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로봇 덕후'가 세운 KNR시스템 "유압 로봇 개척자 될 것"김명한 창업자 "유압 제어 시스템 내 모든 부품 자체 개발…시장 본격 개막"
성상우 기자공개 2023-09-26 12:08:26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5일 16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NR시스템 창업자 김명한 대표의 책상 한 구석엔 로봇 모형 하나가 놓여있다. 영화 ‘매트릭스3:레볼루션’에 등장한 ‘APU’다. 극 중 ‘시온 전투’에서 인간이 ‘센티넬’에 대항하기 위해 내세운 탑승형 전투 로봇이다. 수 년 전 김 대표가 경매에서 15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가만 보니 관절 마디가 다 뜯겨 나가있다. 연유를 물으니 로봇의 관절을 어떻게 구성해야 활동성이 좋을지 연구하기 위해 직접 뜯어봤다고 한다.기계공학 전공의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이자 ‘로봇 덕후’인 김 대표의 캐릭터를 잘 설명해주는 소품이다. 기술평가를 단번에 통과하고 자본시장 데뷔를 앞두고 있지만 창업자인 김 대표는 밸류에이션이나 주가 같은 수치 자료보다 기계와 로봇을 어떻게 만들어야 ‘잘 만들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지에 더 관심이 많다. 창업 여정도 상업적 성공보단 ‘우리가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직접 만들어볼까’라는 ‘덕후 기질’에서 시작됐다.

최근 더벨과 만난 김 대표는 설립 23년 만에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을 묻자 다소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그는 “회사가 크면서 직원들이 많아졌고 앞으로 더 늘어날 텐데 이들에게 회사가 어떤 의미가 돼야할 지에 대해 생각해봤다”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결국 회사란 직원들이 삶을 잘 가꿔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고 도구인데 그러기 위해선 회사가 항상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삶을 위한 도구로 쓸 수 있도록 준비된 상태의 회사가 김 대표에겐 자본시장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자본시장이란 시스템에 들어가면 우리를 지켜보는 눈이 있고 우리가 준수해야하는 제도도 생긴다”며 “그 안에서 규격을 맞추고 제도를 지키면서 오래 살아남는 회사가 되면서 추가 성장 가능성을 항상 유지하는 게 회사가 직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창업 과정은 한편으론 우연의 연속이었다. 학부 졸업 후 1년여간 기아자동차를 다니다가 돌아온 모교(성균관대) 대학원에서 기계·장비를 직접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느꼈다. 자연스럽게 대학원 생활의 대부분을 작업실에서 기계를 만지며 보냈다.
박사 과정 중 위촉연구원으로 파견된 자동차부품연구원이 처음 창업에 대한 오기를 불러일으킨 곳이었다. 연구원에서 쓰는 장비들을 눈여겨봤는데 전부 외산 제품이었다. 대학원 동기이자 공동 창업자인 3인방(김명한·김철한·류성무)은 ‘우리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번 국산화해볼까’라는 이야기를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우주일렉트로닉스로부터 수주한 6000만원 상당의 로봇 부품 일감이 창업 후 첫 매출이었다. 이후 생산기술연구원, 자동차부품연구원 등으로부터 수 억원짜리 프로젝트를 하나둘씩 따냈다. 그 과정에서 ‘드라이브샤프트시뮬레이터’와 ‘황화물응력부식균열’ 장비 같은 국내에서 개발된 적이 없는 시험장비를 만들어 납품했다. 발주처가 스펙 공고를 잘못 낸 피로시험장비 프로젝트를 가져왔다가 무상으로 애프터서비스를 해주기도 했다. 시험장비 업계에서 KNR시스템에 대한 긍정적인 평판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후 전력연구원, 원자력연구원 등 각종 국책 연구기관을 비롯해 민간 기업에서도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우리의 핵심기술은 시스템을 인터그레이션(Integration)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시스템을 원하면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부품을 원하면 다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줄 수 있다”며 “전동모터 기반 로봇이 활동할 수 없는 험악한 환경에서 구동시킬 수 있는 유압로봇에 필요한 메인 부품부터 부속 부품까지 모두 우리가 자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유압 로봇 시장은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열리는 분위기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맞물려 중공업·플랜트·건설업계에서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포스코·한국조선해양 등과는 실제 제품을 개발 및 납품했고 추가 개발 의뢰를 받는 협업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인명 사고가 나기도 했던 화력발전소 내 컨베이어벨트에서 석탄조각을 주워올리는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고 싶다는 의뢰도 KNR시스템이 받았다. 그 밖에 건설·중공업 기업들이 원하는 터널 시공용 바위 굴착 로봇이나 디테일한 작업을 할 수 있는 크레인 등이 모두 KNR시스템의 잠재 시장이다.
주요 해외 시장 타깃은 북미와 유럽으로 잡았다. 김 대표는 “과거 북미 시장에 시험장비를 납품할 때 협업한 현지 대형업체가 있고 동유럽 지역에서도 협업 중인 현지 기업이 있다”면서 “이들 네트워크를 활용해 북미·유럽 시장을 본격적으로 확장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 실무 준비 과정에서 주관사 측과는 1500억~1700억원 수준의 시가총액이 언급되고 있다. 다만 이런 숫자에 크게 연연하지 않겠다는 게 김 대표의 기본 스탠스다. 수치로 나오는 시장 평가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시험장비·로봇 제작’이라는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과거 프리IPO를 진행하면서 1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은 바 있다. SV인베스트먼트가 앵커 LP로 들어왔고 유진투자증권, 시너지아이비투자 등이 참여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지분율 총합은 10% 초반대다. 공모 과정에서 일부 엑시트가 예상되는 지분이기도 하다. 김 대표를 포함한 공동 창업자들의 구주 매출 계획은 현재까진 없다.
김 대표는 중장기적 경영 철학이 “룰 브레이커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장을 먼저 개척한 자의 기준의 산업의 표준이 되는 데 여태까지는 그 표준을 맞춰야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요즘 생각으론 기존 표준을 깨고 룰 브레이커가 되는 것도 개척자가 되는 길이더라. 앞으로 열리는 유압 로봇 시장에선 우리가 개척자가 되어 여기저기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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