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태광그룹]'투자 공감대'는 여전…재무역량 탄탄②시장 친화적 경영진 배치에 주목
이호준 기자공개 2023-11-17 07:34:25
[편집자주]
총수가 자유의 몸이 된 태광그룹의 삶이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오히려 다시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있다. 대규모 투자 계획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려 해도 내부 비위 행위가 적발돼 감사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비틀거리던 리더십을 세울 총수는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간만에 나온 이사회 개편 작업, 환경경영 등의 좋은 소식이 빛이 바랠 정도. 더벨은 혼돈기라 부를 수 있는 태광그룹을 진단하고 그 속에서 전망과 의미를 파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5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수의 석유화학 업체가 돈을 앞세워 새 사업을 찾고 있는 것과 달리 태광그룹은 이렇다 할 투자 레코드를 쌓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채 안정적인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오너 부재로 투자 결정이 미뤄진 결과다.'투자 경쟁'에서 밀리면 상대적인 후퇴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다행인 건 태광그룹과 시장의 일치된 반응이다. 성장을 위한 결단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게 회사 입장이다.
◇비상장 계열회사들까지 곳간 찼다
태광그룹과 시장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도 있다. 바로 투자의 시급성이다. 쌓아놓은 '막대한 현금'을 밑천으로 외형과 신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예컨대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그룹의 본체인 섬유·석유화학사업 부문을 이끄는 주력 계열사다. 작년 말 발표한 대규모 투자 대상 1·2위이기도 하다. 올 상반기 두 회사의 현금성자산은 작년보다 각각 5%, 16% 늘어난 1조3000억원, 610억원을 기록했다.
업황 부진에도 곳간이 두둑해진 것이다. 소유 부동산도 상당하다. 두 회사의 올해 상반기 투자 부동산 장부금액은 각각 2250억원, 806억원이다. 이러한 유동성은 도합 1조7000억원으로, 별도 기준 LG화학의 두 배, 금호석유화학의 여덟 배에 이른다.
이는 핵심 계열사만의 현상은 아니다. 현재 태광그룹은 △인프라·레저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티시스·티알엔 △미디어사업 부문인 한국케이블텔레콤·티캐스트 △금융사업 부문 흥국화재·흥국생명 등 여러 분야의 비상장 계열회사들을 보유한 상황이다.
내부거래로 매출을 내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인프라·레저사업 부문과 미디어사업 부문 계열사들은 많게는 500억원대, 적게는 100억원대의 가용 현금을 들고 있다. 이마저도 지난해 말 흥국생명에 2300억원의 자금을 수혈(티시스·티캐스트)한 후 남은 돈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은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태광그룹을 키운 인물"이라며 "그가 없는 동안에 그룹의 현금을 어떻게 쓸지 고민했을 것"이라고 했다.
◇더 낮아진 부채비율…감사 끝나는 대로 투자 재검토
가뜩이나 건전했던 재무 건전성은 더욱 튼튼해졌다. 가령 이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12년 전에도 태광산업은 부채비율이 49%에 불과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17%로 더 낮아졌다. 이 기간 대한화섬은 34%에서 18%로 낮아졌고, 비상장 계열회사인 티캐스트는 62%에서 지난해 14%, 티알엔도 114%에서 14%로 좋아졌다.
총수가 없는 상황에서 태광그룹의 주요 경영진들의 재무적 활동폭이 비교적 좁았을 것으로 추측되는 배경이다. 투자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결단의 영역이라서다.
이에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새 수장을 맞고 있는 티시스와 티알엔 등 계열사들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직접 해당 인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수사가 끝나기 전에도 작년 말에 계획한 투자가 차근차근 진행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시장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매형인 허승조 고문이 떠난 지난해부터는 시장과의 소통 자체가 끊긴 것처럼 느껴졌다"며 "시장 친화적 경영진들이 전진 배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투자 움직임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해 태광그룹도 올해 내부 감사가 끝나는 대로 구체적인 투자 대상을 다시 확정하고 자금 조달 계획을 재점검할 방침이다. 작년 말에 어쨌든 투자 발표가 이뤄졌고 안정적인 재무 흐름을 보이고 있으니 내부에서도 투자 활동엔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투자 기조엔 변화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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