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를 움직이는 사람들]박지원, 하이브 멀티레이블 체제 안착 '일등공신'②빠른 판단력으로 미국 이타카홀딩스 인수, 위버스 성장, 게임사업 확장 등 '성과'
이지혜 기자공개 2023-09-22 10:58:14
[편집자주]
'We believe in music'. 하이브를 관통하는 미션이다. 오직 음악으로 나이, 계층, 성별은 물론 국경까지 넘어 전세계에 감동을 주겠다는 의미다.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K팝의 선두가 된 하이브의 다음 목표는 K팝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K팝이 아닌 팝 그 자체로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음악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런 비전을 실천하는 인물은 누굴까. 하이브의 야망과 이를 실천할 키맨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0일 07:4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브는 방시혁 이사회 의장을 필두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일찌감치 선포했다. 권한을 분산해 오너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전문경영인을 기용해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해서다. 그렇게 박지원 하이브 대표이사(CEO, 사진)는 오너의 곁에서, 오너보다 더 잘 경영해야 하는 책임을 맡게 됐다.하이브에서 박 CEO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하이브를 세우고 방탄소년단을 배출한 게 방 의장이라면 멀티레이블 체제를 안착시키고 하이브가 글로벌로 나아갈 토대를 다진 건 박 CEO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박 CEO가 처음부터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일했던 것은 아니다. 넥슨그룹에서 오랜 기간 몸 담아왔던 그는 빠른 속도로 넥슨코리아 CEO까지 오르며 경영 실력을 입증했다. 그런 그가 하이브에 왔을 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엔터업계와 동떨어진 인물이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기우라는 것을 입증하듯 박 CEO는 속도감 있는 추진력과 빠른 상황 판단력으로 하이브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박 CEO의 다음 목표는 글로벌화와 사업다각화다. 하이브의 글로벌 성장을 이끌고 게임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하이브를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육성하는 게 그의 최종 목표다.
◇넥슨은 물론 하이브에서도 경영능력 ‘입증’
2021년 7월 1일 방 의장이 하이브의 CEO 자리를 내려놨다. 동시에 박지원 HQ(headquarters & Management) CEO가 하이브의 수장에 올랐다. 박 CEO가 2020년 하이브 국내 조직 책임자인 HQ CEO로 선임된 지 불과 1년 2개월 만의 일이었다.
업계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다. 비록 방 의장이 이사회에서 계속 경영에 참여한다고는 하지만 박 CEO에게 상당한 힘이 실리는 일이었다. 게임사업 전문가가 엔터사업 전문가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1977년생인 박 CEO는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으로 학사학위를 받고 대학원까지 나와 2003년 넥슨코리아에 입사했다. 그리고 2014년 넥슨코리아의 CEO에 올랐다. 2018년 넥슨재팬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까지 지내며 글로벌 사업 감각까지 갖췄다.
당시에도 박 CEO의 능력은 게임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었다. 박 CEO는 넥슨코리아 대표에 오른 뒤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임직원들이 서로를 부를 때 직급이나 직위 대신 ‘님’을 붙여 부르도록 했다. 또 CEO실을 포함 모든 임원실을 회의실로 쓰도록 개방했다. 이는 지금까지 이어져 하이브에서도 방 의장과 박 CEO를 ‘시혁님’, ‘지원님’으로 부른다.
이뿐 아니다. 당시 PC게임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던 넥슨이 3년 만에 자체 개발 모바일 게임을 내놓을 수 있도록 사업 구조 개편에 힘을 쏟는 한편 넥슨재팬글로벌 COO를 맡으며 넥슨의 히트작 ‘메이플스토리’를 일본 게임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게임업계 전문가라는 우려가 기우라는 것을 입증하듯 박 CEO는 하이브에서도 사업확장과 위버스 플랫폼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박 CEO는 HQ CEO로서 2020년 10월 당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코스피 입성까지 무사히 성공시켰다. 엔터사가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에 상장한 것은 하이브가 최초였다. 박 CEO가 대표로서 경영능력을 입증된 셈이다.
실적 성장세도 이어졌다. 박 CEO가 하이브에 부임한 2020년 연결기준 매출은 약 8000억원었지만 지난해에는 1조77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박 CEO가 수장을 맡은 지 약 3년 만에 매출이 두 배 증가했다. 수익성도 크게 좋아졌다. 연결기준으로 2020년 145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2369억원으로 늘어났다.
◇멀티레이블 체제 기반 사업다각화 구축
박 CEO는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체제를 안착시키고 사업을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다시 말해 레이블은 음악와 아티스트 등 IP(지식재산권)에 집중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연, 영상, 학습, 게임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창출하는 하이브만의 레이블-솔루션-플랫폼 사업구조를 공고히 다졌다는 의미다. 하이브가 실적 성장세를 구가한 비결이다.
특히 박 CEO는 팬덤 플랫폼의 힘에 주목했다. 그래서 글로벌 팬덤 라이프 플랫폼 위버스(Weverse)의 시너지를 확대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2021년 네이버의 동영상 서비스 ‘브이라이브(V-LIVE)를 인수하고 이듬해 전세계 팬과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아티스트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였다.
올해는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까지 위버스에 입점시킨 게 가장 큰 수확이다. 연 초 하이브는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놓고 대결을 펼쳤다. 그 결과 승기를 잡지는 못했지만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의 주요주주로서 강력한 실력행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하이브는 강타부터 신인 보이그룹인 라이즈까지 모두 13팀의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를 위버스에 입점시켰다.
박 CEO는 사업다각화에도 힘을 쏟았다. 하이브는 상장 당시 단순 K팝 엔터사를 표방하지 않고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맞춰 하이브는 지난해 자회사 하이브IM과 함께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 게임 퍼블리싱과 함께 이 게임을 개발한 플린트에 투자하겠다는 계약도 맺었다.
올해도 게임사업은 이어졌다. 하이브는 박범진 전 넷마블네오 대표가 이끄는 게임사 아쿠아트리에 300억원을 투자하고 게임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텐센트 등 유력한 경쟁자를 제치고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저스틴 비버 등이 속한 미국 종합 미디어 기업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한 것도 박 CEO의 업적”이라며 “박 CEO가 하이브의 엔터사로서 근원적 경쟁력은 물론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한 단계 강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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