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코스피 IPO 5년만에 '최저' 전망디에스단석 포함해도 1조 남짓…에코프로머티 등 '빅딜' 흥행 실패 영향
안준호 기자공개 2023-11-15 07:11:51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4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가증권시장 기업공개(IPO) 시장이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상장 기업이 줄어든 것은 물론 기대를 모았던 대형 공모들도 예상만 못한 성적을 거둔 탓이다. 현재 남아있는 일정을 고려해도 최종 성적은 1조원을 갓 넘길 가능성이 크다.유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3조원대 시가총액을 목표로 했던 서울보증보험이 금리인상 여파로 공모를 포기하고, 증시 버팀목이었던 이차전지 테마까지 상승 동력을 잃으며 올해 ‘최대어’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흥행에 실패했다.
◇유가증권시장 공모 규모 1조원 초반 전망…2018년 이후 최저 수준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넥스틸과 두산로보틱스를 포함해 5개사다. 현재 공모가 진행 중인 기업까지 계산에 넣을 경우 연간 상장 기업은 총 8개 안팎이 될 전망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동인기연이 공모를 마치고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8개라는 개수는 예년 대비 낮지 않은 규모다.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치(9.6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부터 대형 공모에 대한 투심이 얼어붙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성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공모 규모는 약 5017억원으로 역대 최저 수준에 가깝다. 공모를 끝낸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동인기연을 합쳐도 1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남은 예비 상장 기업은 디에스단석이다. 디에스단석은 약 5000억원의 시가총액을 가정할 경우 1000억원 안팎의 공모가 예상된다. 이들 기업을 모두 포함해도 총 공모 규모는 1조원을 간신히 넘길 전망이다.
유가증권시장 IPO 공모가 1조원 이하를 기록한 것은 최근 10년 가운데 세 번뿐이다. 신규 상장사가 3곳에 그쳤던 2013년(6614억원),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코스피가 극심한 침체를 보였던 2018년(9166억원)이다. 시장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빅딜들이 없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2013년의 경우 신규 딜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2018년은 중소형 공모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다.
◇하반기 연달아 등판한 ‘빅딜’, 투심 확보에는 실패
올해 공모주 시장이 이례적인 부분은 ‘빅딜’이 나왔음에도 성적이 신통치 못했다는 것이다. 등판 시기를 가늠하던 대형 공모들이 연달아 시장을 두드렸으나 고배를 면치 못했다. 가장 먼저 상장한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수요예측에서 세 자릿수 경쟁률 달성에 성공했다. 당시만 해도 ‘빅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후속 딜까지 열기가 이어지지 못했다.
최근 일반 청약을 마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현재 시장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당초 한 해를 마무리하는 대형 딜로 주목받았으나 실제 공모에서는 고평가되었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밸류에이션 산출을 위해 고른 피어그룹(Peer group) 주가도 꺾이며 한 차례 증권신고서를 정정하기도 했다.
수요예측 과정의 투심도 냉·온탕을 오갔다. 공모 도중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가 전격적으로 결정되며 기관투자자들 역시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정 수요를 확보하며 밴드 하단에 공모가를 확정했지만 진통도 적지 않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운용사는 수요예측 종료 이후 배정 물량이 부담스러워 페널티를 감수하고 참여를 철회하기도 했다”며 “실권이 발생한 물량은 다른 기관들이 나눠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예측 참여 후 청약에 참여하지 않은 기관은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IPO 시장 참여가 제한된다. 이를 감수할 만큼 부담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중소형 공모주나 로봇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올해 유의미한 흥행을 기록한 기업을 찾기 어렵다”며 “하반기 시장 회복을 기대했지만 이차전지 투심까지 악화되며 예년만 못한 성적으로 한 해를 마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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