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명가 신협]"우량조합 넘어 복지조합 만들겠다"⑥박기봉 하동신협 이사장 "규모의 경제로 조합원·고객 혜택 강화"
하동(경남)=이재용 기자공개 2023-10-06 07:53:54
[편집자주]
신용협동조합은 올해 창립 63년을 맞았다. 천주교 교인들의 자립을 위해 출범한 신협은 1600만명에 달하는 조합원과 자산 150조원의 대형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신협의 성장 기반에는 지역 금융 기반의 상생·협력 정신이 바탕이 됐다. 이자이익을 기반으로 한 단순한 수익 창출이 아닌 지역 공동체와의 동반성장을 목표로 내실을 다진 결과물이다. 더벨은 신협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을 만나 신협이 추구하고 있는 나눔경영과 포용금융 사례를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4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우량조합을 거쳐 복지조합이 되는 것이다."박기봉 하동신협 이사장(사진)의 목표는 현실적이다. 조합 규모를 크게 키워 경상남도에서 손꼽는 조합으로 성장하기 보단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조합원과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 이사장은 '조합원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우수조합으로 성장'과 '조합원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속적인 복지사업' 실시를 하동신협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조합의 중단기 계획은 모두 복지조합 구축과 맞물린다.
박 이사장의 이런 경영 기조는 신협과의 인연을 시작한 배경이 계기가 됐다. 현대자동차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던 박 이사장은 30대 후반에 개인 사업을 시작했지만, IMF로 실패했다.
재기하기 위해 여러 금융사의 문을 두드렸으나 모두 대출을 거절했다. 유일하게 대출을 내준 곳이 바로 신협이었다. 박 이사장은 신협에서 3억원을 대출해 줘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포용금융을 실천하는 신협의 경영이념에 매료된 박 이사장은 지난 2016년 정효일 전 이사장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감사로 하동신협에 합류했다.
감사가 돼 들여다본 하동신협의 경영 상황은 예상 밖이었다. 자본 잠식 상태에 결손금은 20억원가량 쌓여있었다. 직원들은 복지 없이 열악한 조건에서 근무 중이었다. 박 이사장은 "내가 도움을 받은 신협이니까 나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시점"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감사로 재직하던 박 이사장은 결국 2020년 2월 하동신협 제31차 정기총회에서 무투표로 제9대 이사장에 올랐다. 박 이사장은 선임되자마자 그의 경영이념을 실제 경영 현장에 적용했다.
특히 사회·복지 사업을 조합의 우선순위에 두고 중점 추진 중이다. 다양하고 질 좋은 사회·복지 사업을 통해 조합원은 물론,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하동신협은 법률 무료 상담, 신협 문화 교실, 의료비 지원 등 여러 사업 복지사업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또 지역주민들이 교류하며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신협 산악회도 운영 중이다.
아동·청소년 및 소외계층을 위한 활동도 펼친다. 신협중앙회 및 신협사회공헌재단 사업을 유치해 멘토링 사업과 원어민 영어교실을 운영하고 행복한 집 프로젝트로 주거환경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금융상품을 통한 상생 경영도 주요한 성과 중 하나다. 지난해에는 신협사회공헌재단 더불어사회나눔대출 10억원과 하동군 소상공인 희망대출 지원사업 8000만을 유치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어려운 이들에게 500만원씩 무이자로 대출해줬다.
박 이사장은 "무이자 대출은 따지고 보면 배당을 못 해주는 것에 대한 유사 배당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지역민들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기 위해 소상공인 지원 금융 등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동군에 건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박 이사장은 조합의 운영 목표를 자산 1000억원과 조합원 1만 명, 요구불예금 비율 30% 달성으로 세웠다. 복지조합이 되려면 이 정도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하동신협의 조합원은 4538명(지난 8월 말 기준), 2023년 6월 말 기준 자산총액은 694억원, 예수 부채 648억원, 대출채권 403억원, 요구불예금 비율 14% 수준이다.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하동신협은 어부바효예탁금, 사회적예탁금 등 조합원과 지역사회를 위한 예금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로 이뤄진 홍보위원을 통해 영업 채널도 다양화했다.
박 이사장은 계획대로라면 3년안에 경영 목표 달성과 남은 10억원의 결손금 정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시기가 오면 조합원들에게 배당을 다시 시작하고 문화 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박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항상 규모를 키워야 하고, 질적 성장뿐 아니라 양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면서 "복지조합을 이뤄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고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조합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기봉 하동신협 이사장은 1960년 하동읍에서 태어났다. 국립경상대학교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박 이사장은 하동군 은빛노인복지센터 부위원장, 한국자유총연맹 하동군지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6년 하동신협 감사를 거쳐 2020년 2월 하동신협 제9대 이사장으로 선출돼 조합을 이끌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