는 구조였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딜을 주도하고자 하는 성격이 강한 하우스보다는 외국계와 원활한 파트너십을 가질 수 있는 하우스를 선호했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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