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포트폴리오 리포트]셰일가스 투자 6년, 탈탄소 흐름에 의지 꺾였나③2019년 이후 신규 투자 '뚝'…들쭉날쭉한 배당, ESG 경영 등이 변수
이호준 기자공개 2023-09-12 07:41:27
[편집자주]
'투자형 지주사'라는 게 그렇게 만만하지만은 않다. 마음껏 투자에 전념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계열사 지배와 관리는 물론 그룹의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일 역시 소홀히해선 안 된다. 이 분야 선두주자인 SK㈜의 고민도 여기에서 온다. 똘똘하게 투자해 제때 엑시트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자금 사정이 대체로 나빠진 현시점엔 일단 손에 쥐고 있는 걸 터는 수밖에 없다. 이미 움직임은 시작됐다. 투로와 쏘카, 그리고 왓슨까지. 다음으로 시장에 나올 자산은 무엇일까. 매각 시계가 서서히 돌아가고 있는 SK㈜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더벨이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7일 13:4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는 6년 전 또 하나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장착했다. 바로 셰일원유·가스를 실어 나르는 G&P(채집&가공) 사업이다. 당시 SK㈜는 '독보적인 G&P 전문 투자사'가 되겠단 구호 하에 북미 업체인 유레카, 브라조스, 블루레이서 세 곳에 약 5500억원을 투입했다.그러나 이는 어느덧 흘러간 얘기가 됐다. 마지막 투자 소식이 들린 지도 벌써 4년 가까이 지났지만 새로운 얘기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들쭉날쭉한 배당 수익과 그 사이 화두가 된 ESG 경영 등을 감안하면 SK㈜의 투자 의지가 식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들쭉날쭉한 배당 수익…당기순손익도 '박스권'
G&P 투자는 SK㈜의 가장 대표적인 '에너지' 포트폴리오다. G&P사업이란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운송하고, 운송된 천연가스에선 불순물을 빼 최종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데 적합하도록 가공(Processing)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SK㈜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G&P 사업에 집중 투자를 단행했다. 예컨대 첫 지분 투자처는 미국 셰일가스 운송업체인 '유레카'였다. 유레카는 G&P 전문 업체로 연 1700만톤(t) 이상의 천연가스를 이송할 수 있는 개더링(Gathering) 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
SK㈜가 유레카에 직접 부은 현금은 1200억원이다. 다만 미국 투자 자회사 플루터스 캐피탈을 통해 유레카 지분(40%) 취득에 펀딩 등으로 동원한 금액은 4655억원에 달한다. 비싼 몸이지만 대주주인 모건 스탠리의 파트너로 SK㈜가 여겨져 당시 호재로 분류됐다.
그러나 확실히 믿는 구석은 못 됐다. 유레카는 지분 투자 이듬해에 110억원을 배당으로 안겼다. 다만 이듬해엔 무배당, 2019년 140억원의 배당, 2020년 다시 무배당으로 들쭉날쭉한 배당 기조를 보여줬다. 2021년과 2022년엔 각각 28억원, 200억원을 배당했다.
당기순손익 역시 6년째 '박스권'에 있다. 2017년과 2019년엔 330억원, 나머지 해에는 매년 600억대의 순이익을 올려왔다. 지분 투자 당시 연 10% 성장 전망 등이 안팎에서 제기됐던 점에서 비춰보면 기대만큼 투자 성과가 크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ESG 경영으로 투자 늘리기 쉽지 않아…시선은 '수소'에
다른 G&P 투자처인 '브라조스'와 '블루레이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SK㈜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이들에 각각 2700억원, 17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SK㈜는 이들의 연간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 동안 원유 및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해 미국 셰일가스 업계에 극심한 경영난이 찾아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살아난 상황이지만, 투자 차익을 낼 회복일진 미지수다.
이에 '독보적인 G&P 전문 투자사'로 성장한다던 SK㈜도 현재는 G&P 분야에서 관심이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유레카 등의 투자를 이끌었던 플루터스 캐피탈은 현재 자회사 그루브 에너지를 통해 미국 수소사업회사 플러그파워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G&P 사업은 에너지가 생산 과정의 중간단계인 미드스트림(Midstream) 핵심 공정에 해당한다. SK㈜의 G&P 투자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비상장사인 점을 감안하면 추후 IPO(기업공개)를 거치면 충분히 '대박'을 노릴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
다만 ESG 경영을 감안하면 쉽사리 투자를 늘릴 수도 없다. 업스트림이긴 해도 셰일가스 생산에 사용되는 '수압파쇄기법'은 수질·대기오염을 일으킨다. 이에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21년 ESG 경영의 일환에서 북미 셰일가스 광구를 매각하기도 했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환태평양 대화(Trans-Pacific Dialogue) 행사에서 미 셰일원유·가스 생산광구를 매각한 후 새로운 자원 개발 투자 계획을 묻는 질문에 "수소를 개발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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