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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 '0원 업프론트'로 캄렐리주맙 판권 큰 그림 완성 글로벌 마케팅 앞두고 파트너사와 통큰 결단… 이제는 NDA만 남아

최은수 기자공개 2023-10-20 11:04:10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7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LB가 핵심 파이프라인이자 간암 1차 치료제로 개발 중인 리보세라닙과 함께 처방되는 '캄렐리주맙'의 병용 판권을 확보했다. 특히 미국 자회사인 엘레바가 관련 판권을 이전받는 과정에서 선급금(업프론트)을 '0원' 지급한 점이 눈길을 끈다.

통상 신약 파이프라인 라이선싱 계약에선 '진위'나 딜의 '가치' 판단을 업프론트의 여부나 규모로 가늠한다. 다만 HLB 및 엘레바 측이 항서제약 대신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최대 10억 달러(한화 약 1조3000억원)의 수익을 '앉아서 기대할 수 있다'는 요건을 내세우면서 빅딜을 따냈다.

◇상업화 목전 다다른 병용약물… 업프론트보다 '로열티'에 방점

HLB는 17일 항서제약으로부터 미국 자회사 엘레바가 간암 치료제로 개발중인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의 글로벌 권리(한국, 중국 제외)를 양수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HLB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의 병용 요법을 미국 간암(HCC) 1차 치료제로 개발 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 합의한 결과다.

HLB그룹은 중국 항서제약과 리보세라닙과 간암 1차 병용 치료제로 개발 중인 캄렐리주맙의 글로벌 판권을 확보했다. 왼쪽부터 엘레바 정세호 대표, HLB그룹 진양곤 회장, 항서제약 순 피아오양 회장, 프랭크 지앙 최고 전략 책임자.

HLB와 미국 R&D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엘레바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간암 3상 임상을 마무리하면서 리보세라닙을 핵심 자산 단계로 끌어올린 상태다. 여기에 병용약물인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에 대한 간암 분야 글로벌 권리도 확보하면서 상업화를 위한 모든 조건을 갖췄다.

이 과정에서 업프론트를 '0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프론트는 업계에서 라이선스 계약의 '질'을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지표로 보는데 이를 생략하고 총액계약을 이끌어낸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HLB가 별도의 재무 지출 없이 캄렐리주맙의 글로벌 판권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통상 파이프라인의 개발 및 임상 단계가 이를수록 업프론트의 중요성과 규모가 커지곤 한다. 이는 R&D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파이프라인의 개발이 자의로든 타의로든 좌초하거나 중단할 우려가 큰 것과도 관련이 있다.

업프론트가 극도로 적다는 것은 통상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해당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대감이 양측 모두 크지 않아 거래 과정에서 선급금을 제시하거나 높일 만한 유인이 나오지 않았거나 △업프론트 지급 후 상업화까지의 단계가 극히 짧다보니 '세레모니'에 가까운 계약금 지급이 필요하지 않을 때다.

항서제약은 캄렐리주맙의 판매 시작 후 십년간 간암 분야 매출규모에 따라 누적기준 최대 1조3000억원의 로열티를 받게 된다. 즉 상업화를 전제했을 때 이미 '조 단위' 계약이라는 뜻으로, 앞서 첫째 가정보다는 후자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파이프라인 매도자는 라이선싱 거래를 통해 개발 관련 리스크를 지지 않고 일정 부분의 재무적 이익을 원하고 매수자 역시 매도자의 의중을 파악해 소정의 계약금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양사가 업프론트를 책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파이프라인, 그리고 서로에 대한 신뢰관계가 어느 정도인지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블록버스터 간암치료제 도약 위한 마지막 단추 꿰… 남은 것은 'NDA'

HLB측은 이번 결정은 '윈윈'을 전제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간암 치료제로 허가 후 두 약물이 함께 처방돼야 하는 만큼 엘레바가 마케팅과 판매 등 상업화 전체 과정을 일괄해 진행하는 것이 매출 극대화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주요 암 전문병원을 대상으로 두 약물의 공동 마케팅과 일괄적 판매체계 구축도 가능해졌다. 이는 신약 인지도 강화나 처방유도, 비용 절감 등 여러 측면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HLB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해당 병용 약물의 미국 FDA 품목허가(NDA)를 기대하고 있다. 사실상 캄렐리주맙 글로벌 판권 확보가 NDA 전 꿰어야 하는 마지막 단추였는데 이를 해내면서 상업화를 위한 추진력을 얻게 되었다. 엘레바는 지난 7월 14일 미국 FDA로부터 신약허가 본심사(NDA filing)를 승인 받았는데, HLB는 그룹사로서 지난 7월부터 항서제약을 방문해 협의를 지속해 성과를 창출했다.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이와 관련해 "경쟁 가도에 있는 간암 1차 치료제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일원화가 필수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세호 엘레바 대표는 "두 약물의 병용요법은 글로벌 3상에서 기 출시 의약품 대비 우월한 생존기간을 보였다"며 "병용약물이 서로 다른 회사의 제품이라는 점은 마케팅에 있어 약점이 될 수 있었는데, 이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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