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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 1년, 증권사 PF 전략은]메리츠증권 투자 기조 '과감과 신중 사이'⑥롯데건설 유동화 해결 백기사, 심사위원회 등 안전장치 마련

전기룡 기자공개 2023-10-17 13:57:51

[편집자주]

레고랜드 사태가 발발한지 1년이 지났다. 최고 신용등급을 지닌 ABCP의 EOD 소식이 PF 시장의 침체를 야기한 트리거가 됐다. 유동화가 진척되지 않자 곳곳에서 프로젝트가 좌초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PF 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관리 측면에서 변화의 바람도 컸다. 사업·지역에 따라 별도 지침을 확립하고 제한된 선에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주요 증권사들의 PF 전략은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6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과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불거진 위기론에도 누구보다 발 빠르게 1조5000억원 상당의 구조화금융을 설계했다. 덕분에 롯데건설이 PF 우발채무를 해결하는데 있어 백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동시에 신중함은 놓치지 않았다. 메리츠증권은 레고랜드 사태 이전부터 선순위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꾸려왔다. 최희문 부회장을 필두로 매주 심사위원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주요 임원과 실무진들이 동석해 투자 결정에 앞서 딜 면면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채무보증액 고정이하 비율, 초대형 IB 상회

메리츠증권의 PF 업무는 김기형 기업금융사업부문장(사장)이 이끌고 있다. 김 사장 산하에 프로젝트금융사업총괄본부와 부동산금융사업본부, 투자금융본부, 구조화금융사업본부, 특수여신본부, 기업금융사업본부가 위치한다. 본부들간 전문성을 갖춘 영역이 다르지만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내부 경쟁만큼이나 공격적인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곳도 메리츠증권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올 상반기 채무보증 금액은 4조8153억원에 달한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5조8995억원), KB증권(4조8796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채무보증 금액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고정이하 자산이 2112억원에 육박한다는데 있다. 고정이하 비율로 따지면 4.39%다. 초대형 IB들이 고정이하 비율을 0~1%선에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미루어 상대적으로 고위험이지만 수익성 높은 상품을 공략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메리츠증권이 롯데건설에게 제공한 구조화금융을 들 수 있다. 당시는 롯데건설이 위기론으로 몸살을 앓던 시기다. 시장에서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시장이 위축된 점, 롯데건설의 PF 우발부채가 1조원을 상회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섣불리 투자 결정을 내리기 힘든 시점이었지만 메리츠증권은 롯데건설의 뒷배를 봤다. 그룹 차원의 지원이 있다면 향후 상환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메리츠증권은 롯데그룹과 손을 잡고 롯데건설을 정상화하기 위한 1조5000억원 규모의 공동 펀드를 설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유동화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샤를로트제1차와 샤를로트제2차가 활용됐다. 대출 구조는 메리츠증권이 그룹 차원에서 선순위 대출 9000억원을 실시하고 롯데정밀화학 등이 6000억원 후순위 대출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설정기간은 14개월로 오는 2024년 3월에 만기가 도래한다.

롯데건설로서는 메리츠증권으로부터 1조5000억원을 융통한 덕분에 만기도래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을 매입·소각해 위기를 넘겼다. 메리츠증권으로서도 과감한 투자 결정에 힘입어 선순위 대출 금리를 연 12%대에 설정하는 성공했다. 공격적인 투자전략 하에 수익성을 확보한 대표적인 사례다.

◇부동산 PF 익스포저 13.8조에도 선순위 비중 97% 달해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지만 메리츠증권은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은 올 상반기 기준 1994.08%로 전년 동기 대비 400%포인트 이상 올랐다. 또 다른 건전성 지표인 구 NCR도 212.17%로 초대형 IB들과 유사한 수준에 형성돼 있다.

롯데건설 사례처럼 부동산 PF에도 선순위 투자를 선호하고 있는 영향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이 밝힌 상반기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13조8000억원이지만 선순위 비중이 97%에 달한다는 점, 담보대출비율(LTV)가 42%에 육박한다는 점 등에 미루어 실질적인 리스크는 극히 낮다.

매주 최 부회장 주관 하에 열리는 심사위원회와 같은 안전장치 덕분이다. 심사위원회 자리에는 최 부회장 외에 주요 임원과 딜 담당 실무진이 직접 참석해 딜에 미미한 점이 없는지 등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다. 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별개로 이사회 산하에 리스크관리위원회라는 소위원회 역시 마련도 있다. 이상철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직으로 양재선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변호사, 남준 경영지원본부장(상무)도 주요 구성원이다. 사외이사를 과반 이상 배치해 투명성을 높였다.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역할은 사업 수행에 필요한 위험관리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리스크 관리와 관련된 중장기 계획을 확립하고 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한다. 회사의 총리스크한도액이나 고유계정·자기자본(PI)을 설정하는 업무를 맡은 곳도 리스크관리위원회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한 비결은 회사만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라며 "경영진부터 실무 직원 모두 손실 확률 수준을 책정하고 구조화를 통해 손실을 보지 않는 답을 내놓는 것에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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