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드아웃 스토리]SM엔터, '인디 음악·콘텐츠' 도전 흔적 제거발전소·더셀러브리티 지분 정리…"투자자산 효율화·고수익 포트폴리오 구축 추진"
김경태 기자공개 2023-09-27 09:25:15
[편집자주]
모든 법인(法人)의 탄생과 지분 관계 형성에는 배경과 목적이 있다. 기업은 신사업 진출, 해외시장 개척, 합작 등을 위해 국내외에 법인을 만들거나 지분 투자에 나선다. 이는 연결 회계에 흔적을 남긴다. 나름의 이유를 갖고 이뤄지지만 모든 관계가 영속하지는 못한다. 지분을 매각하거나 최악의 경우 청산을 택하기도 한다. 법인을 없애거나 주식을 매도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실적 부진이나 본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여러 이유로 자취를 감춘다. 이는 기업의 사업 전략을 전망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더벨이 기업의 연결 회계에서 법인이 명멸하는 과정을 내밀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5일 14: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과거부터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기존의 아이돌 그룹 제작을 넘어 연예계 전반에서 영향력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하지만 모든 투자가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SM엔터테인먼트는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역량이 부족하거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곳들을 점차 정리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인디 음악 시장 진출과 콘텐츠 사업을 위해 투자했던 곳들과 연을 끊었다. 투자한 지 10년가량 관계를 유지했지만 결국 결단을 내렸다.
◇2014년 투자 '발전소', 인디 시장 정조준…다양한 장르 도전 '의미'
SM엔터테인먼트는 2014년 1월 발전소(BALJUNSO)에 투자한다. 당시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했다. 초기 투자액은 1억3500만원이다. 투입한 금액이 크지 않았지만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SM엔터테인먼트가 강점을 지니지 못한 시장에 대한 도전에 나선 것이었기 때문이다.
발전소는 2013년 6월 설립됐다. 김종서, 장혜진, 박상민, 캔 등 다수의 가수와 엔터테이너를 발굴해 성공시킨 강병용 이사가 캔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해 만든 레이블이다. 발전소는 당시 비주류로 여겨진 인디 밴드, 힙합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저변을 확대하려는 목표를 가졌다.
SM엔터테인먼트는 1990년대 HOT를 선보인 뒤 주로 아이돌 그룹을 키웠다. SM엔터테인먼트의 발전소 투자는 아이돌 그룹을 넘어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겠다는 야심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외부에는 'SM 산하 인디 레이블'로 지속적으로 알려졌다.
지분 투자가 이뤄진 2014년 아티스트를 선보이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같은 해 3월 출정식을 가졌다. HLIN(홀린), EZEN(이젠), 사랑과 평화 등이 공연했다. 같은 해 7월 발전소의 첫 신인그룹인 플레이 더 사이렌(Play the Siren)이 데뷔했다.
인디 시장도 공략하겠다는 SM엔터테인먼트의 야심 찬 도전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투자 이듬해부터 발전소 지분 장부가를 0원으로 잡았다. 그 후 괄목할 만한 아티스트를 선보이지 못했다. 결국 올 상반기 지분을 모두 정리해 발전소는 SM엔터테인먼트의 관계기업에서 사라졌다.
◇온·오프라인 콘텐츠사업 '더셀러브리티' 역사 속으로
더셀러브리티도 SM엔터테인먼트가 올 상반기 인연을 정리한 곳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3월 더셀러브리티 지분 50%를 확보했다. 당시 콘텐츠 전문기업 디자인하우스와 손을 잡았다. 양측이 지분 50%씩 보유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더셀러브리티를 공동기업으로 분류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콘텐츠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더셀러브리티에 투자했다. 더셀러브리티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매거진, 출판물을 발행하고 모바일 곤텐츠사업을 전개할 계획을 세웠다.
당시 SM엔터테인먼트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SM과 '행복이가득한 집', '월간 디자인', '맨즈헬스', '럭셔리' 등을 발행하는 디자인하우스가 만나 새롭게 선보일 미래 지향적 아시아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을 비롯한 다양한 글로벌 콘텐츠 사업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후 더셀러브리티라는 매거진이 발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투자 이듬해인 2014년부터 더셀러브리티 지분 50%의 장부가를 전부 감액해 0원이 됐다. 합작 상대방인 디자인하우스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 장부가를 0원으로 잡고 있다.
더셀러브리티의 작년 매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당기순손실은 약 2200만원이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4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SM엔터테인먼트가 효율화 차원에서 결국 정리를 선택하게 됐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가치사슬과 관계없는 투자자산, 핵심 역량이 부족하거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투자 자산 등 비핵심자산은 매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고성장·고수익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한 실행의 일환으로 발전소와 더셀러브리티를 정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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