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엑시노스]삼성, AP에 '애플 패키징' FO-WLP 첫 적용② TSMC가 아이폰 독점하게 된 기술…후공정 격차 축소 기대
김도현 기자공개 2023-10-30 10:39:11
[편집자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는 아픈손가락으로 여겨진다. 시스템반도체 기술의 총 집합체이나 제품 경쟁력 하락으로 점유율 순위에서 5위로 처진 탓이다. 올해 자사가 출시한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23, 갤럭시Z5 시리즈 중 한 기종에도 투입되지 못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절치부심한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400' 개발에 매진했고 내년 초 공개할 차세대 스마트폰에 이를 탑재할 수 있게 됐다. 엑시노스2400 관전포인트와 성패에 따른 전망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6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대전(SEDEX) 2023'에서 차세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2400' 시제품을 선보였다. 엑시노스2400은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24'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같은 날 미국 퀄컴이 역시 갤럭시S24에 탑재될 '스냅드래곤8 3세대' 공개 행사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삼성전자에 엑시노스2400 특별한 존재다. ‘갤럭시S22’에서 ‘엑시노스2200’이 성능 이슈를 일으키면서 ‘갤럭시S23’에서는 엑시노스가 완전히 배제된 가운데 2년 만에 등장한 프리미엄 AP이기 때문이다. 굴곡이 있던 만큼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400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자체 모바일 시스템온칩(SoC)에 처음으로 '팬아웃(FO)-웨이퍼레벨패키지(WLP)'를 도입한 것도 그 일환이다.
◇패키징 바꾼 엑시노스2400 양산 스타트
이달 들어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400 생산에 돌입했다. 조립을 앞둔 갤럭시S24 일정에 맞춘 것으로 샘플을 전격 공개할 만큼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규 AP는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엑스클립스940' 장착, 인공지능(AI) 성능 개선 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FO-WLP 방식으로 패키징한 것이다.
FO-WLP는 이름 그대로 입출력(I/O) 단자를 바깥으로 빼서 웨이퍼 단위로 칩을 포장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하면 I/O 단자 수를 늘릴 수 있고 인쇄회로기판(PCB)이 필요 없다. PCB를 부착하는 단계 등 공정 횟수가 축소돼 원가절감에도 유리하다. 결정적으로 기존 팬인(FI) 또는 플립칩(FC) 패키징 대비 칩 크기 및 두께가 줄어들고 전기적 경로가 짧아져 열 특성이 향상된다. 전작인 엑시노스2200이 발열 이슈에 휘말린 것을 고려하면 최선의 선택이다.
그동안 FO-WLP는 TSMC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TSMC는 2015년부터 FO-WLP를 앞세워 삼성전자와 나눠 생산하던 아이폰 AP 'A 시리즈'를 독점하게 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후공정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애플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거리 두기 좋은 명분이었다. 지금까지도 애플은 TSMC에만 AP 제조를 위탁한다.
삼성전자는 FO-WLP 대항마로 FO-패널레벨패키지(PLP)를 내세웠었다. PLP는 웨이퍼에서 자른 칩을 사각형 모양 패널에 배치해 패키징하는 기법이다. 버리는 테두리를 최소화할 수 있어 원가절감 및 생산성이 향상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갤럭시워치용 AP, 구글 스마트폰 AP 등에 FO-PLP를 적용한 바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FO-WLP와 FO-PLP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투트랙으로 진행했으나 경영진 교체에 따른 투자의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면서 확실한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TSMC와 애플이 FO-WLP 기반으로 A 시리즈의 눈부신 성능을 이뤄내자 삼성전자도 엑시노스에 FO-WLP로 승부수를 띄우게 됐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AP를 생산하는 구글 역시 지난해 FO-PLP에서 올해 FO-WLP로 패키징에 변화를 줬다.
◇전사적으로 후공정 역량 강화에 집중
최근 반도체 업계 트렌드는 전공정에서 후공정으로 넘어오고 있다. 이전까지 회로 집적도를 높여가면서 반도체 성능을 높였으나 물리적 한계에 도달하면서 단기간 내 발전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이에 TSMC,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은 패키징 기술 향상을 통해 반도체 업그레이드에 나섰고 삼성전자도 동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어드밴스드 패키지(AVP) 사업팀을 신설했다. 첨단 패키지 강화 및 사업부 간 시너지 극대화 차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초 패키징 시설이 있는 천안과 온양 사업장을 찾아 관련 연구개발(R&D)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해당 팀을 이끌고 있는 강문수 부사장은 “반도체 기술 진보와 혁신의 속도가 과거 대비 느려지고 공정 미세화가 극한에 달하면서 집적도 증가 속도가 처졌다”면서 “반도체를 수평 또는 수직으로 연결하는 2.5차원(D), 3D 패키징을 통해 더 작은 반도체 패키지 안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FO-WLP 외에도 강 부사장이 언급한 2.5D 패키징(아이큐브)와 3D 패키징(엑스큐브) 고도화에 한창이다. 패키징 공급망 내재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연간 패키징 소재 및 부품에 들어가는 비용이 4조원에 육박하는데 이 중 70~80%를 일본이 차지한다.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원재료 조달에 차질을 빚었던 만큼 같은 계열사인 삼성전기를 비롯해 여러 국내 협력사와 협업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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